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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07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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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동시동화나무의 숲’ 가꾸는 고성 동화작가 배익천씨

백발의 동화작가는 오늘도 동심을 키운다

  • 기사입력 : 2021-01-06 20: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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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과 숲이 말을 하고, 동물과 인간이 교감하는 상상 속 세계를 어린이들의 따뜻한 동심으로 그려내는 동화·동시작가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감수성을 키우고 미래의 꿈을 꿀 수 있게 돕는다.

    아이들은 동화와 동시를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친다. 그런 아이들의 해맑은 동심을 키우고, 동화작가들의 마음의 쉼터를 가꾸는 사람이 있다. 고성에서 ‘동시동화나무의 숲’을 가꾸는 동화작가 배익천(72) 선생이다.

    배익천 선생이 ‘동시동화나무의 숲’ 한가운데 있는 글샘의 샘물을 마신 후 이마를 탁 치고 있다. 샘물 옆엔 이 동작을 한 후 5년간 노력하면 세계적 작가가 된다는 표지판이 놓여 있다.
    배익천 선생이 ‘동시동화나무의 숲’ 한가운데 있는 글샘의 샘물을 마신 후 이마를 탁 치고 있다. 샘물 옆엔 이 동작을 한 후 5년간 노력하면 세계적 작가가 된다는 표지판이 놓여 있다.

    ◇동화작가의 길로

    글쓰기를 좋아하던 선생은 고등학교 때 대한적십자사가 주최한 경북 도내 고등학생 백일장에서 시부 장원을, 전북대학교 학보사가 주최한 전국고등학생 문예 작품 현상 모집에서 수필부 최고상을 받았고, 교내 문예서클인 ‘소라문학동인’, 대구 시내 고등학생 문예서클인 ‘회귀선문학동인’을 만들었다. 대학에서는 매년 학보사 주최 문예작품현상 모집과 교내백일장에서 시부 장원, 수필과 동화에 당선됐다.

    졸업 후엔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달무리’가 당선되면서 정식으로 문단에 발을 들였다. 1980년 동화집 ‘빛이 쌓이는 마을’을 시작으로 단편동화집 14권, 장편동화 10권, 중편동화집 2권, 선집 5권, 그림책 12권 등을 펴냈다. 이 중 ‘꿀벌의 친구’는 1992년 MBC 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설날 특집으로 방영됐으며, ‘별을 키우는 아이’는 일본어로 출판됐고, 1997년 단편 ‘왕거미와 산누에’가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국어 읽기 교과서에 수록됐다. 선생은 많은 작품활동과 비례해 수많은 수상 경력도 지니고 있고, 전국 일간지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와 각종 문학상 심사를 맡아오고 있다.

    ‘동시동화나무의 숲’ 열린아동문학관 앞에 선 배익천 선생.
    ‘동시동화나무의 숲’ 열린아동문학관 앞에 선 배익천 선생.

    ◇고성에 터를 잡다

    1950년 경북 영양군에서 태어난 선생은 1979년 유엔이 정한 ‘세계 어린이해’에 부산MBC가 창간한 어린이문예잡지 월간 ‘어린이문예’ 편집을 위해 특채됐고, 2008년 정년퇴임했다. 이후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로 아동문학을, 진주교육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창작방법론을 강의했다.

    부산MBC에 근무하며 나이 40이 가까워지면서 퇴직 후 살 집을 구하러 다니던 중 산청 경호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허물어져 가는 기와집 하나를 사서 막 수리하려는데, 고성촌집이 신문에 났다. 마당 밑으로 쌓은 돌담이 너무 매혹적이어서 그 자리에서 구입해 향파 이주홍 선생이 써주신 ‘작은 글마을’을 옥호로 하고 고성에서의 터전을 마련했다.

    ◇든든한 조력자들을 만나다

    ‘동시동화나무의 숲’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준 감로 홍종관은 부산 민락동에서 횟집 ‘방파제’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 그와 그의 아내인 예원 박미숙(서예가·문인화가)은 어머니가 경영하는 횟집 일을 돕고 있었다고 한다. 1986년~1987년경 선생이 부산문인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을 무렵 부산MBC는 민락동에 새 사옥을 짓고 있었는데 건설본부에 근무하던 분들이 자주 다니던 횟집 ‘방파제’에 함께 가게 됐다. 음식도 맛있었지만 주인의 성품에 이끌려 자주 드나들면서 친분이 생겼다. 이후 함께 여행도 다니고 전국의 아동문학가들과도 만나면서 아동문학을 모르던 감로 내외는 아동문학을 알아갔고, ‘동시동화나무의 숲’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고 한다.

