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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남택리지-합천]야로에 섬유단지 10여개사 가동

  • 기사입력 : 1999-07-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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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리지에 이르기를 살만한 곳을 살필때는 들어오는 물을 경계하지 않으
    면 안된다고 했다. 오는 물은 반드시 산맥의 방향과 음양의 두 기운이 합치
    면서 꾸불꾸불하게 유유히 흘러 들어오는 것이 좋고, 한줄로 활을 쏜 것처
    럼 흘러들면 좋지 않다고 했다.

    합천읍은 황강이 크게 휘감아 도는 가운데 자리잡아 이같은 택리지의 지
    적에 딱 들어맞는 곳이다. 어머니의 아기집 같은 황강이 합천읍을 감싸고
    있어, 합천은 언제까지나 평화로울 것 같은 형상이다.

    한때 1읍 16면 인구 20만명이 넘는 웅군이었던 합천은 면적은 그대로지만
    지금은 인구가 6만8천명으로 줄었다.

    합천군은 가야초기 다라국(합천지방) 초팔혜국(초계지방) 사이기국(삼가
    지방)등 3개의 부족국가가 있었으나, 1세기경에 고령의 대가야에 흡수되었
    다. 신라 진흥왕 23년(562년) 대가야국이 신라에 멸망되어 합천에는 대야주
    (대량주)가 설치되었고, 대야성을 쌓아 신라의 군사적 요충이 되었다.

    고려시대에는 8대 현종이 조모인 신성왕후의 고향이라하여 합주로 승격시
    키기도 했으며, 조선 태종 13년 이후 합천군과 삼가현 초계현으로 행정구분
    되었다가 1914년 합천 가야 야로 묘산 봉산 용주 율곡 대양 쌍백 대병 가
    회 삼가 초계 쌍책 덕곡 청덕 적중면등 17면의 합천군으로 통합되었다.

    합천의 명소는 역시 가야산과 해인사이다. 택리지는 가야산은 돌끝이 뾰
    죽뾰죽하고 줄로 늘어서서 불꽃이 공중에 솟은 듯하고, 대단히 높고 또한
    수려하다고 표현했다. 해인사 장경판전은 국보 52호로 남쪽의 수다라전과
    북쪽의 법보전의 남북 2동으로 구성된 단층의 목조기와집으로 오랜 세월동
    안 팔만대장경을 변함없이 보존한 과학적인 건물로 지난 95년 유네스코에
    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았다.

    또 택리지는 임진란 때 전국의 명산에 왜인들이 들어왔으나 가야산과 오대
    산 소백산은 왜인이 이르지 못했다며 삼재(三災)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
    고 적고 있다. 이는 지금의 초계면 사무소가 위치한 곳에 권율도원수가 정
    유재란때 최고 사령부인 원수부를 설치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략을 수
    립하면서 왜적의 진격을 막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택리의 개념으로 풀어낸
    것이다.

    모함에서 풀려난 충무공 이순신장군은 초계의 권율도원수 휘하에서 백의
    종군하라는 어명을 받고, 1597년 4월3일 서울을 출발, 6월4일 초계에 도착
    해 당시의 초계현에 속해있던 지금의 율곡면 낙민리 매실마을에 44일간 머
    물면서 5차례나 권율장군을 방문해 전황을 듣고, 전략을 수립했다. 공이 8
    월3일 삼도수군통제사로 복직한후 곧바로 승전을 이끌수 있었던 것은 초계
    의 원수부에서 전황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합천군은 매실
    마을에서 초계면사무소까지 3.9㎞의 충무공 백의종군로를 복원해 청소년들
    의 심신단련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가야산 지역과 함께 합천의 관광명소에 떠오르는 곳이 지난 88년 완공된
    합천호지역이다. 최근 용주면 죽죽리에서 봉산면 계산리까지의 도로가 확
    장·포장되어 합천호 순환도로가 완공되었다. 합천댐위를 지나 봉산면 새터
    관광지와 대병면 역평리 백리벚꽃길을 돌아나오는 2시간 거리의 순환도로
    는 호수와 절경으로 이루어진 멋진 드라이브코스이다. 바로 인근의 악견
    산, 금성산, 허굴산의 대병 3산은 해발 6백m 안팎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암석과 소나무가 조화를 이룬 등산로로 합천호 관광지를 더욱 돋보이게 한
    다.

    또 이곳에서 승용차로 20분정도 거리인 황매산군립공원도 보물 3백53호
    인 쌍사자석등이 있는 영암사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모산재등으로 찾
    는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모산재 바로 아래인 가회면 새터마을의 「바람흔적 미술관」은 이곳을 찾
    는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설치행위작가인 최영호씨(40)
    가 혼자의 힘으로 마련한 30평 남짓한 이 미술관에는 지난 2일부터 한 화가
    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사람의 흔적도 없고, 바람마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이곳에 미
    술관을 만들고, 그 곳에서 전시회를 갖고, 그것을 감상하러 오는 사람들.
    그들이 만나는 곳이 바로 합천이다.

    합천은 농업와 관광위주의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율곡 야로
    적중면등 3개 지역에 농공단지를 조성했으며, 특히 조선시대 군청소재지인
    야로면에 위치한 비단등 섬유전문 농공단지인 야로농공단지는 (주)대유인터
    내셔널등 10여개 비단생산업체가 활발히 가동중이다. 섬유도시인 대구에 가
    까운 지리적 여건을 십분 활용해 대구지역의 섬유업체를 유치했기 때문이
    다.

    율곡면의 콘크리트제품을 생산하는 동아도시산업(주), 미에로화이바를 생
    산하는 현대약품공장, 삼가면의 마이크로세라믹등도 합천에 위치한 주요한
    생산시설들이다.

    합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황강직강공사는 대양면 정양리와 율곡
    면 문림리에 길이 4.4㎞ 폭 3백20m의 수로를 건설해 1백2만평의 폐천부지
    를 옥토로 바꾸는 사업으로 국제수준의 종합레저타운 건설, 합천읍의 홍수
    피해 감소, 인근 농경지의 원활한 농업용수 공급등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IMF로 인해 민간자본 투자업체인 대우가 주춤거리
    고 있어, 50년 숙원사업을 이루려는 군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합천은 높은 산과 유유한 강을 가진 땅이니 그 땅의 인물 역시 많다. 전
    두환전대통령을 낳은 율곡면 내천리는 뒤로 덕용산이 병풍같이 감싸고 앞으
    로 황강이 굽이쳐 흐르나 물의 들어옴이 부드럽고 나감이 보이지 않는 명당
    이라고 일컬어진다.

    정계에는 김광일전대통령비서실장(59·합천읍)과 류흥수(62·야로면)국
    회의원과 유상호(65·묘산면) 곽정출(62·가야면)전의원등이 있다. 관계에
    는 김혁규경남지사(59·초계면)와 이기주독일대사(63·쌍책면) 강만수재정
    경제원차관(54·대양면) 정윤백부산지방보훈처장(58·쌍책면) 김용균전국회
    행정처장(57·용주면) 박판제전환경청장(59·대병면)등이 있다.

    군인으로는 차기문육군중장(54·덕곡면)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고, 정상
    배전51사단장(58·삼가면) 송대성전기무사령관(54·대병면)등도 이곳 출신
    이다.

    법조계에는 부산고법원장을 지낸 안상돈변호사(59·청덕면)의 뒤를 법조
    인들인 김인호검사(43·삼가면) 박성철판사(42·봉산면) 활동하고 있으며,
    경제계에는 김의수영신타올사장(72·용주면)이 있다. /박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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