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16일 (일)
전체메뉴

[시가 있는 간이역] 대금- 조성래

  • 기사입력 : 2023-12-21 07:57:44
  •   

  • 비 오는 날은 대금 불기 좋지

    부전시장 보리밥집 주인과 마주 앉아

    텅 빈 마음으로 대금 불기 좋지

    굴곡 많은 인생살이 말 못 할 사연 많아

    막걸리에 한숨 쉬어 가락 풀기 좋지

    상령산 청성곡 전통국악 밀쳐두고

    황성옛터에 울고 넘는 박달재

    격식 차리지 않고 음률 고르기 좋지

    보리밥집 입구에 빗방울 들이쳐도

    대금 청이 잘 울어 문풍지보다 잘 울어

    울지 않는 마음으로 젓대 불기 좋지

    딸부자 주인영감과 가난한 서생인 내가

    서로 이면 감추고 장단 맞추어

    옛날 곡조로 시름 풀기 좋지

    부슬부슬 내리는 비로 술잔 기울이며

    막걸리 가락에 대금 불기 좋지


    ☞ 대금소리는 언제 들어도 “굴곡 많은 인생살이 말 못 할 사연” 같아 가슴이 쏴하다. “황성옛터에 울고 넘는 박달재” 무엇을 가락으로 풀어도 마음이 쏴하다. “텅 빈 마음으로” 불어 보는 젓대 소리는 간장을 녹인다.

    조성래 시인은 대금을 즐겨 분다. 언젠가 내가 시집을 내고 부산을 찾았을 때 잘 만든 단소를 하나 선물로 건네주며 마음이 울적할 땐 단소라도 불라고 권했다. 음률에는 젬병인 나는 이 단소를 내 서재에 올려놓고 기분이 울적할 때면 쓰다듬곤 한다. 내년에는 꼭 단소를 배우리라.

    대금은 “격식 차리지 않고 음률 고르기 좋지” “옛날 곡조로 시름 풀기 좋지” “대금 청이 잘 울어 문풍지보다 잘 울어/ 울지 않는 마음으로 젓대 불기 좋지” 좋다고 좋지, 좋지 하고 끝내는 각운이 더 마음을 울린다. 어느새 12월이다. -성선경(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