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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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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에 지역 2차 의료기관 ‘부각’

[전공의 집단 사직 한 달]

  • 기사입력 : 2024-03-18 2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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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찾던 환자, 지역으로 발길
    창원한마음 등 종합병원서 수술

    하충식 재단 의장 “의료 전달체계
    바로잡아야 지역 의료 살아날 것”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한 달이 된 가운데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적합한 병원을 찾도록 하는 의료 전달체계가 재정립됨으로써 지역 2차 의료기관(종합병원급)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이 여전히 격화되고 있다. 의료 시스템이 유지되는 것은 환자 곁을 지킨 의료진이 존재하는 것과 함께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을 대신 진료한 2차 병원이 있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일주일째인 26일 오후 2차 종합병원인 창원 한마음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와 병실 이동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김승권 기자/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일주일째인 26일 오후 2차 종합병원인 창원 한마음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와 병실 이동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김승권 기자/

    다만, 대립이 장기화하는 와중에 전공의가 떠난 병원을 지탱해온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 오는 25일부터 집단 사직서 제출이 예고되면서 사태는 더 악화될 우려가 있다.

    18일 창원한마음병원. 도내 2차 병원 중 한 곳인 창원한마음병원은 전공의 5명이 사직했지만 의료공백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대학병원 등에서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몰리면서 응급실 등 담당 의사들의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 경남의 경우 대학병원급 4개 병원에 400명이 넘는 전공의가 몰려 있어 공백이 컸다. 반면 종합병원은 수련의 의존도가 낮은 대신 전문의 중심으로 인력이 구성돼 여파가 덜한 편이다.

    지난 13일 창원한마음병원에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 주요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가 수술할 형편이 못돼 이곳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환자는 현재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에 따르면, 현재 간 치료와 관련된 수술 환자만 10명 가까이 입원해 있다. 병원은 어려운 간이식술을 성공하는 등 수도권에 가지 않아도 지역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알렸지만 많은 환자들이 수도권을 찾았다. 의료공백 사태가 발생하자 수도권을 찾던 환자들이 지역 의료를 찾아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창원한마음병원 자체 분석결과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 경증 환자가 다소 줄어든 반면 항암 치료 환자나 수술 환자가 10~2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종합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전공의 집단 이탈 이전인 지난달 첫 주와 비교해 이달 14일 기준 1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비롯해 최근 의료개혁 4대 과제 중 하나인 의료 전달체계(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 개편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 환자, 종합병원은 ‘중등증(중증과 경증의 중간)’ 환자, 동네 병의원은 ‘경증’ 환자 대응과 진료에 각각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2차 병원의 기능과 역량을 대폭 높이고 이를 위한 보상지원도 강화키로 했다.

    하충식 한마음국제의료재단 의장이 18일 병원 3층 외과 중환자실을 찾아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김재경 기자/
    하충식 한마음국제의료재단 의장이 18일 병원 3층 외과 중환자실을 찾아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김재경 기자/

    하충식 한마음국제의료재단 의장은 경남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발표가) 만사지탄이지만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의료전달 체계가 이뤄져서 지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지방에서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 의장은 “3차 대형병원은 교육, 연구, 희귀·난치·고난도 질환 진료 등 본연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지금껏 질이 아닌 양적 성장을 추구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의료전달 체계를 바로잡아야 의료대란이 일어나지 않고, 지역 의료도 살아날 것이다. 수도권에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경쟁을 하니 지방 의료가 황폐화되고 있다. 지방 전문병원에서 할 수 있는 수술을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싹쓸이하니 6개월, 1년이 밀린다고 말한다. 이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2차 병원을 거쳐 상급종합병원을 가는 게 맞고, 이를 위해 경쟁력이 있는 병원에는 혜택을 주고 대형병원은 질적 경쟁을 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라며 “또 사태가 길어지고 있는데 누군가는 환자를 지켜야 한다. 한시바삐 의료 현장에 복귀하고 지혜롭게 문제를 풀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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