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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양산 천성산 습지 죽어간다

  • 기사입력 : 2001-11-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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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귀한 생물의 보금자리인 22개의 중·고층 습지가 띠를 이루고있는 천성산 과 정족산 일대가 크게 훼손돼 건조화현상이 심화되고 습지의 생물이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이들 고층습지에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해야 하지만 양산시는 임도를 개설하는 등 훼손을 부추기고 있다. 게다가 이곳에 막무가내식으로 관광도로를개설할 계획이며 또 건교부는 고속철도 터널을 이곳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
    에 내원사 승려와 경남 부산 울산지역 환경단체가 지난 7월 「천성산 습지보전 및 불법임도 대책위」를 발족, 천성산 습지 보전에 나섰다.
     ◇현황

     우리나라의 고층습지는 지난 68년 발견된 강원도 대암산 용늪을 비롯해몇 안된다. 고층습지는 특수한 생태계로 한번 파괴·훼손되면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들은 멸종하게 된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생물종 다양성 및 유전자 자원의 보전 그리고 고생태학과 고기후학 연구 차원에서 고층습지 보전활동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양산시 하북면 천성산(옛 원효산·해발 812m) 일대에는 화엄늪과 밀밭늪, 무제치늪, 단조늪, 새로 발견된 15개 늪 등 모두 22개 늪이 있다.
     크기는 150X500m에서부터 100X150m로 다양하다.

     ◇서식하는 동·식물

     화엄늪에는 끈끈이주걱, 이삭귀개, 앵초 마주송이풀 등 235종류, 밀밭늪에는 날개하늘나리, 희제리란, 동의나물, 꽃창포, 솔방울 고랭이 등 252종류, 무제치늪에는 땅귀개, 큰방울새란 등 110종류, 단조늪에는 설앵초, 작은활새풀, 박새, 키큰산국, 게발나물 등 219종류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서식하는 동물로는 천연기념물 323호 황조롱이와 324호 수리부엉이, 보호대상종인 새호리기, 까치살모사 등이 있다. 이밖에 표범장지뱀, 장수풍뎅이, 왕은림표범나비, 큰오색 딱다구리, 까막딱다구리 등 수십종의 희귀동물이 살고있다.

     아직 조사하지 않은 늪지역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습지훼손
     「생태계의 보고」인 천성산 중·고층습지가 환경부, 건교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일한 대응으로 날로 파괴되고 있다.

     환경부는 화엄늪과 밀밭늪에 대한 별도의 조사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있다.
     양산시는 지난해 3월 화엄늪 바로 아래 해발 700m 고지까지 차량이 들어갈 수 있도록 임도 공사를 했다. 일반적인 임도의 너비가 3m이지만 양산시가 개설한 임도의 평균 너비가 5~6m나 되며 최대 15m에 이르는 곳도 있다.
    이 때문에 고층습지의 수맥이 변하고 건조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습지 아래 내원사 계곡도 오염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월에는 양산시 후원으로 화엄늪 고층습지 일대에서 철쭉제가 열려많은 인파가 몰려 습지 한 가운데가 파헤쳐졌다. 또 늪 주변에 10여개의 등산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특히 화엄늪과 약 10㎞ 떨어진 울산시 정족산 무제치늪도 지난 98년말 자연생태계보전지구로 지정됐으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습지 주변에타이어 자국까지 나 있을 정도로 훼손됐다.

     ◇보전 방안
     ▲출입통제=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과제는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다.

     정우규원장은 『사람들이 습지를 짓밟으면 2㎝의 이탄층이 소실되는데 이를 회복하는데 200년이 소요된다』고 강조했다.
     습지의 이탄층 보호외에도 이곳에 서식하는 식물의 40%에 이르는 습지식물과 특산식물, 소산식물, 보호대상 동물들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출입통제가 절실하다.

     ▲무분별한 개발과 토목공사 억제=습지파괴의 주범은 농경지와 목초지 개발과 임도개설이다. 현재 안적봉 아래 5개늪 주변과 대성암 주변 6개늪 주변에 임도가 개설되었거나 진입로가 개설돼 훼손이 심각하다. 이에따라 늪지대가 육지화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공사를 억제하고 개발과 보전의최대공약수를 찾아 친환경적이고 합리적인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임도와 방화선의 식생복원=토목공사 등으로 늪 아래쪽이 훼손되면 물길이 생겨 늪의 물이 계속 흘러내려 늪의 건조화를 촉진시키게 된다. 꼭 필요하지 않는 임도는 식생복원사업을 실시해 원래 식생을 복원시켜야 한다.
     임도개설로 물길이 생겼으면 물길의 하단부를 막아 습지 내의 물을 보전해야 한다.
     ▲토사유입과 퇴적방지=임도와 등산로 등으로부터 침식된 토사가 늪으로유입되고 있어 식물군락의 파괴와 늪의 육지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어 토사유입을 방지하고 퇴적된 토사를 제거해야 한다.

     ▲정밀조사=전문인력을 동원해 정밀조사를 실시해 습지를 복원해야 하며보전대책을 세워야 한다.

     ▲천연보존지구·자연생태계보전지구 지정=보전지구로 지정하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생태계를 효과적으로 괄리할 수 있으며 많은 희귀 동식물들이자생하고 서식할 수 있다.

     ▲고속전철 통과 터널건설문제=천성산 습지는 기저 화강암의 침식지에 형성되어 있다. 늪주변의 경사각이 불안전축인 30도를 넘어 40도 이상이고 수직절리가 발달돼 사면붕괴 가능성이 크다. 고속전철이 무체치늪과 대성큰늪, 밀밭늪 등의 아래를 통과할 계획이다. 터널이 뚫리면 늪의 지하수에 의한 지하공동현상이 발생, 붕괴의 우려가 높다.

     또 터널공사와 고속전철의 고속주행으로 지속적인 충격과 고전압에 의한전자파로 인해 희귀생물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터널공사에 대한 문제점을 면밀히 평가한 다음 노선을 재결정해야 하며,터널이 통과하게 된다면 터널구간에서 고속전철은 필히 서행해야 한다.

    이대승기자 paul338@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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