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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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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억을 찾아 (3) 함안 가야장

  • 기사입력 : 2005-03-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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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경하는 재미 없으믄 장엔 뭐할라꼬"

        소문난 미곡전·어물전… 좁은 시장통 가득 메운 이동식 좌판들

        경전선 따라 '북적북적 시끌시끌' … 상인도 손님도 흥이 절로 나고


        함안 가야장은 볼거리가 많다.
        대부분의 장이 쇠락해 장터 정취가 많이 사라졌지만 이 곳은 그나마 5일장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인근 함안역을 이용해 기차를 타고 5일장을 체험할 수도 있어 자녀들과 함께 둘러보기에 좋다.
        86년 5월에 민영화 된 가야시장 주변과 함안 사거리~함안군청까지 도로변. 경남은행에서 경전선 철로변을 따라 양 옆으로 죽 늘어서 한번 둘러보기만 해도 제법 다리가 아플 정도로 넓다.

        발 디딜 틈 없이 비좁은 시장통으로 들어서자 화사한 꽃 화분들이 발걸음을 잡는다. 법수면에서 왔다는 주부들이 향기에 취해 떠날 줄을 모르고 서 있다.
    시금치 대파 미나리 등 야채 좌판. 김 좌판. 바퀴(개미) 박멸에 노란고무줄 좌판까지 이동식 좌판이 시장바닥을 누비고 다닌다. 좁은 곳을 어떻게 비켜가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조기. 갈치. 생굴. 멍게. 멸치. 미역. 다시마. 미더덕 등 바다에서 나는 것부터 가물치. 민물장어. 미꾸라지. 붕어. 잉어. 향어 등 민물고기까지 생각보다 어물전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

        상설시장과 외지인이 바깥에 차려놓은 것까지 합하면 거의 어시장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이 곳에서 민물고기를 40년간 다루어 왔다는 안서준(70)씨는 커다란 가물치를 들고 “비록 양식이지만 힘이 대단하다”고 자랑한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이런 것들을 직접 잡아 장에 내놓았는데 어로가 금지되면서 자연산은 구하기 힘들다”고 아쉬워 한다.

        흥겨운 음악을 따라 장도 흘러 간다.
        트롯 테이프를 파는 차량 앞에서 할아버지들이 한 가락씩 뽑고 있다. 멍게 한접시에 소주·막걸리 잔이 길 한쪽켠에 널브러져 있다. 할아버지들의 장은 벌써 파장한 것이다.

        가야장 끝부분에는 고추전이 형성되어 있다.
        큰 비닐봉지에 가득 담긴 빨간고추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20년 전에는 저 끝까지 고추트럭이 줄을 서 있을 정도로 함안 고추가 인기가 좋았는데….”
        30년간 이 곳에서 고추를 팔아 온 군북댁(61·자신을 이렇게 소개해달라고 함)은 열차시간이 좋아 부산. 진주. 마산에서 고추를 많이 사러 왔는데. 슈퍼에서도 고춧가루를 살 수 있는 데다 중국산에 치여 지금은 몇명만 나와 고추전을 펼쳐놓고 있다고 한다.

        가야장은 미곡전으로 이름나 있다. 40년 전부터 3대째 운영하고 있는 왕표상회를 중심으로 장날이 되면 10군데 정도 전을 펼친다.
        싸전을 지나 함안축협 쪽으로 가면 목물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동주를 뜰 때 사용하는 용수. 알곡과 뉘를 고르는 키. 싸리비와 대나무비. 시루떡을 찔 때 없어서는 안 될 어레미와 가는 체. 채반과 광주리. 밥 푸는 나무 주걱. 봉당이나 마루를 쓸던 장목비(수수비). 삼태기와 바소쿠리 등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다.

        호각 소리가 나면서 ‘펑’하고 흰 연기가 피어 오른다.
        구수한 강냉이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뻥튀기 50년 경력의 박재홍(74)씨 작품이다.
        “옛날에는 나무땔감에 풍로. 수동으로 기계를 돌려가면서 하다 보니 작업복에 불구멍이 숭숭 났는데 지금은 가스불에 자동식 기계라서 편해졌다”고 한다.
    장날이라 제법 일감이 많아 쉴새없이 뻥튀기 기계가 돌아가고 있다.

