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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5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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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시집을 시집보내고- 이명호

  • 기사입력 : 2022-12-08 08: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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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영혼의 산물

    여섯째 딸 〈말이산의 봄〉을 시집보낸다.

    내가 보기엔 내 딸이 예쁘기만 한데

    다른 이의 눈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

    참으로 염려스럽다

    어디 먼 곳에 가더라도 잘 살아야 할 텐데

    어느 곳에 가더라도 기죽지 말아야 할 텐데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책장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을지

    제대로 한번 읽히지도 못하고 폐지 속으로 사라질지

    머리를 쥐어짜며 수없는 날들을 괴로워했는데

    나의 사랑스런 딸이 구박받지나 않을지

    라면 냄비 받침대로 깔려 학대받지나 않을까 싶어

    노심초사 애비 마음인걸.

    그래도 시립도서관 사서들이 제자리를 잘 정리하여

    누군가 책장 넘기는 소리 바람을 일으키며 환하게

    웃음 짓는 어떤 소녀의 기쁜 표정을 사뭇 기대해 본다.


    ☞ 마음에 와닿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시(詩)다. 먼저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출간을 지면을 통해 축하한다. 영혼의 산물인 78편의 시를 묶어 세상 밖으로 보내는 시인의 마음이, 애지중지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에 빗대어 간절하면서도 애틋하다. ‘혹여나 구박받고 한쪽 구석에 처박혀 울고 있는 건 아닌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냄비 받침대로 학대받으면 어쩌나, 기죽지 말고 잘 살아야 할 텐데….

    원고 청탁을 받아 시가 완성될 때까지 시인의 고뇌는 시인만이 안다. 마감일까지 붙들고 앉아 다듬어 최종 엔터키를 누를 때까지, 내 시가 단 한 사람에게라도 감동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그러니 보내온 시집마다 공손한 마음으로 받을 일이다. 앞으로의 문운을 빌며 축하 문자라도 보낼 일이다. 그래야겠다. 시인으로서 내 맘이 저와 같다는 생각에 입꼬리가 환해진다. - 천융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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