2020년 12월 0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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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배모양 토기가 실어나른 1600년 전 아라가야 이야기

창원시립마산박물관 ‘현동 가야유물전’
역대 국내 출토 배모양 중 원형 보존 으뜸
당시 덕동항의 활발한 해상교역 드러내

  • 기사입력 : 2020-10-15 20: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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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 1600년 전 창원 현동 지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창원시립마산박물관이 ‘가야의 또 다른 항구, 현동’이라는 주제로 오는 12월 13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시회를 열고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현동유적에서 출토된 가야유물이 일반인에게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박물관 측은 지난 30년간 이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을 통해서 현동 덕동항이 1600년 전 아라가야인들의 교역에 이용된 중심 항구였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 임태경 학예사의 도움으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현동의 가야시대 모습을 들여다 봤다.

    지난 12일 오후 창원시립마산박물관에서 개막한 ‘가야의 또 다른 항구, 현동’ 특별전에서 한 시민이 배모양 토기를 관람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지난 12일 오후 창원시립마산박물관에서 개막한 ‘가야의 또 다른 항구, 현동’ 특별전에서 한 시민이 배모양 토기를 관람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현동 유적 발굴 성과와 의미= 현동의 유적 발굴의 시작은 1989년부터다. 현동에 작은 길을 내기 위해 창원대 박물관이 진행한 발굴조사를 시작으로 2010년 동서문물연구원의 발굴조사가 이어졌다. 당시 출토된 유물은 89기, 640기 정도에 그쳤다.

    유물이 대거 발견된 것은 2019년 거제-마산을 잇는 국도 공사 과정에서의 발굴이다. 삼한문화재연구원은 이 구간에서 1만여점이 넘는 유물을 발굴했다. 3차 발굴 조사는 반경 3만1909㎡에 걸쳐 진행됐으며, 이 과정에서 40여개의 무덤과 제철공방, 마을의 흔적을 찾았다. 유물은 총 1만800여점이 발굴됐다. 종류별로 상형토기(배, 낙타 모양 토기), 고배(굽다리접시) 등 토·도류가 5400여점으로 가장 많았다. 세환이식(가는 고리 귀고리), 대검 등 금속류 3400여점, 곡옥(곱은 옥)·경식(목걸이) 등 옥석류는 2000여점 발견됐다.

    낙타(오리)모양 토기.
    낙타(오리)모양 토기.

    현동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의 70%는 1600여 년 전(4세기) 지금의 함안(아라가야)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고령(대가야), 창녕(비화가야), 고성(소가야), 김해(금관가야) 토기는 물론 일본(왜계) 지역의 토기 등 다양한 지역의 토기가 발견돼 현동이 교류의 중심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임태경 학예사는 “유적들을 통해서 당시 현동은 아라가야 세력의 한 집단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5세기가 되면서 현동 지역이 아라가야의 좀 더 큰 세력으로 성장해 덕동만을 중심으로 여러 가야와 왜를 잇는 큰 항구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관람객이 출토유물들을 사진에 담고 있다.
    한 관람객이 출토유물들을 사진에 담고 있다.

    ◇항구의 증거, 배와 낙타 토기= 이번 특별전의 대표 유물은 당시의 해상교역을 보여주는 배 모양 토기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나온 배 모양 토기 중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됐으며, 미학적 가치도 높아 국보급이란 평가를 받는다.

    배모양 토기는 높이 18.5㎝에 길이 29.2㎝로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벽이 얇아 가볍다. 전체적인 구조는 첨저선으로 보이는데, 첨저선은 거친 파도에 잘 견디고 속도를 올리는데 유리해 대양을 항해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뱃머리를 주구 모양으로 처리하고, 뱃꼬리에는 소뿔모양 손잡이와 같은 모양이 붙어 있다. 선체 내부에는 사람 또는 짐을 두기 위한 시설도 확인되는 등 실제 배의 원형을 그래도 옮겨 이를 통한 복원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원거리 돛이 표현되지 않았는데, 이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 동 시기 배모양 토기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동 배모양 토기(붉은 원)발굴 현장./창원시립마산박물관/
    현동 배모양 토기(붉은 원)발굴 현장./창원시립마산박물관/

    임 학예사는 이 배가 돛이 생략된 당시 외항선을 축약해 표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이 배는 구조의 복원 외에도 침선 문양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예술품으로도 가치가 높다. 뱃머리와 뱃꼬리, 뱃전에 선문을 새겨 넣어 멋을 더하고, 뱃머리쪽 판재의 끝부분에는 2개의 고사리모양 돌출부가 눈에 띈다.

    임 학예사는 “600년 전 덕동만은 지금의 현동에 비해 더 깊이 바닷물이 들어왔으며, 함안, 칠원과 이어지는 육상교통로와 만나기 쉬운 항구로 활용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낙타 머리에 오리 몸체가 붙은 특이한 형태의 토기도 국내 최초 발견돼 눈길을 끈다. 몸통의 형태는 오리 모양 토기와 유사하지만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에 부리가 없고, 목 부분에 갈기가 표현돼 있다. 낙타 머리 토기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죽은 자의 영혼을 이승에서 저승으로 인도하기 위한 제사용품으로 추정된다.

    임 학예사는 “이 토기가 낙타를 표현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조사단에서는 머리와 목의 형태를 고려해 낙타 모양으로 판단했다”며 “당시 현동지역 사람들이 해외 교류를 통해 몽골이나 중국 등에서 낙타를 실제로 봤음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시장에는 수장고형으로 연출한 지배자의 무덤도 복원돼 있다. 목곽묘 984호를 재현한 이 무덤은 당시 지배자층의 것으로 추정된다. 시신 양측으로 놓인 검과 도의 방향이 시신의 방향과 비슷하고, 투구, 화살촉 등은 시신의 힘이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위세품으로 추정된다. 또 시신의 좌측으로 놓인 철정(당시의 화폐)은 노잣돈으로 보인다. 또 철정 20개가 10개씩 나눠져 있는 것을 보면 당시 사람들이 십진법을 알고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밖에도 전시장에는 가야의 제철 관련 자료와 발굴 기록 사진, 아라가야를 중심으로 한 가야의 토기 등 2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가야의 또 다른 항구, 현동’ 특별전에 전시된 유물.
    ‘가야의 또 다른 항구, 현동’ 특별전에 전시된 유물.

    ◇전시회 두배 즐기기= 이번 전시회는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부대행사가 곁들여진다. 전시장 내에서 특별전 관람 미션 체험, 토기 3D입체 퍼즐체험이 진행되고, 창원지역 가야문화권 특별강연이 진행된다. 총 4회 동안 시민들 대상으로 현동유적을 중심으로 발굴성과, 교류관계, 가야토기 등에 대해 강연이 진행되며, 박물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선착순으로 접수를 받는다.

    또 저소득층 아동 등을 대상으로 창동예술촌과 함께하는 가야토기 체험공방을 운영한다. 전시기간 중 격주 토요일에 총 4회 동안 특별전 전시유물을 모티브로 도자, 가죽, 판화 등 다양한 공예체험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24일 오후 4시 박물관 야외광장에서 창원시립교향악단과 함께하는 힐링음악회도 개최한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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