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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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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010) 하신지사(賀新之詞)

- 새해를 축하하는 말

  • 기사입력 : 2024-01-02 08: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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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한학연구원장

    21세기 이후 20여 년 동안 변한 것이 인류가 탄생한 이후 20세기까지 변한 것보다 더 많이 변했다고 한다.

    크게 변한 것 중에 하나가 연하장(年賀狀) 주고받는 문화다. 연말연시(年末年始)가 되면 어느 정도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수십 장씩 주고받았다. 워낙 수요가 많으니까 연하우편(年賀郵便)이라 하여 우체국에서 따로 연하장을 만들어 팔았고, 출판사나 인쇄소 등에서도 여러 가지 도안의 연하장을 만들어 팔았다. 많이 필요한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만들어 썼다. 서예가나 화가들은 자기의 작품을 넣어 만들어 쓰기도 했고, 손으로 정성을 들여 직접 쓰거나 그려서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국립박물관장을 지낸 최순우(崔淳雨) 같은 분은 연하장을 모아 전시회를 연 적이 있는데, 유명한 학자, 예술가 등의 친필이 많이 들어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있었다.

    점점 줄어들다가 지금은 거의 없어졌고, 대신 인터넷, 카카오톡, 스마트폰 문자 등으로 연하장을 보낸다. 자기가 도안(圖案)하거나 사진이나 그림을 넣어 만들어 보낸다. 그러나 감동이 종이로 만든 것보다 영 떨어지고, 손수 만들어 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못하다. 종이 연하장 가운데도 직접 만든 것은 가치가 있다. 필자는 버리지 못하는 습관이 있어 모두 보관하다가 이사할 적에 손으로 쓴 것만 남기고 버린다. 필자는 모든 연하장에 직접 모필(毛筆)로 써서 답장을 다 하는데 많이 받은 해는 며칠 동안 답장만 쓰는 경우도 있었다.

    연하장은 15세기 독일 사람들이 성경(聖經) 문구와 예수 그림을 넣어 주고받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1863년 이후 근대우편제도가 정착된 이후 급속도로 증가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주고받는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이었다. 연하장이나 근하신년(謹賀新年)이란 말도 일본에서 만든 말이다. 지금은 신년 인사의 대표적인 문구로 근하신년이 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25년 동아일보(東亞日報)에서 처음 썼다.

    그러나 새해를 축하하는 행사나 문구는 옛날부터 있었다. 신라(新羅)에서 당(唐)나라 황제에게 매년 새해를 축하하는 하정표(賀正表)를 바치러 하정사(賀正使)를 보냈고, 조선 말기까지 보냈다. 관료들이나 선비들이 새해를 축하하는 서신을 주고받았고, 새해 문안 인사를 했고, 문안 인사를 못 할 경우에는 하인을 시켜 몇 자 적은 명함(名啣)이라도 돌렸다. 남아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년을 축하하는 말은, 신라 말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이 당나라 황제에게 바치는 ‘하정표’에 나오는 문구다. “새해가 시작을 알리는데, 큰 복이 오직 새롭기 바랍니다.[元正告始, 景福惟新.]”이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어릴 적 벗이나 옛날 가까이 지내던 분들에게 한 해 한 번씩이라도 자신의 근황을 알리고 상대에게 관심을 표시하는 기능으로서, 연말연시를 맞이해서 연하장을 주고받는 일은 훈훈한 인정이 담긴 아름다운 풍속이었다.

    * 賀 : 축하할 하. * 新 : 새 신.

    * 之 : …의 지. * 詞(辭) : 말씀 사.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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