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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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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증가하는 통풍환자] 바람만 스쳐도 ‘악’ 과도한 치맥은 ‘독’

땀 배출 늘고 알코올·고열량 음식 섭취 증가 등 원인
체내 ‘요산’ 쌓이며 발병… 관절·주변 조직에 염증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통풍 관절염으로 진행

  • 기사입력 : 2022-08-22 08: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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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전체 통풍환자는 39만 5154명에서 2021년 49만 2373명으로 약 20% 급증했다. 특히 통풍환자는 날이 따뜻한 봄에 증가세를 보이다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에 통풍환자가 가장 많았다. 이처럼 여름철에 통풍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땀 배출량 증가에 따른 요산 수치 상승 △탄산음료 또는 알코올 섭취량 증가에 따른 요산 수치 상승 △백숙, 치킨 등 고열량 음식 섭취량 증가 등이 있다. 주로 중년 남성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진 질병이지만, 황제병이라고 불리던 이름을 과시하듯 서구식 식단이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20~30대에서도 발병이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바람만 스쳐도 통증이 느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통풍’. 혈액 내 요산의 농도가 높아져서 관절이나 그 주변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는 염증성 관절 질환으로, 급성 통풍 관절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통풍 관절염으로 진행된다. 통풍 발생에는 고요산혈증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지만, 고요산혈증 자체가 통풍인 것은 아니다. 급성 발작을 겪는 중에 혈중 요산 농도가 낮은 경우도 있고, 만성통풍 관절염으로 진단되었지만, 과거 급성 발작 경험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요산은 우리 몸에서 유전 정보 전달을 담당하는 DNA와 RNA의 구성 성분 중 하나인 ‘퓨린’이라는 물질이 체내 대사 과정을 거치면서 생성되는 최종 산물이다. 우리 몸은 매일 일정량의 요산을 생성하고 배출하면서 체내 요산 농도의 균형을 유지한다. 요산은 주로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설되는데, 배출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거나 지나치게 많이 생성되는 경우 체내에 요산이 많이 축적되며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높아진다. 이것을 고요산혈증이라고 하며 대략 남자는 7mg/dl 이상, 폐경 전 여자는 6mg/dl 이상을 고요산혈증으로 본다. 혈압약, 당뇨약, 결핵 치료제와 같은 약물을 복용하거나 퓨린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 혈액 내 요산치가 높아질 수 있으며, 신장 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도 요산 배설이 제한되어 고요산혈증이 유발될 수 있다. 이처럼 과량으로 증가한 요산이 결정을 형성해서 염증을 유발하여 관절염을 일으키는 것을 통풍이라고 한다. 하지만 염증성 관절염인 통풍이 발생하지 않은 무증상 상태의 고요산혈증도 존재하며, 길게는 10~15년까지도 무증상일 수 있다.

    급성 통풍 관절염은 아주 갑자기 발생하는 극심한 통증이 특징이다. 통풍 발작으로 표현되는 이 증상은 대부분 하루 이내 최대치에 이를 정도로 갑작스럽게 생기고, 굉장히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통증을 느끼는 관절에 붓기와 발적, 열감이 나기도 한다. 대개 엄지발가락이나 발등, 발목에 발생하고 드물게는 무릎, 손목, 팔꿈치에 발생하기도 한다. 가벼운 발작은 몇 시간 혹은 하루 이틀 지속되지만 심할 때는 수일 이상 지속되기도 하며, 발작 기간은 보통 2주를 넘기지 않는다. 만일 다친 적이 없는 관절에 2~4주 이상 열감과 부종을 동반한 관절통이 지속된다면, 통풍 외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급성 통풍 발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음주 외에도 외상, 탈수, 입원, 수술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스트레스 상황이 있다. 과식을 하거나 지나친 금식을 하는 경우에도 발작이 유발될 수 있다. 급성 발작의 전형적인 예로 등산이나 운동 후 맥주를 한잔하고서 잠이 들었는데 자다가 극심한 통증을 겪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진단에서 중요한 것은 갑작스러운 극심한 통증, 열감과 같은 특징적 증상이다. 혈액검사로 요산치를 알아볼 수도 있지만, 급성 발작 상황에서는 혈중 요산치가 일시적으로 낮아진 경우도 있다. 따라서 혈중 요산치가 높지 않더라도 증상이 통풍으로 의심된다면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통풍 확진은 관절 천자로 관절액을 뽑은 후 편광 현미경으로 요산 결정을 확인하는 것이지만, 관절 천자가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에, 관절 초음파나 통풍 CT 검사를 하기도 한다. 심한 급성 발작이라도 치료 없이 저절로 호전되기도 하지만 급성기 치료를 하면 더욱 빨리 좋아질 수 있다.

    통풍은 식생활이 부실하거나 영양 상태가 불량한 경우에는 잘 생기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왕이나 귀족 등 부유한 계층에서 발생하는 ‘황제병’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과도한 영양 섭취가 오히려 문제가 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비만, 잦은 음주, 과식과 고지방식으로 인해 통풍 발생이 많아졌다. 또한 통풍은 여러 질환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만,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당뇨, 고혈압, 만성 신질환, 심혈관 질환은 대표적인 동반 질환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역시 고요산혈증이 생길 만한 상황과 연관이 있다. 현대인들은 통풍 발생 위험을 높이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통풍 발작이 아직 없는 경우라도 고요산혈증과 관련된 다양한 질환이 동반될 위험도 있으므로,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높은 상태라면 그대로 방치하기보다는 경과를 관찰하고 가능한 관리를 시작할 것이 권고된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류마티스내과 황지원 교수는 “발작이 수그러들면 거짓말처럼 아무런 증상이 없는 시기를 경험하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약국에서 응급약을 사서 자의로 복용하는 환자도 있다. 이런 경우 신기능 장애나 간 기능 이상을 가진 경우가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은 후 약물 치료를 할 것을 권한다”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급성 발작이 호전되었다고 해도 반복적인 발작을 경험했거나 통풍 결절이 만져지는 상태라면 요산을 낮추는 요산 저하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해당 치료는 당뇨나 고혈압 치료와 비슷한데, 요산을 낮추는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여 혈중 요산치를 일정 목표치로 유지함으로써, 향후 급성 발작의 재발을 막고 관절의 파괴와 만성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도움말=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류마티스내과 황지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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