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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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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삭기 깔린 노동자 허위신고로 숨져… 도내 노동계 “산재 은폐 전면 수사를”

지난해 119에 ‘산행 중 실족’ 신고
노동계 “잘못된 정보로 시기 놓쳐… 사측, 근로계약서 위조한 정황도”

  • 기사입력 : 2022-07-31 21: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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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6월 19일 오후 4시 20분께 거제 이수도에서 둘레길 공사를 하던 굴삭기가 갑자기 무너져 내린 지반에 쓰러졌다. 이 사고로 굴삭기 작업자 노치목(당시 28세)씨가 굴삭기에 깔려 중상을 입었고, 1시간 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노씨의 죽음은 다음날 ‘산행 중 실족으로 추락 추정, 중상 1명, 응급처치 후 이송’란 짧은 문장으로 경남소방본부 일일상황보고에 보고됐다. 이는 사고 직후 119에 신고한 사측 관계자가 ‘산책 중 굴렀다’고만 알렸기 때문이다. 신고 내용에는 ‘굴삭기’, ‘작업 중’과 같은 중요한 사실은 빠져 있었다. 이에 따라 경남 노동계가 노씨를 죽음으로 이끈 사고에 대한 사측의 산재은폐 정황과 근로계약서 위조 행위에 대한 전면적인 재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와 마창거 산재추방운동연합은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산업재해 처리를 피하고자 구조 신고를 지연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는 노씨의 억울한 죽음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사측이 119에 허위정보를 전달한 행위가 치료시기를 놓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허위정보 신고로 소방대는 노씨가 위중한 중증 환자임을 알지 못한 채 출동했고 결국 치료시기를 놓쳤다”며 “수사기관은 단순한 사고 사망 사건이 아니라 산업재해를 은폐하기 위해 신고를 늦추고 구조를 지연시킨 것이 고인의 사망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사측의 근로계약서 위조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은 “사고 이후 유족들의 법정 다툼 중 사측이 노씨의 이름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제출한 노씨 명의의 근로계약서가 위조된 것이 확인됐다”며 “위조의 시기는 명확하지 않으나 노씨의 사망 이후일 것이며, 그 목적은 노씨가 받은 일당을 기준으로 하는 여러 보상 및 배상의 책임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당시 신고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28살 노치목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근로계약서 위조 등 유족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한 치의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노동부는 노씨가 숨진 뒤 노동부에 사망 사실을 신고했기에 산재 은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재가 발생했다는 사실만 알리면 산재 은폐로 보지 않는다.

    한편, 법원은 현장소장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자료사진./픽사베이/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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