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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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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창원시립미술관·박물관 건립 표류

“건축비 증가로 예산 초과”… 착공 시기 안갯속

  • 기사입력 : 2023-07-30 21: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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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 시민의 숙원 문화 사업인 창원시립미술관과 창원시립박물관 건립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창원시는 두 사업의 착공이 늦춰지는 사유로 ‘물가 상승으로 인한 재정비’를 내세우고 있지만 시민들은 관련 청원을 올리는 등 건립 촉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두 번이나 착공 연기된 미술관

    지난해 12월 이어 올 9월도 불가능
    시 “예산 두배↑, 기본설계서 중단”
    예술계 “적정 크기 축소될라” 우려


    ◇창원시립미술관= 시는 지난 2016년 창원시립미술관 건립 계획을 수립, 지난해 설계 공모 당선작을 발표하면서 의창구 중동 794-11에 지하 1층과 지상 3층 규모로 ‘2022년 말 착공, 2025년 5월 개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실시 설계 이전, 기본 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산 차이가 나자 아예 설계 작업이 중단된 상황이다. 시는 당초 미술관 건립에 232억원가량을 투입할 것으로 계획했지만 기본 설계에서 168억원이 추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시 문화유산육성과 문화유산지원팀 관계자는 “물가상승으로 건축비가 30% 이상 올라간 상태에서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해보니 예산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시민과의 약속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면적을 축소하는 등 예산을 맞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확한 착공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확답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창원시 의창구 중동 창원시립미술관 건립 예정지./성승건 기자/
    창원시 의창구 중동 창원시립미술관 건립 예정지./성승건 기자/
    창원시립미술관 설계공모 당선작.
    창원시립미술관 설계공모 당선작.

    착공이 지난해 12월, 올해 9월에 이어 한 차례 더 미뤄지자 예술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립미술관 건립추진위원인 전진수 창원미협 지부장은 “경남도로부터 받은 전환사업비 10억원도 올해 추진하지 않으면 환수될 수 있다. 설계가 다 나온 상황에서 행정은 예비비 편성 등 연내 사업 추진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어야 한다”며 “건립추진위와 미술관 소장 작품선정위원까지 구성이 됐음에도 착공은 멀어지니 여기저기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창원시립미술관은 전시·교육·체험·창작활동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100만 도시인 창원의 시민문화 상징으로 남을 곳”이라며 “상징성에 맞게 ‘최소한의 적정 크기’로 설계가 됐는데 예산 등 문제로 축소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럼에도 본사업이 빠른 시일 내 착공되길 바란다”고 했다.

    최근 창원시청 누리집 ‘창원시민e(이)랑’ 청원게시판에는 창원시립미술관 건립을 촉구하는 청원도 올라왔다. 지난 6월 23일부터 7월 23일까지 한 달간 진행된 청원에는 시민 1282명이 동의했다. 동의자 500명이 넘어가면 청원 마감일 이후 2주 내로 담당 국장이 직접 답변해야 한다.


    설계 공모조차 못한 박물관

    시 “사업비 재산출, 내년 설계공모”
    유물 4400여점 기약없이 수장고행
    시의회 “검토 이유로 미뤄질까 걱정”


    ◇창원시립박물관= 700억원 규모의 문화 사업인 창원시립박물관 또한 행정절차 지연 등으로 건립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시가 기증받거나 구매한 유물 4400여 점이 기약 없이 임시 수장고에 보관될 처지에 놓였다.

    시는 지난 2018년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 옆 시유지에 국비·지방비 714억원(국비 281억)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창원시립박물관 건립을 계획했다. 당초 목표인 2025년 준공, 2026년 개관과 비슷한 시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늦어도 내년 착공에 들어가야 하지만, 시는 아직 설계 공모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설계 공모, 기본 설계, 실시 설계, 건축 허가와 시공사 선정까지 착공 이전 순차가 최소 2년가량 소모되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착공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창원시 성산구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 옆 창원시립박물관 건립 예정지.
    창원시 성산구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 옆 창원시립박물관 건립 예정지.
    창원시립박물관 조감도. /창원시/
    창원시립박물관 조감도. /창원시/

    시 문화유산육성과 창원박물관건립팀 관계자는 “행정 절차를 받았을 때의 사업비에서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니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 상황이다. 다시 사업비를 산출하고 있는 단계라 언제 착공이 될지는 확답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며 “현재 관리·운영과 관련된 용역을 맡긴 상태다. 내년에 설계 공모와 설계를 진행하기 위해 계획을 잡고는 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 건립 추진이 지지부진하자 과거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창원박물관 건립은 박완수 전 시장 때인 지난 2010년에도 추진돼 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의 사전승인을 받았지만 결국 2016년에 사업을 포기한 바 있다.

    전홍표 창원시의원은 “박물관 건립이 또다시 검토와 시기상조란 판단으로 미뤄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사업 포기가 반복되면 앞으로 정부 예산을 받기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창원은 대표박물관이 없어서 지금도 발굴되는 문화재가 타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다. 건립을 위해 행정은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창원시청 누리집에 시립박물관 건립을 촉구하는 1026명의 청원이 올라와 당시 정현섭 문화관광체육국장은 “행정적 준비와 시의 재정 및 여러 상황을 고려해 면밀히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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