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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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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ON- 여기 어때] 멍 때리기 좋은 섬 통영 연화도

멍 때려봐! 멍 지워져!
망망한 바다에 둘러싸여 연꽃처럼 떠있는 섬
기암 절경, 도심에 찌든 가슴 말끔히 씻어줘

  • 기사입력 : 2022-09-01 21: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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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항 속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바라보는 ‘물멍’, 모닥불을 하염 없이 바라보는 ‘불멍’, 먼 숲을 바라보는 ‘숲멍’.

    빠르게 돌아가는 삶에 지쳐서일까? 언제부턴가 ‘멍’이 유행이 됐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소위 ‘멍 때리기’로 심신을 안정시킨다는 것이다.

    ‘멍~ 때리기’가 이렇게나 회자된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일상을 벗어난 여유로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회라는 반증일 것이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냥 밋밋하고 심심한 ‘멍’이 필요하다면 망망한 바다로 둘러싸인 섬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그중에서도 ‘멍~ 때리기 좋은 섬’ 통영 연화도로 떠나보자.

    통영연화도 용머리 일출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통영시/
    통영연화도 용머리 일출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통영시/

    ◇통영서 처음 사람이 살았던 섬= 연화도는 통영시 욕지면에 속한 섬으로 통영항에서 남쪽으로 약 23㎞, 욕지도 동쪽으로 7㎞ 바다 위에 연꽃처럼 떠있는 섬이다. 통영항이나 삼덕항에서 한 시간 정도의 뱃길이면 연화도에 닿는다. 통영의 섬 가운데 최초로 사람이 살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살기 좋고 아름다운 섬으로 알려져 있다.

    연화도는 동서로 3.5㎞, 남북으로 1.5㎞ 가량의 작은 섬이지만 수려한 해안 풍광을 구경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인기가 있다. 연화도에는 본촌, 십릿골, 동두 세 개의 마을이 있다. 정기 여객선이 닿는 본촌 포구 뒤편을 나지막한 산줄기가 감싸고 있어 분위기 아늑하다.

    통영 연화사에서 바라본 기암 절경.
    통영 연화사에서 바라본 기암 절경.

    ◇불교 성지로 각광= 연화도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불교와 인연이 깊다. 조선시대 때 연화도인이라는 한 도인이 억불정책의 핍박을 피해 이 섬으로 들어와 불공을 드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연화도인은 이 섬 높은 곳에 조그만 암자를 지어 평생을 수도하다가 열반에 들면서 “다음 생에 다시 와서 정진하겠노라”는 표적을 바위에 새겨 놓고 열반했다. 사람들은 연화도인이 열반한 봉우리를 연화봉(해발212m)이라 불렀고, 나중에는 이 섬도 연화도라 했다는 얘기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연화도인이 입적한 지 70여 년 뒤 사명대사가 연화도로 찾아 들어 수행에 정진한다. 섬 사람들은 훗날 섬을 찾아든 사명대사가 연화도인의 환생이라 믿었다.

    연화도 주민들이 예부터 모시던 산신당에는 연화도인이 불상 대신으로 삼았다는 매끄러운 둥근 돌이 신물로 남아 있고 그 옆에는 ‘富(부) 吉(길) 財(재)’란 글이 새겨진 돌판이 누워있다. 연화도인이 자신을 받아준 섬 사람들을 위해 손가락으로 바위에 썼다는 글이다.

    연화도에는 사찰 한 곳과 암자 하나, 그리고 아미타대불과 해수관음상 등 석불 두 개, 오층석탑 하나가 있다. 연화도가 기껏해야 3.4㎢ 크기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섬인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마을 뒤편에 자리 잡은 연화사는 1998년에 창건된 절이다. 쌍계사의 고산스님이 연화도인의 구전을 듣고 창건했다. 언덕을 넘어 연화봉쪽으로 오르면 연화도인과 사명대사가 수행했다는 토굴도 복원돼 있다.

    토굴 터에서 조금 더 위로 오르면 연화봉 정상이다.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정자 옆으로 아미타대불이 다른 섬들을 내려다보고 있고, 대불의 시선을 따라 시원한 풍광이 펼쳐진다. 도시에서 찌든 가슴이 말끔히 씻기는 듯 시원하고 평화롭다. 바다에서 안개라도 피는 날이면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지워지면서 크고 작은 섬들이 둥실둥실 떠오르는 환상에 빠진다.

