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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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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생각에 잠 못 드는 시인들이 뭉쳤다

창원서 활동하며 20여년 인연 맺어온 중견시인 8명
창작동인 ‘울’ 결성해 첫 동인지 ‘시애틀도…’ 출간
좋은 시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사유 작품에 담아내

  • 기사입력 : 2024-01-09 08: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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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은 생각했다. ‘시는 무엇인가?’ 가만히 답을 떠올리다 이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살면서 누구보다 시를 오래 생각했을 시인이지만 물음을 마주하고 몰려오는 무력감에 속수무책이다. 그리곤 반문해본다. 시는 무엇이라고 답할 수 있는 자, 누가 있을까.

    다시 시를 생각한다. 무엇인지는 답하지 못하면서도 계속.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생각 자체를 잊고 생각하는 나조차 잊는 순간에 멈춘다. 그 순간, 시가 태어났다.


    시인의 생각은 자신과 닮은 주변에 가닿았다. 지난해 6월 시인 8명은 그렇게 모였다. 그리고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되기로 했다. 함께 고민하기로 했다. 지난해 결성된 창작동인 ‘울’의 이야기다.

    동인은 모두 8명. 김승강, 정남식, 임성구, 이주언, 박은형, 김명희, 서연우, 최석균, 모두 창원에서 활동하는 중견 시인들이다. 7명은 시를, 1명은 시조를 쓴다. 회장은 김승강 시인이 맡았다. 이들은 50대 후반~60대 초반으로 20여년 인연을 이어왔다. 오래전부터 만나 함께 밥 먹고 술 마시며 문학을 이야기하던 시인들은 그들의 생각을 책으로 묶기로 했다.

    ‘동인’이라니 그럴 듯해 보이지만 그런 것은 없다고 단정 짓는 것에서 이들의 순수함이 도드라진다.

    김승강 시인은 “주위에서 동인이 표방하는 지향점이 있느냐고 묻는데, 없다. 그런 게 있어야 한다면 앞으로 생각은 해보겠다. 하지만 이건 말할 수 있다. 유유상종이라고 우리는 닮은 점이 있다. 그래서 오래 만나지 않았겠나. 그 닮은 점이 함께 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됐을 것이다. 생각컨대 우리는 문단에서 문학적인 행보의 폭이 넓거나 넓혀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아니며, 그런 것에 대한 비판의식도 조금씩은 있는 사람들 같다”고 ‘울’을 소개한다.

    그렇게 ‘울’은 지난해 12월 첫 동인지 ‘시애틀도 아닌데 잠 못 드는 밤’을 냈다. 시집 제목에서조차 시는 무엇인지 또 좋은 시는 무엇인지, 시인의 생각이 읽히는 듯하다. 시인의 말에서도 그들의 고민이 켜켜이 쌓였다. 임성구 시조시인은 ‘그늘을 당겨 쓰고,/ 어둠을 당겨 쓰고,/ 울음까지 끌어당겨서 시를 써봤다’고 토로하고, 박은형 시인은 ‘마감일보다 먼저 원고를 보낸 기억이 없다. 별반 나아지는 것이 없는데도 붙들고 끙끙거리게 된다. 향기는 고사하고 시의 담을 넘어가기도 늘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담장 밖으로 목을 내놓고 오가는 시를 구경한다. 그늘지면서 몸내 짙은 시 한 편 훌쩍, 나의 담을 넘어올’ 일을 기대한다. 최석균 시인은 ‘진정 마음 한쪽을 훔쳐서 동행할 시구가 있기는 한가. (중략) 화력과 물질이 횡행하는 세상에 눈 감고 맞장구치면서 시를 바라다니, 더구나 인공지능이 시를 찍어내는 마당에. 그러면서 시의 문을 연다’고 고백한다.

    김승강 시인은 동인 ‘울’의 목표는 무엇보다 일 년에 한 권 계속해서 책을 내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처음 각자가 생각했던 순수함을 잃지 않는 것이다.

    “동인 이름을 처음엔 ‘도끼’로 하려 했다. 프란츠 카프카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는 그 도끼인데, 좀 과격하다는 말이 나와 지금의 ‘울’이 됐다. 동인으로서 표방하는 것에 굳이 답하자면 프란츠 카프카의 저 말로 대신하고 싶다. ‘울’은 언어 이전의 호흡이라고 말하고 싶다. 안에서 밖으로 뱉어내는 한 호흡쯤. 우리의 창작행위는 일차적으로 그 호흡을 닮아있을 것이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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