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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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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대한적십자사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 경남 1호 양문자씨

봉사·나눔 20여년… 도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 기사입력 : 2021-10-27 21: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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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아지기 마련이다. 이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모두에게 예외는 아니다. 양문자(71)씨 역시 자연재해 앞에서 무기력해진 순간이 있었다. 그때 받은 도움을 자양분 삼아 20여년간 지역사회에서 봉사와 나눔을 꾸준히 실천하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오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김해에서부터 해외까지.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따뜻한 손길을 건네고 있는 그를 만났다.

    대한적십자사봉사회 김해지구협의회 양문자씨가 긴급구호품 세트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전강용 기자/
    대한적십자사봉사회 김해지구협의회 양문자씨가 긴급구호품 세트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전강용 기자/

    ◇긴 세월 동안 봉사와 나눔을 이어 올 수 있었던 계기= 2002년 8월말 태풍 ‘루사(Rusa)’가 한반도를 덮쳤다. 당시 강원·충청지역을 중심으로 일 강수량 1000㎜에 가까운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당시 재산 피해액만 약 5조1479억원. 양씨 역시 자연재해에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태풍으로 인해 그의 남편이 운영하는 공장은 모두 물에 잠겼다. 이들 부부에게 있어 공장은 삶의 전부였다. 집과 논밭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수많은 이재민들 사이에서 양씨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양씨는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를 만났고, 그때 적십자사로부터 수해 복구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다.

    “제가 도움을 받기 전까지는 먹고살기 바빠 봉사를 잊고 살았죠. 그런 제가 수해를 당해 도움을 받아 보니 봉사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죠.”

    그는 그때 받은 도움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지인과 함께 적십자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양씨에게 있어 그때 받은 도움은 힘을 내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봉사를 하러 현장에 가보니 마음에 더 와닿더라고요. 상황이 나아져 마음의 여유도 생기니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지요.”

    2002년 태풍으로 남편 공장 물에 잠겨
    대한적십자사에 수혜 복구 도움 받고
    봉사의 필요성 깨달아 나눔 실천 시작
    이후 20여년간 적십자 봉사원으로 헌신

    김해지역 사할린 이주민·탈북민 등
    취약계층과 결연 맺고 맞춤형 봉사
    긴급위기가정 생계·주거·의료 지원
    장애인 무료급식소·빨래방도 운영

    2016년부터 3년간 1억원 후원해
    라오스 지역에 초등학교 2곳 세워
    “나눔은 남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자라도 공유하며 희망을 주는 것”

    ◇어떤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지= 이후 양씨는 20여년간 적십자 봉사원으로서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대한적십자사봉사회 김해지구협의회 소속으로서 김해지역 내 북한이탈주민, 청소년회복센터 사할린 이주민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취약계층과 결연을 맺고 매월 해당 가구에 필요물품과 정서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희망풍차 결연활동, 대상자의 욕구 및 특성을 반영한 수혜자 맞춤형 프로그램,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생계·주거·의료·교육 등을 지원하는 긴급위기가정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장애인 무료급식소, 무료 빨래방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저는 적은 나이는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제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물질적으로 마음적으로 어떻게든 돕겠다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적십자사 경남지사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 경남 1호인 양문자(왼쪽 다섯 번째)씨가 후원해 건립한 라오스 초등학교 개교식에서 감사패를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적십자사 경남지사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 경남 1호인 양문자(왼쪽 다섯 번째)씨가 후원해 건립한 라오스 초등학교 개교식에서 감사패를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여년간 실천해 온 봉사활동의 편린들= 그에게 있어 모든 봉사활동이 뜻깊고 애정 어린 순간이다. 그중에서 김해에 거주하고 있는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2009년 사할린 동포 어르신 108분이 김해에 오셨어요. 당시 대한적십자사봉사회 김해지구협의회 회장님이 사할린까지 직접 가서 인솔해오셨죠. 지금까지도 계속 그분들을 돕고 있어요. 처음 만날 당시에는 인상이 많이 안 좋으셨는데, 편안하게 계시는 모습을 보니 보기가 좋죠. 다만 시간이 흘러 한 두분씩 돌아가시고 인원이 줄어드니 그게 참 가슴이 아파요.”

    이어 양씨는 도움을 전달한 뒤 돌아오는 따뜻한 말 한 마디, 한 마디들을 떠올리며 환한 미소를 띄었다.

    “결손 가정의 집을 보수하러 간 적이 있었어요. 그 집에 처음 갔을 때 바닥과 천장은 훼손돼 있었고,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좋지 않은 상황이었죠. 며칠간 늦은 시간까지 수리를 하며 다시 원상복구된 집에서 주인 어르신이 ‘고맙습니다’라고 밝은 미소를 보여주었을 때 그 뿌듯한 기분은 정말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예요. 김해지역 청소년회복센터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데, 이곳에 있는 아이들이 ‘저도 커서 좋은 일 하겠습니다’고 얘기해 줄 때 보람을 느껴요.”

    ◇봉사뿐만 아니라 후원도= 양씨는 봉사뿐만 아니라 후원을 통해서도 어려운 이웃을 도와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저는 제가 어려움을 겪었던 때를 기억하고 있어요. 그때 받은 도움을 가슴에 새기고 있었고,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게 되었죠. 제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올바르게 쓰여질 일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 봉사활동뿐 아니라 노인과 어린이를 위해 후원을 하기로 마음먹었죠.”

    그는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의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RCHC) 경남 1호 가입자다.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은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으로, 2016년 가입 당시 양씨는 3년 약정으로 1억원을 후원키로 하고 해외 저개발국가 아이들이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건립해 줄 것을 적십자사에 당부했었다.

    “라오스에 가서 학교 몇 군데를 돌아보니 상황이 너무나 열악하더라구요. 어떤 학교는 창문이 깨져서 임시방편으로 막대기를 세워 놓고, 교무실도 없었어요. 또 어떤 학교는 비가 많이 오면 교실에 물이 들어와 수업도 못하는 상황이었죠. 눈으로 직접 보니 돕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의 도움으로 2018년 라오스 비엔티안 지역에 Sandin 초등학교, 2020년 라오스 사이타이 지역에 Duangbudy 초등학교 등 총 2개의 학교가 세워졌다.

    “코로나19 때문에 최근에 건설된 학교는 가보지 못 해 너무 아쉬워요. 코로나가 잠잠해져 라오스에 다시 가게 되면 다른 학교들도 둘러보면서 학교 건설을 이어갈 계획이에요. 또 학교 건설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말이 통한다면 학비 없는 친구들에게 장학금도 전달하는 등 지속적으로 후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평소 양씨는 나눔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마다 그는 이렇게 전한다.

    “사실 모두의 마음 속에는 나눔이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나눔은 나에게 남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자라도 같이 공유하며 따뜻함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이에요. 그래서 금액이 크거나 작은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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