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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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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012) 계구신독(戒懼愼獨)

- 경계하고 두려워하여 혼자 있을 때도 삼가라

  • 기사입력 : 2024-01-15 19: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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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마약(麻藥)을 흡취(吸取)하다가 걸린 사람들은 대부분 인기 연예인이었고 일반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어느새 마약이 점점 퍼져 지금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만연해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대통령이 이미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마약청(麻藥廳) 설립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국방부에서는 입영하는 모든 청년들을 전부 마약 조사를 한다고 한다. 지금 마약을 퇴치하지 않으면 앞으로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마약이라는 것은, 처음에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고 우울한 마음을 없애 주고 통증도 가라앉게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뇌의 중추신경(中樞神經)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끊을 수가 없고, 점점 더 많이 먹어야 효과가 나서 결국 사람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망가뜨려 파멸의 길로 들어가게 하고야 만다.

    연령의 노소, 지위의 고하, 지식의 다과(多寡) 등에 관계없이 마약에 한번 중독되면 끊기 매우 힘들다. 명(明)나라 만력(萬曆) 황제는 30년간 조회(朝會)를 연 적이 없는데 지독한 아편 중독자였기 때문이다. 1958년 북경 북쪽에 있는 그의 능인 정릉(定陵)을 발굴했는데, 그 시신에서 모르핀 성분이 발견되었다. 영국에 유학하여 1912년 초대 북경대학(北京大學) 총장이 된 엄복(嚴復)은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國富論)’, 몽테스큐의 ‘법의 정신’ 등 서양의 철학, 사상서 50여 종을 번역한 대학자 사상가였지만 아편에 중독되어 말년에는 누워서 지낼 정도였다.

    우리나라에도 1882년 임오군란(壬午軍亂) 때 청(淸)나라 군대가 주둔하면서 아편(鴉片)이 널리 퍼져 점점 중독자가 늘어났다.

    마약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신석기시대 유물에서 아편의 원료인 양귀비 씨가 발견되었다. 원래는 지중해 동부가 원산지인데, 중국에는 기원전 1세기 서역(西域)에서 들어왔고 우리나라에는 조선(朝鮮) 초기 이미 들어와 있었다.

    검찰이나 경찰에서 마약단속반을 만들어 단속한다 해도, 오늘날은 마약 구입이 워낙 쉬워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바로 배달된다. 그러니 단속으로는 근절하기가 어렵다. 방법은? 청소년들의 마음을 바로잡는 것이다. 일시적인 쾌락 추구가 한평생을 망친다는 점을 머리 속에 심어 주어야 한다.

    ‘중용(中庸)’에 이런 구절이 있다. “군자다운 사람은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경계하고 조심하며, 남이 듣지 않는 곳에서도 걱정하고 두려워한다. 숨기는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이 없으며, 미미한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이 없다. 그래서 군자다운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삼가는 것이다.[君子, 戒愼乎其所不睹, 恐懼乎其所不聞. 莫見乎隱, 莫顯乎微. 故君子愼其獨也.]” 항상 경계하고, 두려워하고, 홀로 있을 때도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라는 뜻이다.

    각자가 남이 보든 안 보든 조심조심 두려워하면서 자기 자신을 바르게 지켜 나가면, 마약뿐만 아니라 모든 범죄가 사라질 것이다. 각자가 자기 마음을 지키도록 미리 교육을 해야지, 사후에 단속해서는 근절할 수가 없을 것이다.

    *戒 : 경계할 계. *懼 : 두려울 구.

    *愼 : 삼갈 신. *獨 : 홀로 독.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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