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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S-BRT를 모르시나요

  • 기사입력 : 2023-04-04 20: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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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 S-BRT(고급 간선급행버스체계) 공사가 시작된 지난 3일, 박완수 경남지사의 느닷없는 반대 선언에 혼선이 일었다. 사건의 발단은 경남도청 실국본부장회의에서 교통건설국장의 ‘S-BRT 착공 관련 교통 불편 최소화 대책’ 보고에서 시작됐다. 교통건설국장은 “차로 감소 최소화를 위해 원이대로 양 도로 가장자리에 있는 자전거 도로 분리 화단을 철거한 이후에 중앙정류장을 공사한다”고 말했고, 박 지사는 놀란 듯 “S-BRT 시스템 때문에 원이대로 자전거도로와 중앙분리대를 없애느냐”고 물었다. 국장이 그렇다고 답하자, 박 지사는 사실을 되물은 뒤 “그렇다면 저는 반대다”라고 밝혔다. 박 지사는 회의 말미에도 이를 언급하며 “수십 년간 유지·보존·관리되던 도로 중앙분리대 조경과 자전거도로 문제는 계획도시로서의 녹지 가치, 시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접근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BRT시스템을 위해서 중앙분리대와 자전거도로를 없애는 걸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도청 내부에만 공개됐지만, 회의를 방청한 기자와 담당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박 지사의 반대 논리는 사실과 달랐다. 대로의 중앙분리대에는 BRT 전용차로가 설치되지만, 차로 양 방향으로 녹지분리대가 재설치되고, 자전거도로도 없어지는 것이 아닌 전 구간 보완설치되는 것으로 계획돼 있었다. 도의 담당자는 국장의 보고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고, 창원시는 당혹스러워하며 박 지사가 제기한 우려와 관련해 애초 계획에 분리 녹지대가 설치되고, 자전거도로 역시 전용으로 마련한다는 공식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계획도시의 상징이자 30년간 만들어 온 창원 원이대로 중앙분리대의 사라짐에 대한 아쉬움은 공감한다. 창원시장 출신으로서 애정의 크기가 남다른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지난해 수 차례에 걸쳐 중앙부처와 국회를 오가며 S-BRT 국비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박 지사의 행보를 더듬어 보면, 뒤늦은 중앙분리대 논란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엔 멋쩍다. 냉정하게 S-BRT 사업에 대한 업무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공무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박 지사가 지난 실국본부장 회의에서 강조했던 발언이다.

    조고운(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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