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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996) 유가자제(儒家子弟)

- 선비 집안의 자제들, 유학의 정신을 가진 사람들

  • 기사입력 : 2023-09-19 08: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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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한학연구원장

    우리나라 학자들이 노벨상을 받는 것을 보기 위해서 세계 최대의 장학재단을 만들겠다던 관정(冠廷) 이종환(李鍾煥) 회장이 만 1백 살로 지난 9월 13일 이 세상을 떠났다. 결국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2000년부터 출연금 10억으로 출발한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은 현재 출연금이 1조7000억원으로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 최대의 교육 장학 재단이다. 매년 국내 장학생 200명, 해외 유학생 300명 이상의 장학생을 선발하여, 대학원 졸업할 때까지 평균 2400만원 정도의 장학금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관정장학금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 1만 명을 넘어섰고, 지급한 장학금만 2700억원에 이른다. 박사학위 소지자만도 700명이 넘고, 국내외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사람이 많다.

    이뿐만 아니라 2012년에는 단독으로 600억원을 들여 최첨단 시설을 갖춘 서울대학교 도서관을 새로 지어 주었다. 또 고향의 중고등학교 등에도 지원을 하고 있다.

    장학생을 선발하면서, 거의 모두 이공계 학생들을 선발한다. 의학, 법학, 경영학 등을 전공하는 학생은 아예 제외해 버린다. 물론 안 그런 학생도 많겠지만, 이런 분야를 전공하는 대부분 학생들의 목적이 돈을 벌기 위해서나 이름 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장학생을 선발할 때 성적 못지않게 학습 목표가 뚜렷하고, 자기 책임을 다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학생을 우선으로 선발한다.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고, 사람이 된 학생을 위주로 한다.

    그는 의령군(宜寧郡) 용덕면(龍德面) 정동(井洞)의 광주이씨(廣州李氏)의 동족부락에서 태어났다. 그는 집안에 대한 자긍심이 하늘을 찌른다. 조선 명종(明宗) 때의 명정승으로 퇴계(退溪) 남명(南冥) 두 선생과 가깝던 동고(東皐) 이준경(李浚慶) 선생의 후손이다. 필자의 고향에서 강 하나 건너 있는 가까운 마을인데, 이회장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집안 사람 모두가 자기 집안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다. 정승의 후손이라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고, 선비 집안의 후손이라는 자긍심이다.

    이 회장은 일제 때 학병으로 끌려갔다가 해방 후 고향에 돌아와 정미소를 운영하다가 1958년부터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시작하였다. 계속 기업을 확산하여 지금은 17개 회사를 거느린 대규모 삼영화학 그룹을 이루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空手來, 空手去.]’는 말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되니 안 된다고 보고, 중간에 ‘손 가득히 채웠다가[滿手有]’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론을 그는 갖고 있었다.

    세상에 큰 재산 가진 사람이 무수히 많지만, 재산을 선뜻 내놓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종환 회장은 천문학적인 재산을 내놓았다. 우연히 그런 것이 아니고, 바로 학문을 사랑하고 수신에 힘쓰는 선비 가정에서 자라 선비정신이 갖추어졌기 때문이다.

    * 儒 : 선비 유. * 家 : 집 가.

    * 子 : 아들 자. * 弟 : 아우 제.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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