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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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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준비 4개월, 학예사의 ‘보이지 않는 전쟁’

도립미술관 ‘보통 사람들의…’展 비하인드

  • 기사입력 : 2023-12-03 20: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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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기획한 최옥경 학예사 작품 찾아 삼만리
    기관·개인 등 수십곳 문 두드리며 고군분투
    배운성·윤두서·이중섭 작품 섭외 특히 공들여
    작품 높이 낮추고 ‘쉬운 해설’, 휴식공간도 갖춰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미술관 찾도록 노력”


    다양한 작품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속닥거리는 전시 뒤편, 이를 준비한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험난한 여정이 있는가 하면 그들이 말하고픈 메시지도 찾을 수 있다. 내년 2월 25일까지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도 그렇다. 전시를 기획한 최옥경(사진) 학예사와 함께 전시의 준비 과정들을 따라가며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살펴본다.

    경남도립미술관의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 전시가 도민들에게 선보이기까지의 과정에는 학예사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있었다. 배운성의 ‘가족도’와 작품을 설명하는 최옥경 학예사를 다중촬영한 후 바닥에 비친 최 학예사의 모습만 살려 ‘학예사의 보이지 않는 노력’을 사진으로 표현해 보았다./김용락 기자/
    경남도립미술관의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 전시가 도민들에게 선보이기까지의 과정에는 학예사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있었다. 배운성의 ‘가족도’와 작품을 설명하는 최옥경 학예사를 다중촬영한 후 바닥에 비친 최 학예사의 모습만 살려 ‘학예사의 보이지 않는 노력’을 사진으로 표현해 보았다./김용락 기자/

    ◇작품 찾아 전국 방방곡곡=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국공립미술관, 사립미술관, 개인컬렉터, 유족 등 17곳의 협조와 현존하는 작가 8명의 참여를 통해 이뤄졌다.

    전시가 지난 6월 말 즈음 확정되고 10월까지는 작품 섭외를 다 해야 했으니, 4개월간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학예사들의 발품 팔기가 시작됐다. 최 학예사가 구상한 작품 리스트를 위해 소장한 기관과 개인 수십 군데에 전화를 돌렸다. 소장품 확보가 가장 힘든 일이었다. 보존이 중요한 소장품은 사람처럼 휴식기가 필요하기에 유명한 작품은 퇴짜를 맞기 일쑤다.

    그러나 다행히 전시 주제에 중점을 가지는 몇 명작들을 대여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배운성의 ‘가족도’가 대표적이다.

    “전시를 구상하면서 제일 먼저 떠올렸던 작품이 배운성의 ‘가족도’였습니다. 주제의 중심이죠. 그래서 처음부터 소장자 연락처를 가지고 있다가 전시가 확정되자마자 처음으로 연락을 드렸죠.”

    마침 배운성의 ‘가족도’는 미국에서 전시를 하고 돌아온 참이었다. 배운성 작품 48점을 소장하고 있는 이 개인 소장자는 전시 취지를 보고 흔쾌히 작품 대여를 허락했다. 윤두서의 ‘나물 캐는 여인’ 도판 사진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얻을 수 있었지만 화질이 좋지 않았다. 고화질의 도판 사진이 필요했는데, 윤두서 후손들의 협조로 얻어낼 수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이중섭의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 등 5점을 받을 수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대여는 많아도 4~5개가 한계인데, 그 최대치를 얻어낸 셈이다.

    29일 오후 최옥경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사가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에 전시된 배운성의 '가족도' 앞에서 전시 기획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김용락 기자/
    29일 오후 최옥경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사가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에 전시된 배운성의 '가족도' 앞에서 전시 기획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김용락 기자/

    ◇누구나 쉽게 전시 보도록= 전시에는 경남도립미술관이 ‘지향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 작품 속이 아닌 전시 그 자체에서 그것이 나타난다. 이번 전시는 작품 높이가 낮아지면서 아동 관람객이나 휠체어 이용자 등 노약자가 작품을 감상하기 편해졌다.

    작품의 기법이나 작가의 세계 등을 설명하는 어려운 리플릿 대신 ‘쉬운 작품 해설집’도 만들어졌다. 경남도민일보와 창원KBS, 김달님 작가가 해설집 제작에 함께 했는데 전시의 주요 작품들을 어려운 단어는 배제하며 아동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전시가 진행되는 3층 로비에는 전에 없었던 휴식공간이 마련됐다. 눕듯이 휴식하기 편한 빈백소파가 마련되고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책도 구비했다.

    책은 전시의 키워드인 한국사, 개인의 서사와 이야기, 현대인과 근대인의 삶 등과 주제를 같이한다. ‘도민에게 더 가까운 곳’을 목표로 향하는 도립미술관의 시도다. 이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하고 쉽게 미술관에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됐다.

    “이건희 컬렉션을 진행하면서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이 전시를 즐기는 것을 봤어요. 우리 구성원이 입을 모아 얘기했어요. 미술관이 지향해야 하는 태도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게 만드는 것’이라고요. 그래서 이번 전시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했어요. 앞으로도 관람객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게 노력하려 합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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