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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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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김해중부경찰서 외국인명예경찰대장 요한씨

“김해 외국인 거리 구석구석 누비며 ‘안전의 불’ 밝혀요”
2000년 스리랑카서 김해로 와 정착
2012년부터 외국인명예경찰대 활동

  • 기사입력 : 2022-10-19 20: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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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명예경찰대 활동을 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됐어요. 지금처럼 김해 시내를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활동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김해는 제 고향과도 다름없는 도시니까요.”

    해가 저물고 어둑해진 김해 동상동 외국인 거리 일대. 가로등 불빛과 함께 형광색 조끼를 입고 번쩍이는 신호봉과 견착 LED를 갖춘 사람들이 거리를 환하게 밝힌다. 형광색 조끼 뒷면에는 ‘외국인명예경찰대’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지난 2009년 경남경찰청은 전국 최초로 외국인명예경찰대 추진을 발표했고, 직후 김해중부경찰서에도 외국인명예경찰대가 탄생했다. 외국인으로 구성된 이들은 야간 시간대 김해 동상동, 봉황동, 부원동 등 외국인들이 밀집해 있는 동네를 중심으로 도보 순찰 등을 통한 치안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김해중부경찰서 외국인명예경찰대는 스리랑카인 요한(45) 대장이 이끌고 있다. 10년째 대원으로 활동하면서 김해 일대를 환히 밝히고,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해중부경찰서 외국인명예경찰대장 요한씨가 치안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해중부경찰서 외국인명예경찰대장 요한씨가 치안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요한씨와 외국인명예경찰대의 만남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해 시내를 걸어가고 있는데 많은 외국인들이 우르르 지나가는 거예요. 처음에는 이 분들이 외국인명예경찰대라는 걸 몰랐어요. 스리랑카에는 없는 문화니까요. 유심히 살펴보니 제가 아는 형이 있더라고요. 형에게 뭐하냐고 물어보니 ‘치안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어요. 이후 순찰 다니는 걸 보면서 저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그렇게 외국인명예경찰대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요한씨를 비롯해 현재 30명으로 구성된 외국인명예경찰대원들은 통상적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8시께 순찰할 장소에 집결한다. 이들은 외국인이 많은 동네 일대를 비롯해 어두운 골목길 구석구석을 돌며 김해 자율방범연합회와 함께 순찰을 진행한다. 대원들은 어르신들이 어두운 차도를 지나갈 수 있도록 서로 차를 잡아주기도 하고, 어르신들의 리어카를 끌어주는 등 주민친화적인 활동을 펼쳐나간다. 이따금씩 김해 가야문화축제 등 지역 행사 개최 시 치안 및 질서 유지를 위해 동원되기도 하고, 명절에는 특별치안 활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주 2회 정도 모여 활발히 활동했었다.

    10년 간 외국인명예경찰대원으로 동네를 거닐면서 마주하는 풍경은 그에게 있어 봉사를 넘어 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또 다른 소통 창구였다. 지나가는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들과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가본 적 없는 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요한씨는 “오랜 기간 한국에 지내면서도 몰랐던 한국의 법, 문화들을 대원 활동을 통해 자세히 알게 돼서 좋았다”고 전했다. 새로 합류한 외국인명예경찰대원에게 그가 알고 있는 한국에 대한 지식을 설명해주고 도와주며 보람을 느낀다는 요한씨다.

    외국인명예경찰대장 요한씨와 대원들이 외국인들이 밀집해 있는 동네를 순찰하고 있다./김해중부경찰서/
    외국인명예경찰대장 요한씨와 대원들이 외국인들이 밀집해 있는 동네를 순찰하고 있다./김해중부경찰서/

    그는 단순히 멋있어 보이거나 혜택이 있어서 외국인명예경찰대원 활동을 시작한 게 아니었다. 요한씨에게 있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건 큰 기쁨이었다.

    2000년 그는 스리랑카에서 김해로 오면서 줄곧 김해에서 지냈다. 어느덧 김해 생활 22년 차로, 그만큼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가지고 있는 요한씨는 한국어를 몰라 병원가기를 주저하는 주변 외국인들을 위해 통역을 자처하는 등 일상 속에서도 봉사를 실천해왔다.

    “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게 참 좋아요. 그게 한국에 와서 느꼈던 많은 즐거움 중 하나였어요”

    지난 2020년 요한씨는 제4대 김해중부경찰서 외국인명예경찰대장으로 위촉되면서 2년 넘게 단원들을 이끌고 있다. 그해 5월에는 그동안의 외국인명예경찰대 활동을 인정받아 세계인의 날을 기념해 ‘모범 외국인’으로 선정되면서 경상남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외국인명예경찰대장 요한씨와 대원들이 외국인들이 밀집해 있는 동네를 순찰하고 있다./김해중부경찰서/
    외국인명예경찰대장 요한씨와 대원들이 외국인들이 밀집해 있는 동네를 순찰하고 있다./김해중부경찰서/

    10년 전과 현재. 외국인명예경찰대장 요한씨가 바라본 김해 외국인 밀집 지역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10년 전을 떠올리면 문제들이 조금씩 눈에 보였어요. 다양한 문화를 가진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까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많이 달라졌죠. 외국인 분들도 조심해서 활동하려고 하고요. 범죄도 많이 줄었다는 느낌을 받아요”

    김해중부경찰서 외사계 소속으로 2019년부터 줄곧 외국인명예경찰대를 관리하고 있는 김종은 경장도 이야기에 힘을 보탰다.

    김 경장은 “외국인 거리에는 외국인 분들 뿐만 아니라 내국인 상인 분들도 많은데, 외국인명예경찰대는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범 활동인 만큼 주변에서 대원들을 상당히 좋게 봐 주신다”며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활동을 많이 하지 못했었는데, 제가 느끼기로는 활동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있었다. 올해 들어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외국인명예경찰대가 활동을 재개하니 외국인 분들이 좀 더 경각심을 가지고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김해중부경찰서 외국인명예경찰대는 지난 노고를 인정받아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가 개최한 ‘2022 자원봉사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김 경장은 “외국인 분들이 직접적으로 치안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본인들이 직접 이렇게 치안을 하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겠구나, 이런 건 잘못된 거구나’ 라는 걸 직접 느낄 수 있다”며 “앞으로도 활발한 명예경찰대 활동을 통해 외국인 분들이 한국에 잘 정착하고, 주민들하고도 잘 융화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해중부경찰서 외국인명예경찰대원 중 가장 오랜 활동 경력을 지니고 있는 요한씨. 10년 동안 꾸준히 치안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순찰 활동을 하면서 마주치는 한국 분들이 ‘수고하셨다’,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실 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그 한마디에 감동을 받고 ‘저희가 하는 일이 좋은 일 이구나’라는 걸 느끼고 있어요”

    글·사진=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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