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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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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은행파업 극적타결-타협배경과 내용

  • 기사입력 : 2000-07-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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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근 금감위원장과 이용득 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이 11일 수차례의 협상
    끝에 타협을 이뤄낸 것은 양측이 모두 파업의 장기화라는 극한 상황을 바라
    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의료계 파업으로 국민들이 상처를 많이 받은 상태에서
    또다시 금융파업을 통해 국민불편이 가중되고 나라 경제가 혼란에 빠질 경
    우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들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노조 입장에서는 노조원들이 속속 은행에 복귀하는 상황에서 장기간 파업
    을 끌수도 없는데다가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얻지 못하고 있음을 감
    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이 10일 개혁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지적,
    정부의 개혁의지를 재천명하고 금융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을 지시한 것도 금융노조의 파업 조기종료를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
    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양측은 서로 명분을 세워준 채 타협하는 방안을 그동안 모색해 왔으
    며 그 방안이 파업돌입 당일에서야 절충된 안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
    다.

     ▲타협 배경= 강경 입장을 고수하던 금융산업 노조가 타협수용으로 입장
    을 선회한 것은 먼저 공언해온 총파업을 일단 시작, 노조원들의 주장을 공
    론화시킬 수 있었다는데 있다.
     어차피 오래 끌 파업이 아닌 마당에야 파업을 일단 이끌어낸데 큰 의미
    를 부여하고 필요한 실리를 챙기는 차원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특히 11일의 파업이 공적자금 투입은행과 서울은행 등 부실은행 만의 파
    업으로 흐른데다 외환은행과 기업은행의 노조위원장은 스스로 노조원들에
    게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는 등 파업 전선이 급속히 와해되는 조짐을 보여
    타협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정부도 파업을 하루 이상 끌어 국민생활에 불편이 야기되면 여론이 안좋
    아지고 시장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나라 경제에 자칫 타격을 줄 수 있다
    는 점에서 조기에 타협을 이끌어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쟁점별 타협내용= △관치금융철폐 특별법 제정:노조가 이번 파업의 대
    의명분으로 내세운 관치금융 철폐에 대해서는 일단 법령상 관치금융을 줄이
    기 위한 규제개혁을 계속해 나가되 시장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를
    할 경우 가능한 한 투명하고 명백한 방법으로 하도록 했다.

     금감위에서는 특별법 제정은 곤란하지만 관치금융 근절을 총리령으로 명
    문화하거나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로서는 채권형 펀드에 대한 은행 출자나 종금사의 유동성 지원 등 나
    라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은행에 부담을 지우고 간섭하면서도 책임회피를 위
    해 문서 하나 남기지 않는다고 지적해온 금감위의 그간 행태에 대해 근절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금융지주회사법 당초 일정대로:은행원들의 감원 가능성 때문에 노조에
    서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신경을 써왔고 막판까지 협상 타결에 걸림돌이
    돼 온 금융지주회사법 제정문제는 일단 정부의 기존 방침대로 이번 임시국
    회에서 제정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정부는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은 은행의 합병은 은행 자율에 맡기
    고 투입은행들은 정부가 주주로서의 최종 책임을 다하며 대신에 각 은행의
    정상화 방안을 감안해서 합병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강제합병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여
    졌으며 구조조정시 조직이나 인원의 무리한 감축도 없을 것으로 해석됐다.

     노조원들은 금융지주회사가 설립돼 3개 공적자금 투입은행이 합병될 경
    우 대량감원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하고 이를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왔
    다.
     한 노조원은 『정부에서는 지주회사는 감원을 적게 하기 위한 하나의 수
    단이라고 설명해왔지만 노조원으로서는 시기만 문제이지 결국 40~50%의 대
    량감원이 이루어지는게 아니냐는 생각을 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 조치로 인한 은행부실 해결:노·정은 은행이 정부의 정책에 협조
    하는 과정에서 부담하거나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가 러시아에 신디케이트 형태로 제공한
    차관 가운데 이자를 포함한 미상환금액 13억 달러와 수출보험공사의 대지급
    금 4천800억원, 종금사에 지원했다가 예금보험공사로 이관된 4조원 등을 해
    결해 주는 내용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금부분 보호제 탄력있게 운용:내년부터 예금보호한도를 원리금을 합
    쳐 2천만원으로 축소하는 문제는 신축적으로 접근될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관계자는 『시장기능 확립이라는 당위성과 시행과정상의 시장충격
    을 함께 보면서 이 제도를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경우에 따라서는
    보호한도를 올릴 가능성도 엿보인다.
     금융권에서도 이 제도를 아예 연기하거나 꼭 실시할 경우 금액만이라도 2
    천만원 또는 4천만원 정도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파국 막아 다행= 금융산업노조는 이번 합의와 관련, 오랜기간 파업 결
    의를 다지고 지도부의 지침에 따라 본인의 희생을 어느정도 각오한 채 파업
    에 참여한 노조원들을 납득시켜야 하는 과정을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조합원들은 막연히 노조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는 사명감으로 파업에 참여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번에도 노조원들은 지
    도부의 타협을 적극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치금융 근절을 명문화하거나 은행합병을 시장의 자율에 맡기도록
    확언한 점, 종금사 지원자금 4조원의 상환약속을 받아낸 점 등은 금융권 노
    조가 지금까지 계속 주장해 온 것들로 노조로서도 상당한 실리를 챙긴 것으
    로 평가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이나 업무에 복귀한 조합원 모
    두 파업때문에 심적 부담을 가졌던게 사실』이라면서 『조기에 협상이 타결
    돼 모두 제 일자리로 돌아오게 돼 매우 반가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로서도 끝까지 노조를 설득, 파업의 조기종결을 끌어냈다는 점
    에서 위기관리능력을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그동안 주장해온 금융개혁 원칙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노조를 다
    독거렸다는 점에서 정부입장의 후퇴는 아니라는 평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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