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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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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중광스님 예술혼 스민 선화

창원 창동 갤러리 워킹서 ‘중광스님 선화 소장전’
29일까지 달마·닭 등 파격·독보적 작품 선보여

  • 기사입력 : 2021-06-17 08: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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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마리 새가 날고 있다. 알고 보면 암·수탉이 서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다. 사람의 성(性)을 상징하는 신체 일부가 묘사돼 기묘하다. 닭을 ‘사랑할 줄 아는 생명체’로 주목한 중광스님(1935~2002)의 그림 〈첫사랑〉이다.

    마산 갤러리 워킹이 중광스님 선화(禪畵) 소장전을 열고 있다. 중광은 ‘한국의 피카소’부터 ‘걸레 스님’까지 극과 극의 별칭을 가지고 있다. 걸레는 1977년 영국 왕립 아시아학회 초대전서 자작시 ‘나는 걸레’를 낭송한 후 붙여졌다.

    갤러리 워킹은 ‘창동의 산증인’ 신명근 관장이 현재호와 박강정, 두 화백의 작품만으로 30년간 운영해오던 곳이다. 이번 소장전은 여동생 신인애 관장이 갤러리를 맡은 후 선보이는 첫 전시다. 1990년 구룡사에 보관돼 있던 그림이 서미옥 메디치회장에게 오면서 공개됐다. 중광스님 작품을 마산서 보는 건 희귀한 일. 1982년 동서화랑 송인식 관장이 초대전을 통해 한 차례 소개한 게 전부다.


    중광스님 作
    중광스님 作
    중광스님 作

    신인애 관장은 “중광스님은 제주 출신이다. 1960년 26세 때 양산 통도사서 구하스님의 인가를 받았지만, 1979년 불교 계율을 벗어난 기행으로 승적을 박탈당했다. 나체 상태의 허리에 대걸레를 끈으로 묶고 선화를 그리는 퍼포먼스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지금이야 공론화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그걸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중광스님 작품은 만물을 평등하게 대하고자 하는 정신이 스며 있다. 동양화가 심산 노수현 선생에게 사군자 치는 법을 배운 후, 곧 달마에 눈을 돌렸다. 우리가 늘 보아온 달마와 다르다. 검은 형체 밖으로 상대를 노려보는 듯한 안광(眼光)이 번뜩인다. 1980년대를 기점으로 그림의 주인공은 닭으로 옮겨졌다. 김기창 화백은 닭 그림을 보고 ‘상상력이 나보다 한 수 위’라며 격찬하기도 했다.

    신 관장은 “중광스님은 유년시절 여성을 가까이하면 안되는 존재로 여겼다. 절에 들어가고 보니, 생명을 잉태하고 기르는 여성의 삶 자체가 수행이라는 걸 깨달았다. 중광스님에게 닭은 인간의 본능이 이입되는 대상이었다. 첫사랑을 표현한 그림만 보더라도 암컷이 수컷 위에 올라가 있다. 여자를 통해 ‘선을 깨우쳤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중광스님 作
    중광스님 作

    중광스님 作

    선화는 스님이 불교 수행을 위해 그리는 그림을 뜻한다. 중광스님은 파격적인 필치로 독보적인 그림 세계를 구축했다. 순간의 영감으로 한달음 획을 그리는 형태다. 똑같은 그림이 두 번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신 관장은 “중광스님은 그림을 자기욕구의 근본으로 삼았다. 최근 중광스님을 기리는 전시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운동이 제주서 일어나고 있다. 그 운동으로 인해 중광스님의 작품이 재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갤러리 워킹은 1992년 마산 창동서 개관한 후 남성동으로 이전했다. 현재 경남은행 창동지점 맞은편(마산합포구 남성로 118)에 자리 잡고 있다. 전시는 29일까지 열린다.

    글·사진=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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