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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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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곳 중 10곳만 문 열어…달라진 결혼·명절 문화에 직격탄

마산 부림시장 한복거리 가보니

  • 기사입력 : 2024-02-13 21: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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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여 위주로 영업… 곳곳 임대 매물
    명절 특수도 사라져 폐업 고민 많아
    ‘한복 입는 날 지정’ 등 지원책 필요

    “40년 넘게 한복집을 운영했지만 올해처럼 힘든 해는 처음입니다. 우리나라 전통을 살려야 하는데 방치하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마산 부림시장에서 45년째 한복집을 운영하는 구정아씨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시어머니가 하던 가게를 이어받아 젊었을 때부터 한복집을 했다”며 “과거 명절 때는 손님도 많았고, 결혼할 때면 한복 4~5벌은 맞췄다. 하지만 요즘에는 폐백도 없어지는 시대이니 한복집을 잘 찾지 않는다. ‘한복 입는 날’ 지정 등 지원 정책을 통해 한복 업계를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시장 내 한복거리에 점포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김승권 기자/
    13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시장 내 한복거리에 점포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김승권 기자/

    13일 오전 방문한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시장 내 한복거리. 현재 이곳에는 32개의 한복집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날 10여곳만 문을 열었다. 굳게 닫힌 셔터 곳곳에는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손님은 한두 명 정도로 거리는 한산했으며, 상인들끼리 대화를 나누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상인들은 한복을 맞추는 집은 거의 없고, 대다수가 대여를 위주로 영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박 3일 대여 시 가격은 10~15만원 정도다.

    상인들은 달라진 결혼·명절 문화가 한복 업계에 직격탄을 가져왔다고 입을 모았다. 40년째 한복집을 운영하는 임모(65)씨는 “약 3년 전부터 손님이 급격하게 줄었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집 등 설 명절이라고 해서 한복을 찾는 문의도 거의 없었다”며 “정부나 교육청에서 예절교육이나 한복 관련 행사를 진행해 한복을 자주 접할 기회라도 제공해 줬으면 한다. 이렇게 가다간 업계만 죽는 게 아니고 전통문화인 한복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했다.

    13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시장 내 한복거리가 한산하다./김승권 기자/
    13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시장 내 한복거리가 한산하다./김승권 기자/

    전통 한복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편하게끔 만들어진 개량한복 역시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고 상인들은 토로한다. 임씨는 “예전에는 차례를 지내다 보니 개량한복의 매출이 좀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문화도 사라져 찾는 손님이 거의 없다”며 “주변을 보면 알겠지만, 대다수 한복집이 문을 닫았다. 폐업을 한다고 해도 한복을 다시 팔 수도 없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또다른 상인 정정숙(72)씨는 “얼마 전 서울의 한 결혼식장에 갔을 때 폐백실이 없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신부도 한복을 안 입는 시대가 온 것 같다”며 “예전에는 대를 이어 한복집을 운영하는 곳이 많았는데, 부림시장도 아마 우리 세대로 끝나고 나서 없어질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13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시장 내 한복거리가 한산하다./김승권 기자/
    13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시장 내 한복거리가 한산하다./김승권 기자/

    전국적으로도 한복집은 줄폐업 위기를 겪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2022 한복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복 산업(제조업·소매업) 사업체 수는 2010년 5287개에서 2015년 4110개, 2020년 3608개로 매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중 부산·울산·경남의 한복 제조업체 수도 △2010년 1018개 △2015년 761개 △2020년 604개로 10년 새 40%가량 줄었다.

    김월수 마산부림시장번영회 회장은 “코로나가 끝나고 중단됐던 결혼식 등 행사가 열리니 한복 수요가 잠깐 늘었지만, 요즘에는 정반대 상황이다”며 “결혼식도 많이 없고 제사도 안 지내는 분위기다 보니 한복 수요가 줄 수밖에 없다. 그래도 마산부림시장에 오면 값싼 가격에 다양한 한복을 접할 수 있으니 많이 찾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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