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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5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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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문화의 향기] (26) 김해 갤러리나무

아낌없이 예술의 꿈 키워주는 나무

  • 기사입력 : 2022-07-06 1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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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국립박물관, 대성동고분박물관, 수로왕릉, 수로왕비릉, 수릉원 등 옛 금관가야의 유물 전시관과 유적지가 몰려 있는 김해시 대성동에 위치한 김해향교. 찬란했던 가야 유적에 살짝 가려지긴 했지만 유구한 김해 역사의 맥을 잇고 있다.

    ‘김해향교’라 새겨진 빗돌을 지나면 유림회관 1층 오른편에 갤러리나무가 있다. 향교 내 갤러리는 전국에서도 보기 드물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막상 가보면 묘한 조화를 이룬다. 한옥 스타일의 유림회관 건물은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갤러리로 인해 생동감이 느껴지고, 유림회관 한편에 자리한 갤러리는 도드라져 보인다고 할까.

    한옥 스타일의 유림회관 건물 아래 자리한 갤러리나무 전경.
    한옥 스타일의 유림회관 건물 아래 자리한 갤러리나무 전경.

    갤러리 입구에는 ‘뉴프런티어 인 김해전’이란 입간판이 놓여 있다. 올해 김해미술협회에 신입 회원으로 등록한 15명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밖에서 볼 때는 전시공간이 좁지 않을까 싶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넓었다. 아담하지만 개방감이 있어 관람객들이 쾌적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듯했다.

    50평 남짓한 갤러리 공간 중 일부는 이갑임 관장(서양화가·김해미협 부회장)의 작업실로 사용 중이다. 중앙에는 이젤과 캔버스가 놓여 있고, 갖가지 형태의 붓과 나이프를 비롯해 팔레트, 스케치용 석고상, 유화물감 등 각종 화구들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벽면에는 이 관장의 작품 컨셉인 ‘골목 야경’을 주제로 한 구상·비구상작품이 빼곡히 걸려 있다.

    갤러리와 작업실 사이의 자투리 공간에는 공예작가와 도예가들의 소품을 판매하는 간이 아트샵이 있다. 종류는 많지 않지만 정성스러운 손길이 묻어나는 장신구, 부채, 컵, 장식품 등이 진열돼 있다.

    갤러리나무 전시장 내부.
    갤러리나무 전시장 내부.
    갤러리나무 전시장 내부.
    갤러리나무 전시장 내부.

    ◇누구나 대관료 부담 없이 전시= 이 관장이 이 자리에 터를 잡은 시점은 2019년 6월. 당시 개인 작업실이 필요해 임대받았고 일부 공간에는 자신의 작품을 걸어두었다.

    그런데 이곳을 방문한 동료 화가들이 좁아도 좋으니 전시장으로 빌리고 싶다고 해 작업실을 줄이고 전시공간을 넓혀 갤러리로 오픈하게 됐다. 어쩌다 보니 갤러리 관장이 된 셈이다.

    “저도 그렇지만 화가들 대부분이 가난하잖아요.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전시공간 대관료가 부담스러운 작가들에게 전기료 정도의 비용만 받고 대관하고 있어요.”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지만 갤러리나무에서의 전시 횟수는 더 늘어났다. 김해문화의전당 전시실과 전시공간이 있는 도서관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전시공간이 부족해 개인이 운영하는 갤러리를 찾는 수요가 많아진 것.

    갤러리나무는 전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문호를 활짝 개방하고 있다. 작가가 아닌 누구나 전시가 가능하다. 지난해에는 초등학교 6학년생이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대관료가 저렴하고 문턱이 없으니 비수기인 1, 2월을 제외한 1년 내내 전시 스케줄이 잡혀있다. 올 들어 19번째 전시회를 가졌고 연말까지 대관이 완료됐다.

    갤러리나무 이갑임 관장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
    갤러리나무 이갑임 관장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
    갤러리나무 이갑임 관장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
    갤러리나무 이갑임 관장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
    갤러리나무 이갑임 관장 작업실 내부.
    갤러리나무 이갑임 관장 작업실 내부.

    ◇참가비 안받고 어린이 공모전 개최= 이 관장이 화가를 꿈꾸게 된 것은 초등학생 때다. 그의 고향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은 건물보다 논과 밭이 더 많은 시골이었다. 오래되고 허름한 시골집들 사이에서 선생님이 사는 사택은 동네에서 가장 예쁜 집이었다.

    어느날 크레용으로 선생님의 사택을 도화지에 그렸는데, 그림을 본 선생님이 “이야, 잘 그렸네!”하고 칭찬을 했다.

    이후 틈만 나면 그림을 그렸고, 여러 차례 사생대회에 나가 운동장에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교단에 올라 상을 받기도 했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그를 화가의 길로 발을 들이게 한 것이다.

    학창 시절 선생님의 칭찬 덕분에 이만큼이라도 온 것 같아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코로나19로 어른들도 힘들었지만 학교도 못가고 집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이 안타깝기도 했다.

    지난해 동료 화가 10명과 함께 ‘아트가야’라는 미술인 봉사단체를 결성, 참가비도 안 받고 유치원생·초등학생 500명의 신청을 받아 그림 공모전을 개최하고 크리스마스 날 전시회를 가졌다.

    아트가야 정회원 10명 외에 김해미협 회원 40명을 명예회원으로 위촉, 화가 1명이 어린이 10명을 지정해 ‘지역작가상’을 수여했다. 자신의 그림이 전시장에 걸리고 상까지 받게 되자 참가 학생 모두 뿌듯해하고 부모들도 흐뭇해했다.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덜컥 겁이 나기도 했지만 다행히 무탈하게 행사를 치렀다. 올 연말에 두 번째 공모전을 가질 예정이다.


    갤러리나무 외부 모습.

    갤러리나무 입구.

    ◇부모님에 대한 애틋함이 화풍 바꿔= 이 관장은 오래전부터 비구상작품을 해왔으나 몇 년 전부터 형상이 구체화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부분 작가의 화풍은 구상에서 비구상으로 전환되는데, 독특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된 것은 부모님에 대한 애틋함 때문이다.

    “농촌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며 미술반을 했는데 고3 때 진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농사일하는 집안 형편으론 진학이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께서 대학에 보내줬어요. 저 학비 댄다고 4년간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나이가 들수록 돌아가신 부모님께 효도하지 못한 아쉬움이 커져 가던 차에 개인전을 찾은 한 어르신이 비구상작품들 사이에 걸려 있던 구상작품을 보고 “야야, 이거 참 예쁘네”라고 했다. 그 뒷모습이 엄마와 닮아 보였다.

    그즈음 화풍이 비구상에서 구상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우연찮게 충효예를 가르치는 향교에 갤러리를 열게 됐다.

    공예작가와 도예가들의 소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간이 아트샵.
    공예작가와 도예가들의 소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간이 아트샵.

    ◇누구라도 찾아오는 사랑방으로= 이 관장에게 갤러리나무는 고맙고 소중한 공간이다. 집에 있으면 갑갑하고 짜증날 때가 있는데 여기 와서 작업하고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

    “제 삶의 편안한 휴식처이기도 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공간이죠. 아침에 집에서 여기까지 걸어와서 문을 여는 순간마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바람이 있다면 이곳이 다른 사람에게도 안식을 주는 장소가 됐으면 한다. 이 자리에서 갤러리를 계속 운영하게 된다면 누구라도 와서 커피 한 잔 하며 편안하게 얘기를 나누는 사랑방으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글·사진=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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