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안채영 시인 첫 시집 ‘생의 전부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간 오후’ 발간

  • 기사입력 : 2021-01-26 17:33:24
  •   
  • 201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사천 안채영 시인이 등단 10년 만에 첫 시집 ‘생의 전부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간 오후’를 펴냈다. 무채색 비극인 ‘죽음’을 비움을 통한 아름다움으로 채색한 시인의 내면이 돋보이는 시들이다.

    시인은 자기만의 방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대신 바깥의 풍경들을 내면에 담기 위해 ‘나’를 열고 비운다. 그리고 볕이 잘 드는 양지가 아닌 어둡고 추운 음지로 향한다. 거기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고 여린 숨을 쉬고 있는 몸짓들을 향해, 그림자들을 향해, 어둠과 추위를 바투 잡은 채 소멸을 견디는 손들을 향해 그의 시는 환한 납설수(臘雪水)로 스며든다.

    안채영 시집
    안채영 시집

    ‘나비 한 마리 죽어 있다 꼭/꼭 압화 같다/죽은 나비를 보면 꼭 봄을 눌러놓은 것 같다/꽃은 먹을수록 납작해지는 체중/누가 봄을 숨도 못 쉬게 눌러놓고/흘리고 갔나’ -(‘압화’ 일부)

    ‘비움’을 통해 ‘음지’로 나아가는 안채영의 시는 필연적으로 죽음과 마주치게 될 수밖에 없다. 텅 빈 육체가 음지에 묻히는 것, 그게 죽음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비 한 마리 죽어 있다’는 비극적 풍경을 ‘압화’라는 미적 장면으로 전환시킨다. ‘죽음’이 새로운 예술적 오브제(object)가 되도록 삭막한 압사의 장면에 ‘아름다움’이라는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안채영
    안채영

    해설을 맡은 이병철 시인은 “비움을 통한 채움, 공허 속 충만함이 겨울의 내면이라면, 안채영의 시는 겨울 아침에 내리는 함박눈이다. 얼음 밑을 흐르는 계곡물이다. 눈 내리는 밤의 바이올린 소리다. 그녀의 연주는 모든 낮고 어두운 곳을 통과해 우리 마음으로 흐른다.”고 전했다.

    김종민 기자 jmk@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종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