    또 대가면장, 군청 과장으로 퇴임한 송정욱 상임이사는 우리 숲의 모든 행정적인 일을 맡고, 우리나라 책문화사업 기획자로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박형섭 이사는 행사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숲을 가꾸다

    고성에서 터전을 가꾸던 2004년 ‘작은 글마을’ 이웃에 있던 개울을 낀 3만3000여㎡(1만 평)의 산을 구입하고 ‘동화나무의 숲’으로 명명, 전국 동화작가에게 나무 한 그루씩을 나눠줄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에서 유경환(시인·아동문학가) 선생이 발간하던 ‘열린아동문학’을 맡게 됐고, ‘이 계절에 심은 동시나무’와 ‘이 계절에 심은 동화나무’, ‘내 작품의 고향’, ‘내 고향 내 작품’, ‘아동문학의 오래 된 샘’ 같은 특별한 난을 만들어 집중 조명하고 ‘동화나무의 숲’에 그분들의 이름을 새긴 돌과 함께 나무 한 그루씩을 주었다. 이때부터 ‘동화나무의 숲’이 ‘동시동화나무의 숲’으로 바뀐다.

    2010년 ‘동시동화나무의 숲’ 옆 1만9800여㎡(6000평)의 산을 구입하고 2011년 ‘열린아동문학관’을 건립하며 ‘열린아동문학상’을 만들었다. 때죽나무와 마삭줄꽃 향기 그윽한 1박2일 숲속의 시상식은 전국의 아동문학가들을 매료시켰다. 선생은 사후 자신의 모든 저작권을 법인에 넘기겠다고 했다. 올해 출판 등록한 출판사 명의로 여러 형태의 책을 발간해 입장료 대신 책을 사게 하는 방법도 재정에 도움이 되겠다 싶은 생각에서다.

    동시동화나무의 숲’ 곳곳에 있는 동화작가들의 나무와 이름돌.
    동시동화나무의 숲’ 곳곳에 있는 동화작가들의 나무와 이름돌.

    ◇천년을 꿈꾸다

    5만2800여㎡(1만6000평)의 숲속에 200여 그루의 동시동화나무를 품고 있는 ‘동시동화나무의 숲’은 외래수종과 꽃보다는 자생, 토종 나무와 꽃으로 가꾼 정감 있는 숲으로 1㎞가 넘는 산책로 ‘구슬하늘길’과 편백숲, 진달래숲, 수국 동산을 품고 있다. 해마다 500여 그루의 동백과 편백나무를 심어 20~30년 후면 하늘을 찌르는 편백나무길 한 쪽으로 겨울이면 붉은 동백꽃이 꽃길을 이루고, 가을이면 300여 그루의 단풍이 해를 거듭할수록 붉어질 것이다. 5월이면 때죽나무와 마삭줄꽃 향기가 넘쳐흐르고 7월과 9월에는 애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가 개울을 수놓는다.

    선생은 “나는 10㎝도 안 되는 어린 동백 묘목을 심으면서도 30년, 50년 뒤 이 숲을 찾아와 즐겁게 조잘거릴 아이들을 생각하면 하루 종일 일해도 피곤하지 않고, 무거운 돌도 새털처럼 가볍다”고 말했다.

    ◇고성 ‘아동문학도시’ 선포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여건 속에서도 모두들 부러워하고 기다리는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을 지난해 10월 송학동 고분군에서 축제와 함께 진행했다. 선생은 “참 고마운 것은 백두현 고성군수가 고성을 ‘아동문학도시’로 선포해준 것이다. 가슴 설레는 일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분의 안목이 깊고 그윽하다면 고성은 공룡과 더불어 또 하나의 빛나는 보석을 품게 될 것이다. 우리는 차근차근 그 도시를 향해 부지런하고 착한 발걸음으로 아동문학의 성벽을 쌓을 것이다”고 기뻐했다.

    선생은 우리나라 모든 아동문학가들의 저서와 인물·출판 정보를 갖춰 연구자들을 불러들이고 그 자료를 영원히 보관할 수 있는 ‘한국아동문학관’ 건립도 꿈꾸고 있다.

    ◇‘내 나무 데이’

    올해부터는 ‘내 나무 데이’를 만들어 숲에 나무가 있는 아동문학가들은 온 가족이 숲에 와 작가의 나무를 가꾸게 하고, 문학관 가득 나무 주인공들의 저서로 서가를 채울 예정이다. 숲 한가운데 있는 글샘의 샘물을 마시기 위해 전국의 아동문학 지망생들이 찾아들게 하고, 집필실 ‘자정향실’이 하루도 비는 날이 없도록 하고, 사방에 차나무가 울창해 차향이 그윽하고, 온 숲에 동백, 후박나무를 심어 늘 푸르고 늘 꽃이 피는 숲으로 만드는 것이다. ‘고성공룡이야기 책 축제’를 우리나라 제일의 어린이 책 축제로 만들어 고성이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오는 젊은 엄마들로 북적이게 하는 것도 그의 바람이다.

    지난 연말 자신의 동화 ‘들쥐와 해바라기’를 읽었다는 그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속절없이 눈물이 넘쳐났다고 한다.

    “그래, 해바라기처럼 사는 거다. 아무도 미워하지 말고 모두를 사랑하고 고마워하며 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말없이 떠나자.”

    그날 밤 그는 늦게 집으로 돌아오면서 가슴 빼곡히 까만 해바라기 씨앗을 심었다고 한다.

    글·사진= 김종민 기자 jm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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