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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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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새- 이광석

  • 기사입력 : 2022-04-21 08: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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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가 우는 소리는

    그의 영혼의 가장 깊은 속살을

    쪼아대는 언어의 즙이다


    새가 나는 공간은

    그의 가냘픈 의지가

    쌓아올리는 부재의 계단이다


    공간을 쪼아 만든 무덤 저쪽

    새의 울음소리로 박제된

    푸르디푸른 허무의 늪


    한 계단 또 한 계단

    그렇게 이승의 흔적을 지워가는

    새들의 비상

    그것은 어둠을 뚫고 치솟는

    유배당한 자유의 눈부신 귀향이다.


    ☞ 많은 시어(詩語)들 중 새는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새를 노래한 이미지들을 살펴보면 대개는 ‘자유와 순수’를 나타낸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새를 통해 허무를 노래한 시는 드물지요.

    우리는 여기서 새의 허무를 만납니다. 그래서 “새가 나는 공간은/ 그의 가냘픈 의지가/ 쌓아올리는 부재의 계단”이 됩니다. “공간을 쪼아 만든 무덤 저쪽/ 새의 울음소리로 박제된/ 푸르디푸른 허무의 늪”이 됩니다.

    “새가 우는 소리는/ 그의 영혼의 가장 깊은 속살을/ 쪼아대는 언어의 즙이”기도 합니다. 그 슬픈 언어는 “한 계단 또 한 계단/ 그렇게 이승의 흔적을 지워가는” 비상이기도 하겠지요. 여기 새가 있습니다. 커다란 허무가 있습니다.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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