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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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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97)

- 어른, 삯, 셈하다, 빈 자리, 고른, 동안, 곳

  • 기사입력 : 2023-09-06 08: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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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88쪽부터 89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88쪽 첫째 줄부터 둘째 줄까지 이어지는 “다음 길이를 ( )속의 줄인비로 지도에 그리려면 얼마가 되느냐?”는 월에서 ‘줄인비’의 ‘비(比)’와 ‘지도(地圖)’를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앞서 ‘줄인비’라는 말은 요즘 흔히 쓰고 요즘 배움책에서도 쓰고 있는 ‘축척(縮尺)’을 다듬은 말이라는 것과 ‘줄인비’를 다르게 ‘줄인자’로도 썼다는 것을 알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줄인자’라고 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곱째 줄에 ‘어른 한 사람’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요즘 ‘성인(成人)’이라는 말을 쓰는 곳이 많은데 ‘어른’이라는 말을 써 주어서 참 반가웠습니다. 다음 줄에 나오는 ‘기차삯’에서 ‘삯’도 앞서 알려드린 적이 있는 말입니다. 흔히 ‘요금(料金)’이라는 말을 요즘도 많이 쓰지만 보시는 것과 같이 옛날 배움책에는 ‘삯’을 썼습니다. 그러니까 ‘값’과 ‘삯’이 어떻게 다른지 잘 알고 가려 썼는데 우리가 쓰지 않다 보니 ‘삯’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게 된 거로 생각합니다.

    같은 줄에 이어서 ‘셈하여’와 ‘빈 자리’가 나옵니다. 요즘 배움책에서도 ‘계산(計算)하여’라는 말을 쓰기 때문에 만나기 어려운 말인데 옛날 배움책에서는 잘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빈 자리’라는 말도 ‘공란(空欄)’, ‘공석(空席)‘이라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쉬운 토박이말이라 참 반가웠습니다. 이런 좋은 보기를 보고 아이들 배움책뿐만 아니라 나날살이에서 다른 곳에서도 쉬운 말을 써 주면 좋겠습니다.

    89쪽 둘째 줄에 ‘고른 속력’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요즘 배움책이었다면 ‘평균 속력’이라고 했을 것인데 ‘고른’이라는 말을 써 주었습니다. 앞서 ‘평균치’를 ‘고른값’이라 한다는 것을 알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것을 보신 분은 ‘고른 속력’이라는 말이 그리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고른’이라는 말로 배운 사람들은 나날살이에서도 ‘고른’이라는 말을 저절로 쓰게 될 것이고 ‘평균’으로 배운 사람은 ‘평균’이라는 말을 쓰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말로 가르치는 것이 배우는 아이들 자리에서 볼 때 더 쉬운 말이고 덜 힘이 드는 말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고른’이라는 토박이말을 먼저 가르쳐 주고 그다음에 ‘평균(平均)’이라는 말을 알게 해 준 다음에 ‘애버리지(average)’와 같은 말을 알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줄부터 다섯째 줄에 걸쳐 나오는 ‘끝내고 돌아가기에’라는 말도 어려운 말을 쓰고자 한다면 ‘종료(終了)하고 복귀(復歸)하기’와 같이 쓸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배우는 아이들을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다음 줄에 나오는 ‘동안’도 ‘시간(時間)’이라는 말을 쓸 수도 있는데 쓰지 않아서 좋았고 여덟째 줄에 있는 ‘자리’도 ‘위치(位置)’라는 말을 쓰지 않아서, 아홉째 줄에 있는 ‘곳까지’도 ‘장소까지’라고 하지 않아 짜장 좋았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경남실천교육교사모임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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