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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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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초록아파트- 최정남

  • 기사입력 : 2022-01-13 0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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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순밭 무인 아파트 기초공사 끝내고

    드디어 세상 밖으로 조감도를 내밀었다

    시공사 이름도 숨긴 최첨단 건설 현장


    날마다 층을 올려 분양이 코앞이다

    자연이 보시하는 든든한 무상 아파트

    동그란 방만 있어요 거품 없앤 원룸 투룸


    가부좌 반지하는 벌레에게 내어주고

    바람 잡는 중간층은 은밀히 분양해요

    오십층 꼭대기에는 구름 햇살 세를 놓고


    ☞ 진정, 집이란 직장으로 학교로 나갔던 가족들이 사랑의 끈으로 다시 묶이고자 찾아드는 따뜻한 보금자리다. 서울 강남 쪽 아파트 한 채가 일반 직장인들이 평생 안 쓰고 모아도 살 수 없는 수십억을 호가한다는 사실은 온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날만 새면 뛰는 아파트 값에 강남지역 강아지는 한강 전망을 보면서 ‘멍멍’이 아니라 ‘억억’하고 짖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서울 아파트는 한강 전망에 따라 값이 오르고 내린다는데, 집 없는 서민에겐 이 얼마나 낯설고 아픈 말인가.

    대책 없이 전월세에 쫓기며 설움을 겪고 있는 서민을 위해 최정남 시인이 무상으로 ‘초록아파트’를 분양한다. 죽순이 “날마다 층을 올려” 더 맑고 높은 바람을 불러와서 하늘까지 초록 물을 들이는 최첨단 50층 아파트다. 맨 아래쪽은 뭇 벌레들에게 너그러이 내어주고, 맨 꼭대기엔 구름 햇살과 달과 별의 놀이터로 내어준다니 상상만 해도 평화롭기 그지없는 아파트다. 한강 전망에 어찌 비할까! 자연의 땅에 자연의 집이라 프리미엄도 거품도 없고, 세를 올리느니 방을 빼라느니 하는 이도 없다. 나날이 올라가는 비싼 세금 걱정도 물론 없으니 우리가 그토록 바라고 함께 할 초록세상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높은 고층아파트가 죽순처럼 솟구쳐도 누울 자리 한 평 없는 서민들에게 평등과 평화의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게 하는 작품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선정국으로 요란하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시인이 분양하는 초록아파트처럼 새봄엔 제발 서민들의 목마른 집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갈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남순(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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