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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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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찰칵- 정이경

  • 기사입력 : 2022-06-30 0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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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드나무 몇 그루 세 들어 산 지 오래

    다정한 가계(家系)라고 말하고 있다

    아직 열리지 않은 창문처럼 파문 없는 수면은

    안과 밖의 고요가 궁금해진 시각을 견뎌낸다

    물안개 다녀가자 가시연은 어쩌자고 불쑥!

    물옥잠, 어리연, 물달개비까지

    모든 것이 배경이 되는 나의 하루는 동판지 너머의 풍경이다

    짧은 봄 물러난 지금 개개비가 첫여름을 알린다

    수많은 가을날이 지나갔고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곧이어 주남지가 그려낸 수채화 한 점이 그대 앞에 인화될 것이다

    모든 배경을 빌미로 풍경이 되는 그 순간.


    ☞ 우리는 사진틀 안에 들어가 늘 풍경이 되지요. ‘모든 배경을 빌미로 풍경이 되는 그 순간’ 찰칵 하고 사진틀 속으로 뛰어들지요. 이렇게 우리는 ‘수많은 가을날이 지나갔고 혹독한 겨울을 보냈’습니다.

    우리 곁 ‘다정한 가계(家系)라고 말하고’ 싶은 ‘물옥잠, 어리연, 물달개비’와 가시연까지 ‘모든 것이 배경이 되는 나의 하루’가 찰칵하고 사진틀 속으로 들어옵니다. 나의 하루처럼 당신의 하루도 다르지 않겠지요.

    모든 사진은 ‘안과 밖의 고요가 궁금해진 시각을 견뎌낸’ 결과물이겠지요. 어쩌면 우리가 보낸 수많은 날들과 셀 수 없는 사연들도 다 찰칵하는 순간 사진틀 속에 갇혀 풍경이 되겠지요. 어느 날 문득 사진첩을 뒤적이다 보면.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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