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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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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로 본 2004년

  • 기사입력 : 2004-12-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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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도내에는 굵직굵직한 사건들도 많았지만 생활고에 따른 안타까움과 좌절이. 때로는 웃음이 담긴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사연들도 많았다. 2004년 한해동안 본지 ‘올빼미’에 보도된 갖가지 사건들을 통해 서민들의 사회상을 되돌아봤다.

    # 배고픔에 情이 있으랴
    여전히 풀리지 않는 경기침체는 직장도. 옆집도. 친구도. 심지어 자신이 낳은 신생아도 서슴없이 버리게 할 만큼 서민들의 목을 죄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다니는 직장에서 절도행각을 벌인 사건들이 기승을 부렸다. 지난 4월 자신이 다니는 약국에서 무려 3년동안 수익금 1억2천여만원을 빼돌린 종업원이 붙잡힌 데 이어 5월에는 카페와 술집. 레스토랑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주인이 없는 틈을 타 고급양주 등 시가 3천만원 상당을 훔친 20대 여성이 구속됐다.
    또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서 생산한 타이어 500만원 상당을 빼돌려 반값에 팔아 돈을 챙겨 온 회사원 2명도 검거됐다.
    지난 7월에는 잠을 자고 있는 친구의 손가락에 끼워진 금반지를 3차례에 걸쳐 모두 78만원 상당의 금품을 가로챈 친구가 있는가 하면. 옆집에 사람이 없는 사이 냉장고와 소파. 테이블 등 130만원어치의 가정용품을 훔친 40대가 붙잡혔다.
    30대의 어머니가 생후 3주 된 자신의 아들을 과자상자에 담아 버린 비정의 사연도 있었다.
    조사 결과 이 어머니는 남편과 이혼한 후 생계유지를 위해 술집종업원으로 일해 오던 중 임신해 아이를 출산하자 ‘혼자 생활하기도 어려운데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다’고 판단. 매정하게 버린 것으로 밝혀져 서민경제의 처절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 염소가 뭐기에
    유난히 염소와 관련한 사건이 많았다.
    지난달 30일 자형의 염소를 때려 죽인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자신의 밭 나무에 염소를 묶지 말라고 몇 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날인 29일 자형이 염소 한 마리를 또 묶어두자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둔기로 염소를 때려 죽였다며 선처를 호소. 어이없는 경찰은 그를 불구속 입건했는데. 결국 친인척 싸움의 불똥이 애꿎은 염소에게 튕긴 격.
    염소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 4월 중순 고성군 상원마을 뒷산의 염소 방목장이 느닷없이 들이닥친 견공 2마리 때문에 잔인한 살해현장으로 돌변했다. 이날 느긋하게 풀을 뜯고 있던 69마리의 염소 가운데 9마리가 그 자리에서 물려 죽고 47마리는 인근 산으로 도망. 단지 13마리만 남은 방목장은 주인의 애를 끊게 했다.
    반면 하동에서는 3년생 염소가 한해동안 무려 8마리의 염소를 출산해 ‘횡재’를 낳기도 했다. 행운을 안은 하동군 횡천면 월평리 상월마을 오영근(49)씨는 “지난 3월 어미염소가 3마리를 출산한 데 이어 이번에 5마리를 낳았다”고 덩실덩실.

    #로또에 웃고 울고
    고통스런 서민생활 탈출구의 상징인 ‘로또’ 또한 빠지지 않았다.
    울산지역 최초로 탄생한 로또복권 1등 18억4천여만원의 당첨자가 다름아닌 미혼의 울주군청 공무원(30)으로 알려지면서 항간의 화제가 됐다.
    당시 “이 공무원은 당첨되자마자 사표를 제출했다”. “번호를 잘못 본 것이 와전됐다”는 등의 소문이 군청직원들 사이에 걷잡을 수 없이 타고 오르기도.
    반면 로또1등에 당첨돼 인생역전의 주인공처럼 행세한 노숙자는 철창신세. 이 노숙자는 회차가 다른 당첨번호를 택시기사에게 보여주며 마산에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본점에 갔다 거짓이 들통. 왕복 택시비를 지불하지 않아 경찰에 신고됐는데.
    당시 택시기사는 “나보다 어렵게 사는 노숙자에게 그냥 하루 봉사한 것이라 생각하겠다”는 말과 함께 경찰서 문을 나서 이웃에 대한 훈훈함을 남겼다.

    # 생계를 위한 몸부림
    이밖에 힘든 생활을 못이겨 결국 “구치소로 보내달라”며 마지못해 범죄를 저질러 구속된 30대 남자를 비롯해 교통범칙금 1만6천원을 아끼려고 납부고지서를 변조하다 법정에 서게 된 30대 주부의 안타까운 사건은 가슴 찡한 여운을 새겼다.
    고철 품귀 현상으로 한창 ‘철값이 금값’으로 뛰었던 올해 초 도로의 맨홀뚜껑. 농수로용 철재덮개. 학교 교문 등에 이어 급기야 개집 철망까지 훔치는 웃지 못할 사건까지 잇따랐다.
    올해는 누구에게나 힘들고 힘겨운 한해였다. 김호철기자 keeper@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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