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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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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정정웅 칠원고을줄다리기 줄제작분과위원장

11살 때 고을줄과 첫 인연… 함안 줄다리기 전승 ‘영차! 영차!’

  • 기사입력 : 2023-05-03 2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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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4년 칠원고을줄다리기 보조 역할
    2004년 복원 때부터 줄제작 직접 참여
    2007년 하반기부터 고을줄 제작 지휘
    인력 부족으로 몸줄 3년마다 만들어
    제작 전승 위해 후배 3명에 기술 전수
    “경남도 무형문화재 지정 위해 최선
    중단된 거북줄다리기 재현에도 심혈”


    함안 칠원의 고을줄다리기는 조선 중기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매우 오래된 전통민속행사다. 칠원지역에는 옛 칠원고을의 읍치(현재의 칠원읍)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고을줄다리기, 각 마을을 중심으로 진행된 마을줄다리기, 청소년들이 했던 애기줄다리기, 땅바닥에 손을 짚고 줄을 당겨 개인끼리 승부를 겨뤘던 거북줄다리기(게줄) 등 여러 형태의 줄다리기가 전승됐다.

    정정웅 위원장이 창고에 보관 중인 몸줄의 몸통과 꼬리 부분을 살핀 후 줄머리에 앉아 있다.
    정정웅 위원장이 창고에 보관 중인 몸줄의 몸통과 꼬리 부분을 살핀 후 줄머리에 앉아 있다.

    하지만 현재 고을줄다리기와 마을줄다리기, 애기줄다리기는 전승되고 있지만 거북줄다리기는 전승되지 않고 있다.

    칠원고을줄다리기는 일제하를 거쳐 해방 후에도 지속되다가 마을 주민이 다치는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 1954년도 행사를 마지막으로 전승이 중단됐다. 지난 2004년 복원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51년 만인 2005년에 재현돼 오늘에 이른다. 반면 마을줄다리기나 애기줄다리기는 별다른 단절 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칠원고을줄다리기는 칠원읍의 중심인 구성리와 용산리를 기준으로 구성리쪽을 동부, 용산리쪽을 서부로 구분해 대항전을 펼친다. 지금은 칠원읍과 칠북·칠서면으로 축소돼 진행되지만 예전에는 동부에 칠원은 물론 창원과 마산 쪽 사람들도 참여했고 서부에는 칠북·칠서에다 밀양과 창녕지역 사람들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칠원고을줄다리기가 2005년 재현 이후 현재까지 무난하게 전승되고 있는 것은 고을줄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정정웅(79) 위원장의 노력 덕분이다. 그는 삼칠민속줄다리기위원회 줄제작분과위원장으로 2007년 하반기부터 매년 칠원고을줄 제작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기계를 이용해 짚으로 새끼를 꼬고 있는 정 위원장.
    기계를 이용해 짚으로 새끼를 꼬고 있는 정 위원장.
    가닥줄을 위해 속줄을 깔고 있는 고을줄 관계자들.
    가닥줄을 위해 속줄을 깔고 있는 고을줄 관계자들.

    정 위원장이 칠원고을줄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1세 때인 1954년도다. 당시 칠원 원구마을 우체국 옆에서 동네 어른들이 집집마다 짚을 모아 줄꼬기를 할 때 정씨는 짚을 전달하는 등 줄꼬기 보조 역할을 하면서 칠원고을줄다리기를 지켜봤다.

    하지만 이해 이후 고을줄 제작이 중단되면서 더 이상 고을줄 제작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가 고을줄 제작에 다시 참여하게 된 시기는 2004년도다. 당시 칠원고을줄다리기 행사를 재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1954년 칠원고을줄 제작을 지휘하던 고향 선배 박찬식 옹(1920년생. 작고)이 짚공예에 소질이 있던 정 위원장에게 고을줄 제작을 배워보라고 권했다. 정 위원장은 그즈음 장구와 꽹과리를 배워 칠원풍물단에서 활동하는 등 전통민속문화 계승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박 옹과 고향 선배인 김동곤 옹(작고), 김학곤 옹(작고)으로부터 고을줄 제작 기술을 전수받고 3년간 고을줄 제작에 적극 참여했다. 그리고 선배들이 나이가 많아 줄제작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2007년 하반기부터 고을줄 제작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고을줄 제작을 지휘한 지도 올해로 16년째다.

    정 위원장은 매년 8월 말이나 9월 초가 되면 벼가 튼실하게 잘 자라는 농가를 찾아가 줄제작에 필요한 볏짚을 사전 계약해 확보하고 있다. 사전계약을 할 때마다 볏짚 길이가 길도록 벼베기를 해달라고 각별히 부탁한다. 요즘 벼는 품종 개량으로 예전보다 크지 않은 데다 기계로 벼를 벨 경우 볏짚 길이가 더 짧아져 줄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10월 말 벼베기가 끝난 후 논에 흩어져 있는 볏짚을 3~4일 뒤에 뒤집고 나서 이틀이 지나면 묶어서 창고로 옮겨 보관한다. 이때가 11월 초순경이 된다.

