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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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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삐걱거리는 대우 워크아웃

  • 기사입력 : 1999-09-07 00:00:00
  •   
  •  대우그룹 12개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삐걱거리고 있
    다.
     대우 구조조정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정부의 말대로라면 워크아웃 차질
    은 구조조정 지연과 그에 상응하는 공적자금 투입의 증가로 이어질 수 밖
    에 없다.

     ▲채권단내 이기주의=대우 구조조정과 정상화를 위한 틀로서 워크아웃이
    결정된 이후 채권단내 이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대상 기업이 12개사에 이르고 채권금융기관만도 100개에 달해 서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합의도출이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라
    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우 워크아웃 진행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채권단내 이견은 그
    성격과 강도에서 이전의 사례와는 사뭇 다른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

     채권단의 양축인 은행권과 투신권 모두 대우 문제는 자신의 생사여부를
    가를 수 있는 중대 사안으로 판단, 불투명한 향후 장래 보다는 당장의 희생
    을 최소화는데 전력하고 있다.
     당장은 손실이 되더라도 향후 기업이 정상화하면 채권단과 기업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원칙에 입각해 진행해야 하는 워크아웃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투신권과 은행권은 대우 보증사채와 담보부 기업어음(CP)의 이자지
    급을 서로 책임져야 한다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그 이자는 전체 총채
    권 59조원에 비하면 많다고 할 수 없는 3천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손실부담의 많고적음 뿐만 아니라 금융권간 불신과 이기주의가 채권단내
    불협화음의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사후대책 없는 몰아붙이기=정부도 대우 워크아웃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대우의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적 틀로 워크아웃을 삼으
    면서 채권단 주도로 워크아웃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감위는 채권단내 이견으로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자 12개 계열
    사중 (주)대우, 대우자동차를 제외하고 대우중공업, 대우전자, 대우통신 등
    에 대해 사실상 은행관리에 들어갈 것을 다그쳤다.

     이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워크아웃과 은행관리는 개념과 손실분담의 주체
    가 다르다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금감위는 우선 이들 3개 회사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경영과 자금전반을 접
    수하는 한편 주채권은행이 필요할 경우 책임지고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위는 나머지 7개 계열사에 대해서는 향후 추이를 보아가면
    서 은행관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채권은행이 채권단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금을 지원했을
    때 지원된 자금을 나중에 누가 책임지느냐에 이르면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채권단 합의를 존중하는 워크아웃에 주채권은행의 역할을 강조하는 은행
    관리 개념을 혼재함으로써 채권단내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 지연과 협력업체 자금난=대우 워크아웃의 지연으로 대우그룹
    의 구조조정 자체가 지연되고 계열사와 협력업체들의 자금난은 나날이 가중
    되고 있다.
     채권단의 자금지원은 워크아웃 대상업체의 기업가치를 회복시켜 향후 매
    각 등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 따라서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지연되면 각 업체들의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이로인해 매각이 지연
    될 수 밖에 없다.
     당장 미국계 왈리드 앨로마와 매각협상이 진행중인 대우전자의 경우 이
    날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부결됨에 따라 매각협상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
    려되고 있다.

     또 대우는 주력사들의 현금흐름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인데다 중소 협력업
    체들마저 어음할인을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력사의
    생산과 수출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우는 자동차, 전자, 중공업, 통신 등 주력 계열사의 수출 신용장(L/C)
    을 당장 개설해야 할 규모가 8억4천만달러이며 L/C 개설이 좌절되면 대우
    전체적으로 45억달러의 수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자금난으로 세계물산과 신성통상, 신한, 고려, 대창기업, 남양금
    속 등 대우의 옛 계열사 및 협력사들이 무더기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연쇄도산 사태가일부 가시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 김종욱(金鍾郁) 이사는 『워크아웃은 손실분담을
    통해 기업가치를 회복시키자는 취지』라며 『워크아웃이 차질을 빚으면 기
    업과 채권단이 공멸하는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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