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8일 (일)
전체메뉴

경남도립극단 갑작스러운 운영 변경에 ‘잡음’

  • 기사입력 : 2024-03-21 18:34:07
  •   
  • 경남도립극단, 올해 계획 최종 결정된 상태서
    운영위 등 의견수렴 없이 지난달 계획 재수립
    순회공연 확대 의견에 정기공연 일정·작품 변경
    일방적 변경에 배우들 숙소 비용·수익 활동 손해
    지난 20일 배우 대상 설명회 열었지만 불만 여전
    도립극단 ‘중소형 연극 순회’에 지역 연극 생태계 ‘불안’


    경남도립극단이 올해 결정된 운영 계획을 배우와 지역 연극계, 전문가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소속 배우들의 숙소 비용과 수익 활동 차질 등 여러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가 하면 수정 계획이 지역 연극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올해 극단 운영 계획, 논의 없이 갑작 변경= 경남문화예술회관과 경남도립극단 등에 따르면 도립극단은 2024년 진행할 3개 작품 ‘오장군의 발톱’(4월 정기공연), ‘대학살의 신’(7월 정기공연), ‘햄릿’(11월 정기공연)을 최종 결정하고 지난해 12월 작품별 배우 선정까지 마쳤다.

    그러나 2월 갑작스럽게 2024년 운영 계획을 내부적으로 수립, 정기공연 날짜인 4월을 한달 앞둔 3월 11일 새로운 운영 계획을 최종 결정하면서 선정 작품은 물론, 정기공연 시기까지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예정된 4월 정기공연은 7월로 변경됐고, 기존 7월·11월 정기공연은 8월로 변경됐다.

    대형연극과 순수연극을 중심으로 해오던 작품 선정도 순회 확대를 위해 이번에 교체돼 ‘오장군의 발톱’은 창작 가족음악극으로, ‘대학살의 신’과 ‘햄릿’은 중소형 연극인 ‘유쾌한 하녀 마리사’와 ‘빌미’로 변경됐다. 창작 가족음악극의 경우에는 정기공연 이 외에도 갈라쇼 형식으로 우주항공청 개청과 김해에서 열리는 전국체전, 경남도민의 날, 경남문화상 시상 등 경남 행사에 활용될 계획이다.

    경남문화예술회관과 도립극단의 일방적 변경에 출연 배우들이 반발하자 경남문화예술회관과 도립극단은 지난 20일 ‘경남도립예술단의 운영 개선 방안 마련에 따른 사업 변경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해명에 나섰다. 이날 경남문화예술회관측은 “이전부터 순회공연을 늘려달라는 의견들이 있었고 또 지난 1월 도의회 업무보고에서 지역순회공연을 많이 해 달라는 지적과 요구가 있었다”며 “기존 중대형 위주로 공연을 진행하면 도민의 향유 기회를 확대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2월부터 운영 계획을 수정하기 시작했다”고 변경 사유를 설명했다.

    도립극단의 작품 선정은 지역 연극인과 도의원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경남도립예술단 운영위원회의 결정도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는 선행되지 않았다.

    지난 20일 경남문화예술회관 연습실에서 문화예술회관, 경남도립극단 관계자가 배우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어태희 기자/
    지난 20일 경남문화예술회관 연습실에서 문화예술회관, 경남도립극단 관계자가 배우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어태희 기자/

    ◇배우·지역 연극계 잡음 예상= 이날 설명회를 통해 도립극단 측의 사과와 피해를 받은 배우들의 보상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도립극단 측은 “설명회를 통해 배우들 또한 해명과 손해보상 등에 납득했다”고 밝혔지만, 참여 배우들의 불만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프리랜서 개념으로 연간 일정을 정해두는 배우들은 도립극단의 일방적인 계획 변경에 따라 수익 손해와 경력 단절, 지불한 숙소 비용 등의 문제를 호소했다. 극단 측은 보상으로 ‘순회공연 확대’를 제안했지만 배우들은 순회공연 보상은 ‘정당한 노동값’이지 보상의 의미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여한 배우 A씨는 “순회공연으로 인한 임금은 노동의 정당한 값”이라며 “애초 순회공연을 늘리기 위한 계획 변경이었기에 보상을 ‘순회공연 확대’로 한다는 것은 계획을 마치 선심형, 보상형으로 말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한편, 도립극단이 지역 순회공연을 대폭 늘릴 계획이 알려지자 지역 연극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립극단의 취지에 ‘지역문화예술 생태계 활성화’가 있지만 이에 역행하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경남의 극단 대표 B씨는 “소외된 지역 없이 문화 향유를 촉진시키자면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극단들을 활용하는 것이 맞지 않냐”며 “도립극단이 지역극단도 할 수 있는 소규모 연극을 통해 지역을 순회한다는 내용은 결국 도립극단이 지역극단의 경쟁상대가 되는 것이고 지역 연극 생태계를 위협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또 도립극단이 항공우주청 개청식, 전국체전, 도민의날, 경남문화상 시상 등에서 축하 공연을 계획한 내용에 대해서도 “도립극단이 지자체의 홍보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전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어태희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