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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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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의 수술적 치료] 잘라내고 이식해서 망가진 간 생생하게

초기 증상 없는 간암, 사망률 폐암 이어 두 번째
조기 발견으로 잔여 간기능 충분한 경우 간절제

  • 기사입력 : 2023-11-13 0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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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증자 부담 줄이는 순수 복강경 간절제술 활발
    간 기능 나쁘거나 간경변증 심할 땐 간이식 유일
    치료 후에도 간 질환 지속 관리·정기 검진 필요

    간은 우리 몸 복부에 있는 장기 중 가장 큰 장기로,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돼야 신호를 보낸다. 웬만큼 지방이 끼고 염증이 생겨도 우리에게 별다른 경고를 보내지 않아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복부 통증, 체중 감소, 황달 등의 증상을 호소하다 병원을 찾으면 이미 간 기능이 70% 이상 상실돼 치료가 쉽지 않다.

    간암은 간세포에 생긴 악성 종양으로 우리나라에서 일곱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그러나 간암에 의한 사망률은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흔히 간암이라고 하면 원인으로 음주를 떠올리는데, 사실 이보다 더 큰 원인은 간의 염증 및 간세포 괴사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간염이다. 간암의 수술적 치료에는 크게 간절제와 간이식이 있다. 간암 환자 중 간절제가 가능한 환자는 약 30% 정도로, 암이 많이 진행되지 않았고 잔여 간 기능이 충분한 경우 가능하다. 간암을 조기에 발견했으나 간 기능이 나쁘거나 간경변증(간이 딱딱하게 굳는 현상)이 심할 때는 간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간절제는 종양의 절제가 가능하면서 간경변증이 없거나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간 기능이 충분하다고 판단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과거에는 간절제를 위해 복부를 크게 절개하는 개복 수술을 많이 시행했다. 하지만 수술기법과 환자 관리 방법 등이 발전하면서 복강경 수술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복강경 수술은 복부에 0.5~1㎝ 정도의 구멍을 뚫어 카메라와 수술 기구 등을 넣어 의료진이 화면을 보면서 수술하는 방법으로, 전(全) 방향으로 100도까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짧은 시간에 많은 병변을 치료할 수 있다. 또한 최소 절개에 따른 수술 시간 단축, 출혈량 감소 등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으며, 특히 여성 환자의 경우 수술 흉터가 적게 남을 수 있어 미용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복강경 간절제술은 간담췌외과 수술 중 빠른 속도로 발전한 술기이다. 복강경 수술에 대한 경험과 기술이 발전을 거듭해오면서, 최근에는 복강 내 가장 큰 장기인 간의 우엽(전체 간 면적의 70%를 차지)을 절제하는 간우반절제술까지도 복강경으로 수술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3차원 영상 기술을 접목한 3차원 복강경 수술도 주목받고 있는데, 기존 복강경 수술에서 구현할 수 없었던 입체감과 거리감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수술의 정밀도를 상당히 높였다. 이처럼 복강경 수술은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간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간의 왼쪽 아래 부위는 위쪽 부위보다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용이해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지만, 접근이 어려운 부위의 병변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개복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진단 후 치료과정에 있어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간이식은 간암을 없앨 뿐만 아니라 병든 간 자체를 아예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간경변증이 심한 환자에게만 간이식을 시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양한 연구와 의학 기술 발전 등을 통해 말기 간 질환 환자와 더불어 말기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까지, 그리고 기증자와 환자의 혈액형이 달라도 간이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조재원 삼성창원병원 장기이식센터장 외과 교수가 간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삼성창원병원/
    조재원 삼성창원병원 장기이식센터장 외과 교수가 간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삼성창원병원/

    간이식은 뇌사자 간이식(간 전체 이식 또는 부분 이식)과 생체 간이식(부분 이식)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뇌사자의 장기 기증이 아직은 부족해 생체 간이식이 주로 시행되고 있다. 생채 간이식은 건강한 정상인의 간 일부분을 수술로 떼어 내 간질환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으로, 기증자(공여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간 기증 수술은 복부에 크고 작은 자국을 남겨 기증자에게 신체적으로는 물론 심적으로도 부담이 컸기 때문에, 이를 보완한 순수 복강경 기증자 간절제술이 최근에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순수 복강경 기증자 간절제술은 기존 개복 수술과 비교해 공여자의 고통을 줄여주고 회복이 빨라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한 절개 부위가 속옷으로 완전히 가려질 정도로 작아 신체적·심리적으로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수술 난이도가 높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일부 센터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만성 간염 환자라고 해서 모두 간암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한 사람에 비해 간암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 따라서 만성 간염에 걸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간암을 예방하는 길이다. 만성 B형과 C형 간염 환자는 고위험군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우리나라 간암의 대다수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므로, 반드시 예방 접종을 맞아 항체를 만들어 놓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C형 간염의 경우 아직 예방 접종이 개발되지 않았다. C형 간염은 혈액이나 분비물 혹은 성관계로 전염되는 만큼 평소 면도기나 칫솔, 피어싱, 문신, 손톱깎이 등의 도구를 공유하지 않는 등 일상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간암 및 간 질환을 수술이나 간이식으로 치료했다 하더라도 남은 부위가 여전히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간암이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치료 후에도 지속적인 만성 간 질환 관리와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하며, 상황에 따라 음주 절제 및 금주, 금연,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 등이 간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장기이식센터장 외과 조재원 교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간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 또는 수도권으로 올라가야 했지만, 최근 창원에서도 우수한 장기이식팀을 갖춰 좋은 수술 성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난도가 높은 순수 복강경 기증자 간절제술에 성공할 만큼 경쟁력도 갖췄다. 간이식 수술 후에는 이식한 간이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며, 상황에 따라 적극적인 상담과 진료가 필요할 수 있어 거주지역에서 치료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장기이식센터장 외과 조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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