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가 그린 낙서처럼 명랑하고 투박하다. 잘못된 것은 캔버스를 찢어 덧대기도 하고 유화로 덮어 바르며 완전함에서 벗어난 그림 속에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사회를 통찰하는 예리함이 빛난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90세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의 작품들이다.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오는 3월 10일까지 진행하는 ‘로즈 와일리, Hullo again’ 전시.

칠순을 넘긴 나이에 인정을 받기 시작해 이제는 세계에서 주목받는 로즈 와일리의 원화 작품들을 창원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창원문화재단은 성산아트홀에서 ‘로즈 와일리 Hullo again’ 기획전을 통해 그의 회화, 드로잉, 설치미술 등 작품 150여점을 3월 10일까지 선보인다.

전시에는 대중적인 소재, 자유로운 표현력, 유쾌 발랄한 컬러로 뒤덮인 로즈 와일리의 작품과 미술계 파워 큐레이터인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가 극찬한 가로 6m 초대형 작품을 성산아트홀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세계 유명 컬렉터들의 소장품과 아울러 일반 관객이 볼 수 없었던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VIP룸 전시작들도 공개한다.

오는 3월 10일까지 성산아트홀에서 진행되는 '로즈 와일리, Hullo again' 전시 장면.

영국 출신인 로즈 와일리는 미대에 진학하며 화가를 꿈꿨지만, 21세의 어린 나이에 결혼하면서 꿈을 놓게 됐다. 45세에 다시 화가의 꿈을 펼치기 위해 영국 왕실 예술 학교(Royal College of Art)에 입학했지만,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화가로서 인지도를 쌓게 된 것은 76세가 된 지난 2010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영국에서 가장 핫한 작가’로 선정된 이후다.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로즈 와일리는 열정적으로 활동하며 2018년 영국 왕실 문화계 공로상을 받고 현재는 세계 3대 갤러리인 데이비드 즈워너의 전속작가로 소속돼 있다.

로즈 와일리./창원문화재단, UNC/

그의 작품은 △일상의 순간들을 담은 ‘보통의 시간들’ △쿠엔틴 타란티노의 ‘거친 녀석들’ 등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필름노트’ △역사와 왕실, 뉴스와 광고 등의 미디어에서 얻어낸 장면을 담아낸 ‘영감의 아카이브’ △토트넘의 팬인 로즈 와일리가 그려낸 손흥민을 비롯한 축구의 이미지가 담긴 ‘축구를 사랑한 그녀 그리고 손흥민’ △동물과 자연 등 로즈 와일리에게 영감을 주는 생명을 담은 ‘살아있는 아름다움’ △소녀의 다양한 모습과 그 속에서 자신을 찾아낸 ‘소녀, 소녀를 만나다’ 등 6개관에 나눠 주제별로 펼쳐진다.

로즈 와일리 作 ‘Six Hullo Girls’/창원문화재단·UNC/

‘Queen of Pansies (Dots)’ /창원문화재단·UNC/

전시와 연계한 키즈 프로그램도 열린다. 소수정예 스토리텔링 미술관 교육 전문가 그룹인 ‘미술관 이야기’의 아트 스튜디오와 함께 전시관 스토리텔링 및 전시 연계 아트클래스로 아이의 생각을 이끌어 내는 소통 중심의 프로그램이다. 전시 관람 요금은 일반 1만2000원, 어린이 7000원, 만 36개월 이하 영유아는 무료다. 관련 문의는 창원문화재단 홈페이지와 전화(☏714-1971)로 하면 된다.

글·사진= 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