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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이도 ‘혈액형 불일치 생체 간이식’] 망가진 간의 희망… 혈액형 달라도 이식 가능

말기 간질환 해결할 유일한 치료방법은 ‘간이식술’
뇌사 기증자 부족해 간 이식 80% 이상 생체간이식

  • 기사입력 : 2023-08-28 08: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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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액형 달라도 약물투여·혈장교환술로 안전 확보

    혈액형 일치 간이식 생존율과 담도 협착 차이 없어

    치료과정 복잡해 전문인력·선진화 의료시스템 중요

    암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 질환으로 이 중 ‘간암’은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고, 매년 암 발생자 수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간암이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정상 간세포가 암세포로 변하여 끊임없이 증식하고 퍼져 나가는 종양을 말한다. 간 기능의 70%를 잃을 때까지도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어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간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질환에는 만성 B형·C형 간염, 그 밖의 바이러스성 간염, 간경화 및 간경변증, 알코올성 간질환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간암 환자의 약 70%가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이고, C형 간염은 치료약이 개발되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C형 간염에 감염된 환자의 55% 정도에서 만성 간경화로 진행되고 전체 간암 환자의 약 10%에서 C형 간염바이러스가 연관되어 있다.

    간암이 발견되면 간 기능이나 전신 상태를 고려하여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법 중에서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수술적 치료로는 ‘해부학적 간절제술(복강경, 개복술)’과 간 재생력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근치적 치료법인 ‘간 이식술’이 있다.

    이 중 말기 간질환을 해결할 유일한 근치적 치료방법은 ‘간이식술’이다. 간 이식으로 다수의 환자가 생존하면서 수많은 환자가 간 이식을 위해 대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뇌사 기증자의 부족으로 전체 간이식의 80% 이상이 생체 간이식을 차지한다.

    이러한 국내 현실을 살펴볼 때 생체 간이식은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생체 기증자의 기증 조건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단, 기증자 안전을 저해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어야 하는데, 성인 생체 간이식에서 생체 기증자군을 확대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기증자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잠재적 기증자군을 확대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ABO 혈액형 불일치 성인 생체 간이식(ABOi adult living donor liver transplantation, ALDLT)이다. 과거에는 기증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같아야 했지만, 이제는 혈액형이 다르더라도 간 이식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새로운 면역억제제와 치료법이 개발됨에 따라 수혜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혈액형 불일치 생체 간이식을 위해서는 먼저 수혜자의 혈청 응집소의 역가를 줄이고 B림프구의 활성도를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한다. 이후 혈액 검사를 통해 환자의 혈청 응집소 역가를 확인하여 혈장교환술을 시행하는데, 이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어 검사 결과에 따라 혈장교환술 시기와 횟수 및 구체적인 처방이 결정된다. 이식 직전 혈청 응집소 역가를 1:8 이하로 감소시키는 것이 목표이고 통상적으로 수술 직전까지 목표치를 달성해야 조금 더 안전하게 이식하여 수혜자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예견한다.

    지난달 8일 창원한마음병원 외과 주종우 교수가 기증자 복강경 간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기증자 수술은 5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창원한마음병원/
    지난달 8일 창원한마음병원 외과 주종우 교수가 기증자 복강경 간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기증자 수술은 5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창원한마음병원/

    혈액형이 다른 경우,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거나 전 처치가 부족한 경우 수혜자의 항체가 거부반응을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르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후에도 혈청 응집소의 농도에 따라 혈장교환술을 적절히 시행하여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치료 원칙이다.

    혈액형 불일치 생체간이식 후 수혜자의 담도 협착과 관련된 합병증, 급만성 거부반응 등 다양한 부정적 이슈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들의 걱정이 크다. 성인 생체 간이식에서 가장 흔한 합병증인 담도 협착은 평균적으로 10~25% 정도의 빈도를 보이는데, 발생을 촉진시키는 인자들로 ‘급만성 거부반응’, ‘CMV 감염’, ‘간동맥 협착’, ‘혈액형 불일치’, ‘사람백혈구항원 교차반응 양성’ 등 다양한 요인이 있기에, 혈액형 불일치 생체간이식 자체가 곧 담도 협착의 원인인 것으로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식한 조직의 해부학적 구조(담도 개구부의 개수나 크기)의 영향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여러 연구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혈액형 일치 간이식과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의 생존율에 차이가 없고, 담도 협착 발생빈도 또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 수술은 준비 과정에서부터 진단검사의학과, 중환자실 등 전문인력이 투입되어 적절한 시술과 투약이 필요하고, 간이식 수술 자체를 완벽하게 끌어내야 하며, 수술 후에도 지속적인 혈청 응집소 역가의 감시, 면역억제제 및 특수 약제를 사용해야 하는 등 복잡한 치료 과정이다. 따라서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의료기관은 실력 있는 의료진과 선진화된 의료시스템, 원활한 전문의의 협진 등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이다.

    창원한마음병원에서 시행된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 수술은 100% 성공적이었으며, 네 번째 생체 간이식 환자는 C형 간염에 의한 만성 간경화를 동반한 간암 환자로서 수술 전 종양 활성도 조절 및 혈액형 불일치 생체간이식을 위한 준비가 동시에 이루어진 고난도 치료 과정이었다. 수술 시기와 안정적인 환자 상태 유지를 위한 간암 치료시간, 수혜자 간이식 준비, 기증자 검사 등 다방면을 고려하였다. 간이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수술 전 항체 역가(1:2048 이상)가 높아서 혈장 교환술도 여러 차례 시행하면서 수술 직전까지 환자 컨디션을 수술하기 적합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현재 수혜자는 이식 후 19일 만에 퇴원하여 일상생활을 하는 중으로 원활한 회복과정을 보였다.

    도움말= 주종우 창원한마음 병원 외과 교수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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