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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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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클로로메탄에 의한 집단 독성 간염] 작업장 화학물질, 함부로 다루면 毒

최근 창원 모 사업장 원인불명 급성 중독 원인
유해물질 노출되는 일 하는 경우 위험성 인지
규정에 정해진 방법·양 지키고 보호구 착용

  • 기사입력 : 2022-03-20 20: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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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연휴를 앞둔 토요일 오전 외래를 보던 중 소화기내과 선생님으로부터 급히 전화가 왔다. 급성 간염으로 입원했다 퇴원한 환자가 직장에 복귀했는데, 다시 간기능검사 결과 이상이 생겨 간염의 원인이 아무래도 직장에서 쓰는 화학물질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의뢰해달라고 말씀드린 후 황달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누런 눈빛과 안색을 띤 피로해 보이는 40대 초반의 남자와 진료실에서 면담했다.

    창원파티마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현재 과장이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창원파티마병원/
    창원파티마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현재 과장이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창원파티마병원/

    환자와 면담을 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근무 중인 작업장에서 평소 사용하던 세척제의 성분인 디클로로메탄이 화학물질관리법의 규제대상이 되면서 작년 10월께부터 새로운 세척제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일하는 작업장 주변에는 약 40명의 노동자들이 작업하고 있는데, 세척제를 변경한 후부터 약 10명 정도가 원인불명의 간염으로 치료를 받게 되었다. 환자분도 1월초 소변이 노랗게 나오는 걸 이상히 여겨 진료를 받은 후 심한 간기능 이상과 황달 등을 확인하고 급성 간염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과거 건강진단 결과에서 간기능 이상이 없었으며, 과거병력, 바이러스성 간염, 음주, 비만, 한약 및 건강보조식품 복약 등에 대해 확인한 결과 특이사항은 없었다.

    새로운 세척제가 어떤 성분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사업장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한 급성 간염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이후 노동부, 산업안전공단, 의료기관의 협력으로 급성 간염을 일으킨 물질은 새로운 세척제에 들어있는 트리클로로메탄이며, 이로 인해 그 사업장에서 총 17명이 독성 간염이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재 문제가 된 사업장에는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고 관련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최근 큰 문제가 되었던 창원 모 사업장에서 세척제에 의해 집단적으로 발생한 독성 간염의 시작과 전개과정이다.

    건강진단결과를 보면 대부분 기본항목에 간기능검사 항목(GOT, GPT, 감마-GTP)이 들어있는데, 이러한 검사결과가 기준치를 벗어나 증가하는 경우 간기능 이상 또는 저하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이상이 있는 경우 특별한 간담도계 질환이 없는 경우라면 그 원인을 대부분 개인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B형, C형 또는 A형 바이러스 간염이 있는지, 술을 즐기는지, 비만인지, 최근 새로 먹기 시작한 약, 한약, 건강보조식품 등이 있는지 등을 따져본다. 물론, 상당수의 간기능 이상은 이러한 개인적인 원인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최근 트리클로로메탄에 의한 독성 간염의 경우에서와 같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직업 및 환경적인 원인이 질병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엄청난 문제가 일어나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 건강을 위해 가습기 살균으로 많은 가정에서 사용했던 가습기 세척제는 오랜 시간이 흘러 오히려 노출된 사람들에게 폐섬유화를 일으켜 생명을 빼앗고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고통 속에 살아가게 하고 있다. 2016년에는 적절한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메탄올을 사용한 젊은 미숙련 노동자들이 실명을 당하는 어처구니 없으면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렇게 많은 물질들이 건강문제를 일으키는지 의아하거나 놀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화학물질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새 발의 피’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현재 특별한 건강문제를 일으킨다고 알려지지 않은 유용한 화학물질들도 시간이 흐르면 언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독성 간염을 일으킨 트리클로로메탄은 건강문제가 노출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빨리 발생해 인과관계를 파악하는데 수월했다면, 가습기 살균제 같이 오랜 시간이 흘러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매우 어렵거나 관계를 따지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수없이 많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금연, 절주, 규칙적 운동, 적절한 체중관리 등 스스로 좋은 습관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평소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일이나 활동을 하는 경우 위험성을 인지하며 경각심을 가지고 규정에 정해진 방법과 양을 지켜 사용하고 적절한 보호구를 착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이상이 발생한 경우 개인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직업환경적인 요인도 고려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더 좋은 건강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도움말= 창원파티마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현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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