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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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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금난새와 함께하는 진해여행’ 음악회

클래식이 ‘들리고’ 특별한 진해가 ‘보이는’ 마법

  • 기사입력 : 2023-12-20 21: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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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생부터 클래식 애호가까지 공연장 가득 차
    눈높이 맞춘 해설에 섬세한 연주로 지루할 틈 없어
    부친 금수현 작곡가 만든 ‘안골포·그네’ 연주 눈길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절감한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멀었던 클래식이 ‘들리고’ 여느 곳과 같이 그저 그런 동네일 뿐이던 진해가 특별해 ‘보이는’ 순간에서.

    지난 19일 오후 7시 30분 창원시 진해구 진해문화센터에서는 창원문화재단의 연말 기획 음악회 ‘세계적인 지휘자 금난새와 떠나는 진해여행’이 진행됐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해설음악의 대부 금난새가 들려주는 클래식을 경험하기 위한 발걸음은 공연 시작 한참 전부터 공연장 일대를 가득 메웠다. 클래식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온 그였기에 이날 공연장을 찾은 손님들은 말 그대로 남녀노소. 처음 보는 클래식 공연 기대감에 눈이 빛나는 초등학생부터 지팡이를 짚은 클래식 애호가까지 다양했다.

    금난새(오른쪽) 지휘자와 하모니카 솔로를 맡은 이윤석 연주자가 오케스트라 연주를 함께 만끽하고 있다.
    금난새(오른쪽) 지휘자와 하모니카 솔로를 맡은 이윤석 연주자가 오케스트라 연주를 함께 만끽하고 있다.

    무대에 오른 금난새 지휘자는 20년 전 진해 해군사관학교 초청 공연 이야기를 하며 겨울 추위에 꽁꽁 얼었던 관객들의 긴장을 녹인다.

    “첫 곡은 차이콥스키의 세레나데다. 그가 처음에 만든 멜로디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니 애정 없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는 러시아합창단에서 영감을 받아 이렇게 곡을 썼다. (연주) 마술 같지 않나.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모차르트 세레나데를 흉내내고자 했다. 음악을 들어보면 마치 새 같다. 귀엽고 자그마한 새. 흥미로운 건 1악장 끝나는 부분에 아까 들려드린 합창 부분이 다시 나온다. 박수 칠 준비하고 들어보시라.”

    마에스트로 금난새의 해설 눈높이는 이제 막 클래식에 입문한 기자에게도 불편함이 없다. 음악을 들으면서 그가 미리 들려줬던 부분을 발견하고 설명을 복기하다 보면 한 곡이 금세 끝난다. 홀스트의 생폴 모음곡 중 ‘지그’를 연주하기 전에는 “춤곡이다. 스코틀랜드 같은 곳에서 일자로 서서 추는 걸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부연한다. 그의 설명에 따라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을 떠올리니 딱 들어맞는 곡이다.

    이날 공연의 핵심은 바리톤 성승욱이 함께하는 ‘안골포’와 ‘그네’ 두 곡의 가곡 연주였다. 이들 곡은 금난새의 부친인 금수현 작곡가의 곡이다. 특히 ‘안골포’는 금수현 선생이 생애 말년 진해 안골포에 거처를 두고 안골음악촌을 운영하며 탄생시킨 곡이다.

    “성악가와 함께 진행할 다음 곡이, 문화재단이 우리를 초청한 이유다. 안골포는 40년 전에 가봤는데 아버님이 거기서 쓴 곡이다. 이 곡은 그간 거의 연주가 안됐는데 오늘 그 곡을 해보겠다.”

    금난새의 공연은 ‘쉬운 클래식’을 목적으로 다양한 악기들과 협연한다. 하모니카 연주자 이윤석과 불가리안 결혼 무곡을, 색소폰 연주자 황동연과 리베르 탱고를 연주했다. 기타 연주자 지익환과는 탱고 앤 스카이를 협연했다. 이날 공연에서 그는 환호를 주저하는 관객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연주가 마음에 들 땐 ‘브라보’ 해주시면 된다. 아는 걸로 끝낼 게 아니라 자꾸 써봐야 된다. (앞에 앉은 아이에게) 엄마가 식사를 맛있게 만들어줬다면 ‘괜찮네’ 대신 ‘브라보’. 이 노래 끝나면 해봐라.”

    어려운 클래식 공연은 꾸벅꾸벅 졸게 마련인데, 졸릴 새가 없다.

    금난새 지휘자와 뉴월드 챔버 오케스트라가 지난 19일 저녁 진해문화센터에서 ‘세계적인 지휘자 금난새와 떠나는 진해여행’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관객들은 무대가 끝나고 하나둘 기립해 우레와 같은 박수로 그들을 배웅했다./진해문화센터/
    금난새 지휘자와 뉴월드 챔버 오케스트라가 지난 19일 저녁 진해문화센터에서 ‘세계적인 지휘자 금난새와 떠나는 진해여행’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관객들은 무대가 끝나고 하나둘 기립해 우레와 같은 박수로 그들을 배웅했다./진해문화센터/

    지휘자 금난새를 중심으로 뉴월드 챔버 오케스트라의 섬세한 연주, 그들이 이루는 완벽한 완급 조절은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도 황홀한 시간을 선물한다.

    즐거운 클래식을 선사하니 관객들의 호응은 더해지고, 마에스트로와 오케스트라는 이에 화답해 앙코르를 더한다. 활을 놓고 손가락 연주를 택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연주자들의 특별한 연주는 마지막까지 공연이 지루할 틈을 안 준다.

    공연의 마지막 무대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Silent Night Holy Night)으로 꾸며졌다. 이날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드레스 코드는 빨강, 금난새 지휘자의 초록 셔츠를 더하니 영락없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이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써본다. “브라보!”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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