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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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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016) 형제난득(兄弟難得)

- 형과 아우는 얻기 어렵다

  • 기사입력 : 2024-02-13 0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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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한학연구원장

    설·추석 같은 명절이 되면 부모·형제가 더욱 그리워진다. 부모 곁에서 살던 형제가 장성하면 각자 따로 살게 된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형제가 만나기도 수월치 않고, 자칫 잘못하면 우애(友愛)가 상하게 된다. 속담(俗談)에 ‘부모 돌아가신 뒤의 형제간은, 뿌리 잘린 배추 이파리 같다’고 했다. 뿌리 잘린 배추 이파리는 한 번 흩어지면 다시는 제 자리를 찾아가 붙을 수가 없다.

    부모 돌아가신 뒤에도 형제자매 사이에 우애 있게 잘 사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주변에 적지 않다.

    필자 또래 교수가 있었는데, 5~6년 만에 만나보니, 이가 다 빠지고, 머리도 빠지는 등 완전히 폐인(廢人)처럼 보였다. 부모가 물려준 재산 때문에 소송하다 보니, 재산 다 날리고, 골병이 든 것이었다. 결국 재산 잃고 형제를 잃었다.

    창녕군(昌寧郡) 계팔(桂八)이란 마을에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 선생의 후손이 살아오고 있다. 조선 영조(英祖) 시대쯤에 이 집안의 한 총각이 거제(巨濟)에 사는 옥씨(玉氏) 집안으로 장가를 들었다. 옥씨 집안은 큰 부자였다. 옥씨는 오현의 후손을 사위로 맞이했다고 기뻐하며 딸을 시집보낼 때 따라갔다. 가서 보니 끼니를 잇지 못 할 정도로 가난했다. 집에 돌아온 옥씨는 딸이 가난하게 살 것을 생각하니, 마음에 걸려 논 100마지기를 보냈다.

    몇 년 뒤 딸의 집에 가보니, 여전히 가난하였다. 사위를 불러 “어째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큰형님은 조상 제사를 받들어야 하고 손님이 많아, 형님 집에 보냈습니다.”, “이 천치(天痴) 같은 사람아! 반이라도 남겨 놓아야지”라고 사위를 나무라며 다시는 안 오겠다고 화를 내며 돌아갔다.

    도와주지 않으려고 하다가 딸 고생하는 것이 걱정이 되어 다시 100마지기 보냈다. 몇 년 뒤 가보니 여전히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아직도 형편이 어째 이렇노?” 사위는, “둘째 형님은 몸이 약해서 일도 못 하고, 애들도 많아 앞길이 막막하기에, 드렸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장인은 어이가 없었다.

    장인은 차마 그냥 볼 수가 없어 세 번째로 100마지기를 보냈다. 삼형제가 아주 우애 있게 잘 살며, 집안을 크게 일으켰다고 한다.

    중국 북제(北齊)라는 나라에 청하(淸河) 고을 원인 소경(蘇瓊)이 있었다. 을보명(乙普明) 형제가 논밭을 가지고 다투고 있었다. 소경이 관아로 불러 이런 말을 했다. “천하에 얻기 어려운 것은 형제이고, 구하기 쉬운 것은 논밭이다. 땅을 얻고서 형제를 잃어버린다면 마음이 어떠하겠는가?[天下難得者, 兄弟, 易求者, 田地. 得地而失兄弟, 心如何?]”그리고는 소경은 눈물을 흘렸다. 모여든 모든 사람이 다 울었다.

    크게 뉘우친 을보명 형제는 10여 년 다투던 소송을 취하하고 한집에 모여 잘 살았다.

    재산 등도 중요하지만, 형제만큼 중요하겠는가? 형제는 부모의 기운을 함께 받았다 해서 동기(同氣)라고 한다. 부모님을 생각할 때 형제자매가 잘 지내지 않아서 되겠는가?

    * 兄 : 형님 형. *弟 : 아우 제.

    * 難 : 어려울 난. * 得 : 얻을 득.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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