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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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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칼럼]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갈등 ①

최낙명 (몸그린 한의원 원장)

  • 기사입력 : 2021-11-15 08: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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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낙명 몸그린 한의원 원장

    대한민국은 의료체계가 이원화돼 있다. 한의학과 현대의학이다. 이원화 돼 있는 만큼 각 영역에 있어 특화된 장점을 통해 치료를 하며, 부족한 부분은 서로가 메워주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언제나 ‘이상은 이상으로만 존재’한다. 언제부터인지 서로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배타적인 부분만 강조하며 충돌하고 있다. 의료계에 국한되어야 할 것이, 온갖 곡해를 통해 혹세무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일개 의료인으로써 현 세태의 안타까움에 펜을 들어본다.

    21세기에 이르러 과학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삶의 편의성과 신문물들은 꾸준히 증대되고 있는 반면, 이 때문에 예기치 못한 사회적 문제들 또한 발생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적절히 규제하기 위해서 사회는 법이라는 테두리를 만드는데, 이 법의 기반은 인간의 ‘도덕성’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지 않다면 법은 단순규칙 또는 위계질서의 한 단면으로 국한된다. 법의 가치는 단순히 질서유지나 분쟁해결의 수단이 아닌 인생의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삶을 조망하게 함에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그것의 활용주체인 인간의 도덕성은 오히려 정체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나의 현상에 관해 있어야 할 적절한 비판이 신랄함을 넘어 비난으로 변질되고 있다. 정치이념 갈등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상황들이 이제는 범인(凡人)의 삶에 까지 확장되어 젠더 간의 갈등, 직업 간의 갈등 등 프레임을 짜서 선동 가능한 모든 것들까지 번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시류(時流)이기 때문에 강제로 당장 조치하기는 힘들다. 원론적으로 각 개인의 도덕성을 길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지식함량을 통해 상대와의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따라서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갈등 또한 각 학문이 가진 기본배경을 먼저 알고, 서로의 차이를 먼저 인정하는 것이 얽혀버린 실타래를 푸는 시발점이다. 이제 그 과정을 서술해보고자 한다.

    과거 없는 미래가 없듯이, 학문 또한 과거의 종합으로 현재가 형성되었다. 그 발자취를 역사라고 한다. 따라서 한 학문의 정체성은 그것의 역사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이를 배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의학 또한 마찬가지로 의사학이라는 것을 배운다. 한의학이든 현대의학이든 시작점은 종교다. 신이야 말로 인간의 생사를 결정하며 이에 따라 주술을 통해 치료라는 행위가 이루어졌다. 그 당시는 종교의 초기형태인 애니미즘, 토테미즘, 샤머니즘 등이 인간사회의 구심점이었다. 종교가 제대로 자리 잡으면서 치료행위 또한 구체화 되었지만, 결국은 초기의 주술적인 행위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종교를 기반으로 인문, 철학, 예술, 의학, 과학이 분야별로 태동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인간이라는 생물에 대한 이해를 단순히 신의 선물이라는 개념에서 탈피하여, 생로병사를 존재의 이유와 결합하여 궁구(窮究)하게끔 만들었는데 실로 엄청난 변혁이었다. 이때부터 서서히 동·서양의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동양은 인체를 자연현상과의 결합에 더욱 집중했고, 서양은 자연과 따로 떨어뜨려 하나의 객체로써 집중했다. 비단 이것은 의학에만 있었던 흐름이 아니라 동·서양이 각자 추구했던 시류가 하필이면 달랐고, 의학 또한 그것에 속했을 뿐이었다. 이런 흐름이 결국 동·서양 모두 의학에서 질병과 신을 분리시킬 수 있었고, 하나의 합리적인 학문으로써 의학이 자리매김했으며 전업의사가 출현할 수 있었다. 동양은 ‘황제내경’이라는 동양의학의 원전(原典)이, 서양은 히포크라테스라는 서양의학의 아버지로 이런 변화를 대표한다.

    최낙명 (몸그린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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