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16일 (일)
전체메뉴

[문화예술인과 떠나는 테마기행] 밀양 만어사

  • 기사입력 : 2004-08-13 00:00:00
  •   
  • 바다가 그리워 울었다



    동행 하영·원은희 시인
     
     “반짝이는 비늘·지느러미의 위용을 잃었지만 언젠가 돌아갈 회귀의 순
    간을 꿈꾸듯 화석으로 드러누운 심장을 향해 “당∼당∼당” 두드리면 이
    곳 `만어`들은 담쟁이 얽히고 설킨 세월을 밀고 바다로 바다로 하강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밀양시 삼랑진읍 용전리 만어사 `종석(鐘石)너덜`에 선 하영·원은희
    시인은 검회색 돌을 두드리면서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수만마리의 물고기들이 수만가지의 몸짓으로 누워 비늘을 번득이며 머리
    를 빳빳하게 들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금방이라도 날아 올라갈 것 같은
    기세다.

     만어산 종석 너덜은 폭 100m에 길이는 약 500m로 골짜기를 거의 채우다시
    피 하고 있다. 종석(鐘石)이라 불리는 까닭은 신기하게도 두드리면 마치
    범종과 흡사한 맑은 소리가 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삼국유사에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지금의 양산 지역에 옥지(玉池)라
    는 연못에 사는 사악한 독룡(毒龍) 한 마리와 자시산에 살며 이곳 하늘
    을 날아다니며 사람을 잡아 먹는 다섯악귀 (惡鬼나찰녀)가 있었다. 이들
    은 서로 사귀면서 농민들이 애써 지어 놓은 농사를 망치는 등 온갖 행패를
    일삼아 가락국 수로왕이 주술로 그들의 악행을 제거하려 하였으나 뜻을 이
    루지 못하자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여 이들에게 불법(佛法)의 오계(五
    戒)를 받게 하였다. 이때 동해의 수많은 고기와 용(龍)들도 불법의 감화
    를 받아 이 산중에 모여들어 돌이 된 후 대부분 경쇠소리를 내게 되었다고
    전한다.

     “비가 올 때나 비온 직후 이곳을 찾으면 바위틈새 촉촉이 젖은 이끼의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물고기 비늘·지느러미를 보는 것 같아 더욱 더 환상
    적이죠.”

     머리를 맞대고 하늘로 펄떡펄떡 뛰어오르려는 모습, 새끼를 등에 태우
    고 헤엄치는 모습, 서로 먼저 가려고 싸우듯 뒤엉켜 있는 모습 등 수많은
    물고기가 뭍으로 올라와서 요동치다 굳어버린 듯한 형상이다.

     만어사 법당 앞에는 1181년 고려 명종 11년에 중창하면서 삼국유사의 `어
    산불영` 기록을 참고하여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는 3층 석탑(보물 제466호
    ·일명 보현탑)이 있다. 종석으로 조성한 탑이어선지, 이 탑의 탑신을 두
    들기면 역시 맑은 종소리가 난다.

     용왕의 아들이 변해서 된 것이라고 전하는 미륵불 바위는 높이 5m 정도
    의 뾰족한 자연석으로 `미륵전`에 모셔져 있다. 유심히 살펴보면 주황색 가
    사를 두른 부처의 형상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미륵전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가장 아름답죠. 환상적인 너덜겅의 모습
    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바라보면 부드러운 야산 능선들이 늘어서 그 아
    래로 밀양강 물줄기가 실뱀처럼 기어 다닙니다.”

     두 시인은 마치 물고기들이 바닷길을 열어 저 너머 피안의 세계로 편안하
    게 가라고 넓적하게 배를 드러내 놓은 바위를 따라 너덜길을 횡단한다. 그
    리고 이리저리 만져 보고 두드려 본다.

     “이 너덜은 수로왕과 연계, 쓸쓸히 사라진 가야왕국의 애환을 간직하
    고 있어 돌 하나하나가 의미롭게 와닿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몸을 하나하
    나 들춰본다. 아직도 지느러미가 촉촉히 젖어 있다면서 “이 놈들은 돌아
    갈 수 있겠구나”라고 부러운 듯이 이야기한다.

     우리도 찢어진 지느러미를 서둘러 기워보지만 속세에 물들고 세파에 메말
    라 자꾸 뒷걸음질만 한다.

     순간 “당 당 당” 잔물결지는 청음의 종소리, 회귀의 심장은 뛰고 이
    곳 만어들은 하산을 시작하고 있다.



     〈만어사 가는 길〉
     ▲창원·마산 방면에서 밀양 가는 25번 국도를 타고 가다 평촌에서 삼랑
    진으로 이어지는 1017번 지방도로를 탄다. 한참 가다 삼랑진 사무소앞 사거
    리에서 다시 1022번 지방도로(좌회전)로 갈아타고 700m쯤 가면 우곡리로
    가는 길과 삼랑진 초등학교가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표지판을 따라 올라가
    면 된다. 약 4㎞정도 산길에 교행이 어려워 운전조심해야 한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