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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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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손댄 10대들…‘펜타닐’ 불법 유통·투약 42명 덜미

경남경찰청, 1명 구속·41명 입건

  • 기사입력 : 2021-05-20 20: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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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성 진통제 중 하나인 ‘펜타닐’ 패치를 불법 처방받아 판매하고 투약한 10대 청소년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청소년들은 위험한 마약성 진통제를 의사 처방만 있으면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여러 병·의원을 찾아 손쉽게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나 관련 제도 개선은 물론 약물 오·남용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환자 요구 땐 처방’ 현행법 조항 악용
    경남·부산 병의원 돌며 처방받아
    공원·상가 화장실·학교서 투약
    경찰 “특정 연령대 처방 금지 필요”

    압수한 펜타닐 패치./경남경찰청/
    압수한 펜타닐 패치./경남경찰청/

    ◇‘펜타닐’ 패치 처방·투약 청소년 무더기 적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경남과 부산 일대에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불법 처방받아 이를 판매하거나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A(19)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고등학생이었던 지난해 6월 5일부터 지난 4월 29일까지 11개월여간 경남·부산 지역 병·의원에서 자신과 타인의 명의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고 판매·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로부터 펜타닐 패치를 구입하거나 A씨와 같은 방법으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판매·투약한 혐의로 범행 시작 당시 경남·부산지역 12개 고등학교 1~3학년생이거나 학교밖 청소년인 41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 가운데 9명은 현재 경남과 부산지역 5개교에 재학 중인 고교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공원과 상가 화장실뿐만 아니라 학교 내에서도 투약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쉽게 구해 거래까지… 제도 개선 시급= 경찰 수사 결과 한 의원에서는 최대 9번까지 펜타닐을 처방한 사례도 있었으며, A씨 등 3명은 불법으로 처방받은 펜타닐 패치를 1매당 15만원, 2분의 1 크기는 7~8만원선에 또래 청소년들에게 유통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또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최근까지도 경남 지역 청소년들 사이에서 같은 방법으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투약하는 사례가 추가로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적발된 경남·부산 지역 청소년들은 병·의원을 찾아가 ‘곧 수술할 예정이다’, ‘허리가 아파서 참기 힘들다’ 등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펜타닐 패치를 처방해 달라’고 말해 실제 처방받아 흡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마약성 의약품 처방 시 의사에게 주의 의무는 있지만, 환자 요구 등이 있을 경우 의사 판단 하에 처방하도록 돼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병·의원의 경우 처방을 거부하기도 했다”면서도 “청소년들이 의심을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는 과정에서 경남·부산지역 병·의원 25곳이 본인 확인과 과거 병력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마약성 의약품을 처방해줬다”고 설명했다.

    창원의 한 병원 전문의도 통화에서 “처방기록 등 각종 의료기록은 10년간 남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다른 병원에서 진료받은 의료기록과 투약 여부 등은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마약성 의약품을 처방할 경우 본인 여부와 과거 병력 확인 의무화, 특정 연령대 처방 금지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원일 경남마약퇴치운동본부장은 통화에서 “어른들이 전혀 모르고 있던 사이 SNS를 통해 청소년들이 쉽게 쉽게 마약성 의약품을 접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많이 놀랐다”며 “교육당국이 실상을 속히 파악하고 마약류, 마약성 의약품을 포함한 약물의 오·남용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에도 힘써야 한다. 경찰과 같이 예방 교육, 청소년 상대 처방 주의를 당부하는 포스터 제작·배부를 우선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펜타닐 패치= 아편, 모르핀과 같은 아편 계열의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로 모르핀보다 약효가 약 100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말기 암 환자나 장시간 지속적인 통증을 느끼는 환자들의 통증 완화를 위해 1매당 3일 동안 피부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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