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9일 (월)
전체메뉴

[도내 외국인지원센터 재개소 첫날] ‘인력·예산 반토막’에 구글 번역기 켜놓고 고군분투

  • 기사입력 : 2024-03-17 21:03:12
  •   
  • 지자체 관리 김해·창원·양산 등 3곳
    외국인 노동자들로 북적였지만
    예산 최대 40%↓… 통역 등 난항
    정부 지원금 2억도 3년 후 중단돼


    속보= 정부의 예산 지원 중단으로 지난해 말 폐쇄된 경남지역 외국인 지원센터 3곳이 공모 사업을 통해 다시 문을 열었지만 예산과 인력이 크게 줄면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되고 있다.(2월 14일 5면  ▲지자체 관리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이르면 이달 문 연다 )

    17일 77일 만에 문을 연 ‘김해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정미영 베트남 통역상담가(한국 귀화)가 상담을 하고 있다.
    17일 77일 만에 문을 연 ‘김해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정미영 베트남 통역상담가(한국 귀화)가 상담을 하고 있다.

    17일 오전 10시께 찾은 ‘김해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김해센터)’는 정부의 예산 전액 삭감으로 문을 닫은 지 꼬박 77일 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센터에는 상담을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채 안돼 외국인노동자 20여명으로 북적였다. 네팔과 미얀마, 베트남 통역상담가 3명의 자리에는 ‘새출발을 응원합니다. 여성가족과 직원 일동’이라고 적힌 작은 화환이 놓여 있었다.

    2019년부터 김해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니오 파야르 빈 미얀마 통역상담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다시 도와줄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며 두 달여 만에 다시 상담을 하게 된 소회를 밝혔다. 대기 중인 외국인노동자들도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눴고, 때로는 상담가에게 반가움을 표하기도 했다.

    정부 지원이 끊겨 문을 닫았던 김해센터를 비롯해 창원센터, 양산센터 등 도내 거점센터 3곳은 해당 센터 소재 지자체들이 지난 1월 고용노동부의 ‘지역정착공모사업’에 선정돼 총 4억원(국비 2억원, 시비 2억원)의 예산을 마련하면서 다시 문을 열게 됐다. 센터 운영주체가 고용노동부에서 지자체로 바뀌었고, 위탁 운영기관과 시설은 그대로다.

    문제는 지원 예산이 최대 4억원으로, 기존 지원금액에서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0% 감소한 데다 운영 인력도 3곳 모두 6명으로 당초 10명(양산), 15명(창원), 16명(김해)보다 크게 줄었다. 그나마 정부의 지원금(2억원)은 3년 후부터 중단된다. 정부는 지자체의 역할을 강화해 지역에 맞는 외국인노동자 체류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기존 센터를 폐쇄하는 대신 이번 사업을 추진했다.

    재개소 첫날인 이날 김해센터에는 통역상담가가 부족해 구글 번역기로 상담을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됐다.

    오는 6월 체류기간 만기를 앞둔 캄보디아 국적의 노동자 A씨는 한국에서 더 일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기 위해 이날 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캄보디아 통역상담가가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발길을 돌리려 했지만 니오 파야르 빈 미얀마 통역상담가가 한국어와 구글 번역기를 동원해 본국 귀국 후 다시 재입국하는 방법을 안내했다. 빈 상담가는 “언어소통이 잘 안 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 붙잡았다”며 “시간 내서 먼 걸음 했을 텐데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돌아가면 기분이 안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해센터 인력은 센터장 1명과 한국인 팀장 2명, 통역상담가 3명(베트남·미얀마·네팔) 등 총 6명이 정원으로 센터장은 아직 공석이다. 김해센터에서 6년째 근무 중인 이효남씨는 “16명이 하던 일을 절반 이상 줄어든 인원으로 해야 하다 보니 걱정이 앞선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는데 예산과 인력 문제로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내에서는 김해센터뿐만 아니라 같은 날 다시 문을 연 양산센터, 지난 10일 재개소한 창원센터 등 3곳의 센터가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줄어든 예산과 인력으로 센터들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유경혜 양산센터장은 기존 업무에 더해 통역상담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예산이 부족해 인원이 충분치 않았는데, 또 줄어들어 올해부터는 직접 통역상담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진종상 창원센터장은 “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상담을 받지 못했던 외국인노동자들이 다시 문을 열면서 많이 찾고 있다”며 “줄어든 예산과 인력으로 어려움은 있지만, 대학 유학생 등 일일통역원과 자원봉사자들, 도에서 지원해준 AI 통역기 등을 활용하는 등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 등록 외국인은 지난해 말 기준 8만9312명으로, 이 중 전문인력비자, 계절근로자비자, 단순노무비자 등 일자리 관련 비자를 받고 일하는 산업인력 외국인은 50%를 넘어 매년 증가 추세다.

    글·사진= 김태형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김태형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