    몸줄이 있는 해에는 3월 초부터 20여일간 몸줄을 보강하고 가지줄을 만든다. 하지만 몸줄이 없을 해에는 2월 중순부터 40일 정도 몸줄과 가지줄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큰 기계로 아홉가닥 줄을 만들고 있다.
    큰 기계로 아홉가닥 줄을 만들고 있다.

    몸줄을 만들려면 먼저 가닥줄을 만든 후 바닥에 나란히 늘어놓는다. 처음 놓은 줄에 비해 나중에 놓는 줄은 1m 정도씩 짧게 재단해서 깔아 나간다. 이렇게 해야 나중에 줄머리가 될 부분은 굵어지고 줄꼬리 부분은 갈수록 가늘어진다. 이런 방식으로 40개 정도의 가닥줄을 깔면 전체 길이는 대략 120m, 폭은 가운데 부분이 4.75m, 양쪽 끝부분이 3.1m가 된다. 줄을 다 깔고 나면 물에 적신 새끼줄을 1m 간격으로 넣어 엮는다. 그 뒤 20개 정도의 속줄을 미리 엮어놓은 가닥줄 위에 깐다. 속줄의 길이는 가닥줄에 비해 짧다. 속줄이 짧은 것은 줄머리와 줄목 부분만 굵게 해서 줄의 강도를 높이려는 의도다. 속줄 역시 1m씩 짧아지게 깐다. 속줄도 겉줄(가닥줄)과 같은 방법으로 엮는다. 이후 50~6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줄 말기를 하고 이어서 줄을 단단하게 하기 위해 충분히 땅바닥에 굴려준다. 그리고 줄 접기와 줄머리 만들기, 줄머리와 줄목 감기, 가지줄 달기를 하면 고을줄이 완성된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일일이 짚을 꼬아 줄을 만들면서 많은 인력이 필요했으나 요즘에는 기계를 이용해 줄을 만들면서 생산성은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몸줄을 만들고 가지줄을 엮는 것은 모두 사람 손으로 해야 해 힘이 드는 것은 여전하다.

    정정웅 위원장이 줄머리 사이에 끼우는 거대한 비녀목에 앉아 있다.
    정정웅 위원장이 줄머리 사이에 끼우는 거대한 비녀목에 앉아 있다.

    정 위원장은 고을줄 제작 전승을 위해 후배 3명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행사 때마다 줄 제작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줄제작 인력이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고된 일에 비해 인건비가 적다고 기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늦겨울인 2월~3월 초 억센 데다 예전보다 짧아진 짚으로 줄꼬기를 하려면 힘이 많이 든다. 여기다 짚을 순하게 하고 썩지 않도록 하기 위해 투입하는 소금물로 인해 손에 상처가 날 경우 더 따가워 줄꼬기에 나서려는 사람들은 더욱 줄어드는 추세다.

    2005년 칠원고을줄다리기가 재현되었을 때에는 1개조 10명씩 2개조가 줄을 제작했으나 해마다 줄 제작 인력 부족에다 인건비 부담으로 근래에 들어서는 1개조 10명 정도가 줄 제작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0년 이후에는 몸줄을 매년 제작하지 않고 행사 후 보관했다가 3년 정도 사용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고을줄다리기가 제대로 계승되기 위해서는 줄 제작 전문가 양성은 물론 줄 제작에 참여할 인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애기줄다리기를 전승하기 위해 관내 초등학교의 애기줄다리기 행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 칠원에서 독특한 형태로 전승됐던 거북줄다리기도 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정웅 위원장이 창고에 보관중인 몸줄의 몸통과 꼬리 부분을 살펴보고 있다.
    정정웅 위원장이 창고에 보관중인 몸줄의 몸통과 꼬리 부분을 살펴보고 있다.

    칠원고을줄다리기는 정월 대보름날이 아닌 이월초하루에 줄다리기를 진행했다. 또 용신신앙에 근거한 주술종교적 의미 내포, 마을줄과 고을줄의 유기적 관계, 자기편에 대한 강한 소속감, 축제성, 속줄을 이용해 줄의 굵기를 키운 점, 고을줄 제작에 마을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한 점 등이 특징적이다.

    칠원고을줄다리기위원회와 함안군은 지난 2018년부터 칠원고을줄다리기를 경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정 위원장은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전승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는, 살아 숨 쉬는 전통문화유산인 칠원고을줄다리기가 경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는 “칠원은 물론 함안과 인근 창원, 마산, 밀양, 창녕 등지의 주민들까지 참여했던 칠원고을줄다리기가 제대로 보존되기 위해서는 무형문화재 지정이 꼭 필요하다”며 “문화재 지정으로 칠원은 물론 함안군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전승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명현 기자 m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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