    연화도 만물상.
    연화도 만물상.

    ◇압도하는 풍광= 연화도는 섬이 갖고 있는 풍광만으로도 찾는 이를 압도한다.

    연화봉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용머리라고 불리는 기암 병풍을 만날 수 있다. 통영 8경에 이름을 올린 용머리는 누가 봐도 거대한 용이 바다를 헤집고 등천하는 형상이어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연화봉 아래에서 동두마을로 가다 보면 보덕암과 해수관음상이 등장한다. 보덕암은 바다 쪽에서 보면 5층이지만 섬 안에서 보면 맨 위층 법당이 단층 건물로 보인다. 보덕암에서 바라보는 용머리도 일품이다. 보덕암과 석불은 2004년에 지어졌다.

    2011년 말 개통된 출렁다리도 연화도의 새로운 명물이다. 출렁다리는 총 길이 44m로, 섬 주민들이 돼지목이라고 부르는 험준한 협곡 사이를 잇고 있다. 출렁다리 중간쯤에 서면 번지점프대 위에 선 듯 손에 땀이 난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깎아지른 절벽과 바다의 성난 파도를 감상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연화도 선착장→연화봉→출렁다리→용머리 바위→선착장까지는 걸어서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연화도 출렁다리.
    연화도 출렁다리.

    ◇연화도는 바로 이웃한 섬 우도와 다리로 연결= 우도는 연화도 바로 옆에 있는 0.6㎢의 조그마한 섬이다. 2018년 준공된 이 다리는 309m 길이로 섬과 섬을 잇는 보도교 중 국내 최장이다. 연화도 본촌마을에서 다리를 건널 수 있다.

    우도에는 25가구, 40여 명 주민이 살고 있다. 우도가 외지인들의 주목을 받게 된 건 연화도와 우도를 잇는 보도교가 놓이면서 부터다.

    연화도와 우도를 잇는 보도교
    연화도와 우도를 잇는 보도교

    보도교를 건너 숲길을 따라가면 먼저 아랫마을(작은 마을)을 만나고, 다시 언덕길을 넘으면 윗마을(큰 마을)에 이른다. 마을 가는 길에는 동백나무숲이 터널을 이뤄 장관이다. 우도에는 천연기념물(제344호)로 지정된 생달나무 세 그루와 후박나무 한 그루가 있고 희귀한 백동백 나무도 있다. 우도 북단에 있는 ‘구멍섬’은 섬 가운데로 사방 5m 정도의 구멍이 뻥 뚫어져 있어 관광 명물로 각광 받고 있다. 우도를 소개하는 홍보물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볼거리다. 저물녘이면 이 구멍으로 붉은 햇살이 쏟아지는 독특한 장면이 펼쳐진다. 구멍섬 옆은 목섬이다. 이 섬에서 봐야 구멍이 온전하게 보인다. 목섬은 물이 빠지면 건너갈 수 있다.

    우도 구멍섬.
    우도 구멍섬.

    ◇멍~ 때리려면 1박이 제격= 연화도와 우도는 하루 코스의 트래킹도 제격이지만 바다를 바라보며 ‘멍~’ 때리기 위해서는 1박을 추천한다. 섬마을 안길을 걷고, 연화봉 꼭대기에 앉아 ‘바다를 보며 멍 때리는’ 힐링의 경험은 섬에서 하루를 묵어야 가능한 일이다. 저물녘 노을에 물든 섬들을 바라보는 일과 검게 일렁이는 밤 바다, 그리고 절해고도의 싱싱한 아침을 체험하는 기쁨이야 더 말할 게 없다.

    연화도와 우도에는 욕실과 취사가 가능한 콘도형 펜션이 제법 운영되고 있고 민박도 곳곳에 있어 불편하지 않게 하루를 머물 수 있다.

    연화도 본촌마을과 우도에 5~6곳의 횟집과 식당에서는 섬마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가 기다리고 있다. 어느 식당에 들러도 제철 회와 각종 젓갈, 이름 모를 해초 무침과 해초 비빔밥 등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연화도 별미인 싱싱한 고등어 회와 횟감이 푸짐하다.

    연화도 일대는 남해 제일의 바다낚시터로 유명하다. 볼락, 감성돔, 돌돔, 농어 등 고급 어종이 사철 풍성해 연중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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