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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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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과 떠나는 테마기행] 김수로왕 숨결 바람따라 일렁

  • 기사입력 : 2004-11-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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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 가야 유적지 (동행 창원시립무용단 안무자 김평호씨. 단원 서준영·박현호씨. 작곡가 김종진씨)

        가락국 시조 수로왕릉 바라보니

        신화 속 얘기들이 소곤소곤 들리는 듯

        구지봉 건너 구릉엔 허왕후릉

        붉은 무늬 새겨진 7층 석탑엔 인도의 신령스런 힘 느껴지고


        “이 왕릉에서 가락국과 관련된 공연을 해보고 싶을만큼 가슴이 뭉클합니다.” 창원시립무용단 안무자 김평호씨와 단원 서준영·박현호씨는 한 자락의 춤을 펼쳐 보일 듯 감흥에 젖은 모습으로 수로왕릉을 바라본다.
        깨끗하게 정돈된 잔디 옆으로 분수대의 물줄기가 시원스럽게 다가온다. 왕비로 맞은 허황옥의 고향인 인도 아유타국 용왕을 표시하는 두 마리의 물고기가 채색된 신어문양의 납릉정문을 지나자 원형 봉토분이 눈에 들어온다.

        김해의 상징적인 문화유적인 가락국(서기 42년) 시조대왕 수로왕릉이다.
        수로왕릉앞의 납릉정문 등 3개의 문 위에 그려져 있는 물고기 문양은 푸른색을 한 반달모양에 탑을 가운데 두고 두마리의 흰 물고기가 마주한 모습이다.

        왕릉을 보고 왼쪽에 있는 수로왕릉 중건기적비의 비두에는 태양문양이 조각되어 있다. 이러한 문양은 인도의 아요디야에서 흔히 보이는 것과 닮았다고 한다.
        봉분 앞에는 능비. 상석. 장명등. 망주. 석조물 등이 있고. 능역내에는 숭선전. 가락루. 홍전문. 승화문 등의 건물이 복원되어 있다.

        평소 가야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 이 곳을 자주 찾는다는 작곡가 김종진씨는 “신화라는 것은 보면 볼수록 신비롭고 작품으로 재생산되는 무궁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특히 인도 아유타국의 여인 허황옥과 구지봉에 얽힌 가락국 신화는 “그리스 신화 못지않은 세계적인 자산으로 만들어도 충분하다”며 수로왕비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허왕후릉은 수로왕릉에서 북서쪽으로 1㎞ 정도 떨어진 구지봉의 건너편인 김해시 구산동에 있다. 이 능은 평지에 있는 수로왕릉과는 달리 구릉에 위치하고 있다.
        정문을 들어서자 정면으로 경사진 곳에 능이 보인다. 일행은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누가 먼저라고도 할 것 없이 보호각에 둘러싸인 한 석탑 앞으로 모였다.

        마침 문화유산 해설사가 이 석탑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붉은 무늬가 희미하게 새겨진 이 석탑은 인도 아유타국에서 싣고 온 것이며 공주가 바다를 항해할 때 사나운 파도를 우려하다 부왕이 이 탑을 싣고 가도록 명하였다고 한다. 인도 아요디야 지방에서만 나는 자연석으로 만들었고. 파도를 진정시켜 준다는 신령스러운 진풍탑으로도 불린다. 기단을 합해 어른 키 정도 높이의 7층으로 된 것으로 한개의 돌을 깎은 것이 아니고 둥글고 납작한 자연석을 하나씩 얹어 쌓았다고 한다.

        김평호씨와 김종진씨는 “2만 5천리가 넘는 머나 먼 바닷길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뱃전에서 사나운 파도와 싸우며 이 탑을 꼭 안고 왔을 것을 생각하니 예술적으로 승화되는 전율이 느껴진다”면서 한동안 파사석탑 주변을 맴돈다.
        서준영씨는 “그동안 허왕후에 대해 어렴풋이 알았는데 오늘 답사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앞으로 이와 관련된 작품이 만들어지면 꼭 허왕후역을 맡아 오늘의 감흥을 작품속에서 표출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박현호씨는 “설화속의 이야기들의 실마리가 현실적으로 밝혀졌으면 좋겠다”면서 구지봉으로 향했다.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의 천강난생신화가 시작된 구지봉은 허왕후릉과 겨우 맥을 연결해 놓았다. 일제때 도로공사를 구실로 지맥을 끊어버렸다가 지난 90년 도로를 터널 형태로 만들어 지맥을 연결했다.

        구지봉 정상을 거쳐 김해시립박물관으로 향했다.
        일행은 박물관에 전시된 가야유물 등을 관람하며 그동안 생각해왔던 가야의 문화와 정신적인 부분을 확인하고 아직도 그 흔적이 미약하나마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김평호 안무자는 “박물관에서 본 돌덩이. 화살촉 하나만 가지고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창작이다. 선조들이 준 아주 큰 유산인 가야문화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성이 예쁘게 다가온다”면서 “서양의 뮤지컬 요소를 가미한 총체극으로 만들어 경남의 대표적인 상품뿐만 아니라 더 크게 나아가 세계적인 작품으로 발전시켜 나갈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물관 앞 쉼터에서 오늘 답사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그들을 보면서 역사의 무대에서는 사라졌지만 예술의 무대로 승화된 ‘김수로왕-허왕후’의 숨결이 느껴진다. 이종훈기자 lee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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