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극단들이 한 해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겨루고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연극축제 ‘제42회 경남연극제’가 내달 14일 개막한다. 올해 경남의 극단들은 어떤 작품들을 준비하고 있을까. 본지는 경남연극제에 오르는 14개 극단의 작품을 연재 형식으로 매일 문화면에 하나씩 소개한다. 지면으로 먼저 맛본 각 극단의 연극이 실제 무대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 비교해봐도 좋겠다.
경남연극제는 28일까지 김해서부문화센터 하늬홀과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3000원이며, 오는 21일부터 작품별로 예매가 시작된다. 예매는 네이버 예약(booking.naver.com/booking/12/bizes/833060)으로하면 된다. 문의는 전화(☏322-9004).
극단이루마의 2022년 작품인 ‘한알의 밀알 강성갑’ 공연 모습. 조연으로 출연했던 배우 박준우(가운데·김병희 역)가 이번 공연 ‘선; 얼룩진 다리’에서는 주연을 맡아 열연한다./극단이루마/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김병희 조명
악행의 순간 내면 심리 실험적 연출
첫 주연 맡은 박준수 등 연기력 기대
4월 15일 김해서부문화센터서 무대
개막작인 김해 극단이루마의 ‘선; 얼룩진 다리’(연출·각본 김인하)는 4월 15일 오후 7시 30분 김해서부문화센터에서 열린다.
연극 ‘선; 얼룩진 다리’는 극단이루마의 창작 초연극으로 실존했던 인물과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김병희’는 김해경찰서 진영지서장이었던 인물로 한국전쟁 당시 ‘빨갱이’ 프레임으로 민간인 학살을 주동해 1950년 사형을 선고받았다. 한국전쟁의 민간인 학살 주동자 중 유일하게 재판을 받은 사건이다.
극은 1950년 군법재판 당시의 장면을 비추며 시작한다. 김병희는 재판정에서 자신의 과오들을 주마등처럼 회상한다. 그는 언제부터 ‘선’을 넘어서 괴물이 되어버렸나.
연극은 ‘김병희’라는 인물을 통해 올바른 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극에서는 내내 김병희를 따라다니는 상징이 있다. 그것은 그가 악행에 처한 매순간 자신을 붙잡을 수 있는 ‘선’이기도 했다. 이번 연극에서는 굵직한 사건을 둘러싼 인물의 내면과 그 갈등을 주요하게 조명하기에, 인물의 심리와 상황을 표현하는 서사적 구조와 실험적인 연출을 접할 수 있겠다.
극단이루마가 지난 6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선; 얼룩진 다리’를 연습하고 있다.이번 연극은 특히 ‘김병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흥미롭다. 김병희는 주로 진영복음중등공민학교(현 한얼중학교)의 설립자이자 목사인 ‘강성갑 선생’의 일대기에 언급되는 인물이다.
실제로 극단이루마는 지난 2022년에 연극 ‘한알의 밀알 강성갑’을 통해 조연으로 김병희를 출연시켰다. 그랬던 김병희가 이번 ‘선; 얼룩진 다리’에서는 주연으로 올라 ‘인간이 선을 넘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인다.
김병희 역은 과거에도 맡았던 박준수 배우가 그대로 이어간다. 이번 연극으로 첫 주연이 된 그는 설렘과 열정이 가득한 연기를 보일 예정이다. 극중 김병희와 떼어낼 수 없는 ‘아이’ 역할을 맡은 김수연 배우는 무대에서 펼치는 순수한 연기력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극단이루마는 지역민에게 문화예술의 전문성과 접근성을 높이고자 2004년 창단한 극단이다. 2010년 ‘베이비시터’로 단체 금상과 개인 연기대상을 받았고, 지난해 진행된 41회 경남연극제에서도 ‘당신이 좋아’로 단체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글·사진= 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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