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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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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효자와 진사가 난 명문 고택, 박진사 고택

  • 기사입력 : 2023-07-07 0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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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 재 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경남 고성군 개천면에 효자와 진사가 난 집으로 널리 알려진 ‘박진사 고택’이 있다. 박진사 고택은 밀성박씨 청강 문중으로 생원과 진사 양시(兩試)에 모두 합격한 후 정암 조광조의 문인으로 성균관에서 수학하다가 기묘사화로 인해 고성과 함안에 은거했던 완천당 박덕손의 7세손인 박근이 개천면으로 세거지를 옮기면서 충효의 가문으로 이름이 알려지게 됐다. 또한 박근의 증손 효근과 그의 아들 영회 부자에게 효자정려가 내려지고, 효근의 장자 한회와 증손 돈병이 진사에 올라 성균관에서 수학한 연후에 지역의 토반(土班·여러 대를 이어서 그 지방에서 붙박이로 사는 양반)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박진사고택으로 불렸다. 조선시대의 과거에는 문과와 무과를 합해 대과라 했고, 생원·진사시를 소과라 했다. 생원·진사시 설치의 본래 목적은 성균관에 입학할 자격을 부여하는 데에 있었으며, 생원시는 유교경전에 관한 지식을, 진사시는 문예창작(문학과 예술)의 재능을 시험했다. 생원은 유교경전만 암기하면 합격할 수 있었으나 진사는 단순한 암기를 넘어 다양한 창작과 논술이 뒷받침돼야 했기에 생원보다 좀 더 현실적이었으며 융통성도 많았다. 오늘날 세상 물정 모르고 소견이 좁은 사람을 꽁생원이라 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박진사고택은 한반도의 중심 뼈대를 이룬 백두대간이 지리산에서 낙남정맥을 낳았고, 무학산을 거쳐 용암산, 미암산에 도달한 후 주산(主山·고택에 직접적인 정기를 공급하는 뒷산)인 마리봉의 힘찬 기운이 뻗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고성군의 지형은 거구망해형(巨龜望海形)으로 큰 거북이 바다를 멀리 바라보고 있는 형상이며, 혈처(穴處·생기를 응집한 곳)는 거북의 등이다. 거북이 등은 적으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는 최상의 방어수단 부위이기 때문에 거북에게는 가장 중요한 곳에 해당한다. 박진사 고택은 거북이 등에 속하는 길지(吉地)이다. 박진사 고택은 마리봉이 뒤에 있고, 개천천이 앞에 있으므로 주된 건물인 사랑채와 안채가 배산임수(背山臨水·산을 뒤에 두고, 물을 앞에 둠)가 되도록 배치를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한랭한 북서풍으로 인해 집안의 온기가 사라져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지맥(地脈·땅속 정기가 순환하는 줄)에 역행하지 않으면서 온기를 품을 수 있게끔 남서향으로 앉혔는데, 타 고택에 비해 형식보다 실용성을 더 추구한 것으로 풍수의 기본 바탕은 흩트리지 않으면서 생기를 보존하는 이상적인 배치라 할 수 있다.

    지방도인 오봉산로와 개천천을 따라가다가 마을 수호신 격인 노거수(당산나무) 못미처 우측으로 꺾어 흙돌담과 기와지붕이 어우러진 옛 담장과 함께 고샅길을 50m쯤 가다보면 나라에서 표창한 효자 박효근을 알리는 붉은 칠을 한 정문(旌門)이 있는 박진사 고택을 보게 된다. 정문은 나라님이 친히 하사했다는 뜻이며, 붉은색은 ‘사악한 귀신은 얼씬도 하지 마라’는 의미이다. 박진사 고택은 안채와 사랑채, 중사랑채, 곳간채 2동, 대문간채로 구성되어 있다. 대문을 지나 마주하게 되는 흙돌담은 외부의 흉한 기운을 막아주며, 대문을 들어서면 사랑채를 바로 만나는 일반적인 구조와 달리 우측의 협문을 통해 들어가는 별도의 공간에 사랑채가 있다. 사랑채 앞의 작은 연못은 지기(地氣·땅심)를 강화시키고, 100년이 훨씬 넘은 노송(老松)은 사랑채를 때리는 바람과 살기(殺氣)를 막고 있다. 즉 소나무는 ‘기승풍즉산(氣乘風則散·생기는 바람을 만나면 흩어진다)’하지 않게 하고, 연못은 ‘계수즉지(界水則止·물을 만나면 생기는 응집한다)’되게 하므로 사랑채는 항상 좋은 기운을 간직하고 있다. 중사랑채에서 안채로 진입하는 문 앞의 정원은 안채의 생기를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안채와 면하는 곳에 있는 중사랑채와 좌우측의 곳간채 2동 및 안채가 ‘ㅁ’자형으로 되어있기에 외부로부터의 흉풍과 미세먼지 및 살기로부터 안채를 보호하고 있다. 박진사 고택의 생기를 분출하는 최고의 자리는 안채가 위치한 곳인데, 이곳에서 샘솟는 생기가 고택의 모든 곳에 스며들어 한국의 명문고택 반열에 서게 됐다. 오랫동안 고택을 돌보며 ‘소운다문화원’을 운영하고 있는 종부(宗婦)인 최정임 선생은 근엄한 느낌을 주는 고택에 차의 향내를 불어넣어 따뜻한 만남의 장소가 되게 하는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가 있는 분이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사주명리·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mail : ju46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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