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주변 환경을 인식하기 위한 다양한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신체 전반에 걸쳐 감각을 느끼는 기관의 종류와 강도가 적절하게 분배되어 있다. 물체를 잡을 때 닿는 손가락 끝은 미세한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반면 등, 허리, 둔부 같은 경우에는 감각이 둔하게 이루어져 있다. 만약 목 뒤나 등 부위의 감각도 예민했다면 자려고 누웠을 때 바닥의 경도, 이불의 접힌 정도, 재질의 질감 등을 모두 느끼면서 잠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우리의 몸에는 위험이 발생했음을 알려주는 특별한 감각도 있다. 바로 통증이라는 감각인데, 통증은 몸의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지속되면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고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되므로 치료를 통해 통증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통증은 우리 몸의 감각이 둔한 부위에 발생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 정확한 통증 부위와 그 원인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쉽게 말하면 허리가 아프더라도 원인이 꼭 허리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통증을 진료할 때는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지 분석하는 것에 대부분의 진료 시간을 쓰게 된다. 희연요양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김민태 과장의 도움을 받아 통증을 유발하는 염증, 원인과 치료에 대해 소개한다.

◇통증의 원인= 대표적인 통증의 원인으로는 염증이 있다. 염증은 주로 상처의 치유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며, 상처가 치유되려면 염증은 오히려 필요한 것이지만 염증이 과도하면 통증이 발생한다. 그래서 통증을 줄이기 위해 소염제를 사용해 염증을 줄이는 치료를 하게 된다.

하지만 염증을 줄이는 치료를 받으면 통증은 호전되는 반면, 치유 과정은 느려진다. 그래서 염증 치료 후 통증이 줄어들면, 원인 질환이 완치된 것으로 생각하고 바로 무리한 운동이나 일을 하다 통증이 재발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심지어 통증이 재발하면 치료가 잘못된 것으로 오해하고 다른 병원을 다시 방문하거나 같은 치료를 반복하면서, 결국 손상된 조직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염증을 줄이는 주사는 당장 통증이 줄어들겠지만 상처 치유는 오히려 늦출 수가 있기 때문에, 치료 후 통증이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차후 손상된 조직이 재생 될 수 있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치료 받을 병원 한 곳을 잘 정한 다음 그곳에서 치료 부위나 치료의 횟수를 조절 받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호전을 위해서 염증을 일부러 더 일으키는 치료도 있다. 우리 몸의 특정 인대나 힘줄, 관절 등에는 혈관 분포가 적어서 손상이 되더라도 치유 반응 및 염증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완전히 끊어지거나 손상이 많이 되어야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일부러 염증을 일으키는 치료를 하면, 비록 일정 기간은 아플 수 있겠지만 치유 과정이 촉진되면서 인대나 관절 연골의 재생이 빨라져 궁극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가끔 어떤 환자는 한 병원에서 염증을 줄이는 주사를 맞고서 또 다른 병원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주사를 맞는 경우도 있다. ‘병 주고 약 주고’를 반복하곤 결과적으로 완전하게 낫지 못하는 경우인 것이다.

근육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도 통증이 발생한다. 근육은 근섬유라고 하는 여러 겹의 실가닥 같은 조직으로 되어 있는데, 이 가늘고 긴 조직들이 줄다리기를 하듯이 수축하면서 움직이게 된다. 지속적으로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 근육이 손상되고 매듭이 형성되듯이 근섬유가 꼬이게 되며 근육 통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근육이 꼬이고 뭉치면 해당 근육뿐만 아니라 그 근육과 연관된 여러 곳이 아플 수 있다. 예를 들면, 발목이 아픈 경우 발목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발목을 굽히거나 펼 때 쓰는 장딴지나 정강이 근육이 아플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인이 되는 근육 부위를 잘 찾아내는 것이 근육 치료의 핵심이며, 원인만 잘 찾아내면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통증 완화 방법= 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더라도 효과적으로 근육 통증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바로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운동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운동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운동의 방법, 즉 운동 기술이 늘어나게 된다. 운동 기술이 향상 된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의 발전을 의미하는데, 하나는 신경의 발달이고 다른 하나는 근육의 강화이다. 신경이 발달하게 되면 특정 운동 동작을 더 세밀하고 자세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근육이 강화되면 더 큰 강도로 오래 버티면서 운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0~30대의 나이까지는 근육의 강도가 상당 부분 유지되지만, 40대가 넘어가면서 근육은 점점 약해져 간다. 하지만 20~30대에 형성된 ‘운동 방법’은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특히 오랜만에 운동할수록 예전의 강도 그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운동을 한 후에 통증이 오게 되는데, 이런 경우가 바로 무리한 운동으로 인해 근육이 뭉친 경우이다.

따라서 근섬유가 꼬이지 않도록 본인의 근력에 맞는 강도의 운동, 그리고 운동 전후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에 따라 통증과 관련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원인과 치료 방법을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통증만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도 없다. 통증을 없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원인과 치료에 올바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도움말= 희연요양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김민태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