        상설시장에는 ‘40년 대장장이’ 김장순(74)씨의 철물점이 있다. 풀무질을 하며 장터를 지켜 온 그가 대장간을 접은 지는 10여년 전.
        “힘도 많이 들고 타산이 안 맞아 더 이상 메질을 할 수 없었지.”

        낫을 전문으로 만들었다는 그는 지금도 옛날 단골들이 그 낫을 잊지 못해 주문을 한다면서 대량으로 생산되어 나오는 이 물건들을 보면 성이 차지 않는다고 한다.
        “직접 만들 때는 김해. 진해 등지에서도 사러 와 100자루를 만들어 놓아도 오전 되면 동났는데….” 그러면서 ‘뚝딱 뚝딱’ 담금질 대신 손님이 잡은 칼을 갈기 시작한다.

        상설시장을 벗어나 도로변으로 나오자 오전보다 더 많은 전이 펼쳐져 있다.
        “장사도 안되는데 상인들이 너무 많아.” “실업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지….”
        두 상인의 대화가 지나가는 기차소리에 묻혀 버린다.

        ▲장터 사람들 - 이동식 고추방앗간 조학제씨
        가야장 고추전 앞에는 신기한 자동차가 한 대 서 있다. 움직일 수 있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로 낡고 이상하다.
        운전석을 보면 자동차가 맞는데 속을 열면 방앗간의 한쪽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 곳에서 30여년간 고추를 빻고 있는 조학제(70)씨의 이동식 방앗간이다.

        1t트럭을 개조하여 엔진은 뒤쪽으로. 중간에는 고추빻는 기계를 2대 설치하고. 운전석 바로 뒤에는 체인을 연결. 동력이 전달되도록 만들었다.
        고추를 넣고 시동을 걸자 빛깔 좋은 고춧가루가 계속해서 쏟아져 내려온다.

        조씨는 인근 도항리에 산다. 이 방앗간을 끌고 장날마다 나온다. 아주 천천히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는데 20분이 걸린다.
        처음에는 경운기를 개조하여 사용하다 자동차 통행량이 많아지고 위험해서 10년 전에 자동차로 바꿨다고 한다.
        “콤바이어 엔진도 얹어보고 동력 전달 체계도 바꾸는 등 많이 노력했지.”
        직접 부품을 사서 용접까지 해 가면서 여러번 시행착오를 거쳐 이 기계를 탄생시킨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별 탈없이 돌아가고 있다.

         장에 나온 지는 30년 전. 기와공. 목수. 외국 근로자 등 여러가지 일을 하다 장에서 본격적으로 뻥튀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주변 고추전이 잘되는 것을 보고 연관되는 장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다 이 기계를 착안했다.
        “부피가 큰 고추를 들고가는 것이 불편하니까 즉석에서 빻아갈 수 있게 하면 괜찮을 것이다고 생각했죠.”
        조씨의 생각은 맞아 떨어졌다. 그리고 불을 밝히면서 기계를 돌렸다. 길게 늘어선 고추더미를 보며 하루 2천근까지 쉴새없이 빻았다고 한다.
        지금은 기름값도 오르고 중국산이 너무 많아 하루 100근 빻으면 많은 편이다고 씁쓸해 한다. 이종훈기자


        ▲장터 구경도 식후경
        장꾼들도 손님들도 장터에서는 국밥 한 그릇이면 그만이다. 함안 가야장도 역사를 자랑하는 국밥집이 있다. 시장통에서 70년 전부터 3대째 이어가고 있는 덕선식당이다. 지금은 둘째 며느리 편순자(52)씨가 국을 퍼고 있다. 시할아버지께서 식육점을 하면서 장날마다 조금식 국밥을 말다가 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돼지국밥을 하다 쇠고기 국밥으로 바꿨다. 국밥이 올라오면 취향에 따라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춰 먹으면 된다.

        ▲주변 볼거리
        <도항·말산리고분군>
        이 고분군은 아라가야의 도읍지였던 가야읍 도항·말산리 일원에 위치하며 찬란한 가야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유적이다. 아라가야 왕들의 무덤으로 생각되는 100여기의 대형고분들은 높은 곳에 열을 지어 위치하고. 그 아래로 1천여기나 되는 중소형의 고분들이 분포하고 있다.
        <함주공원>
        함안군 가야읍 도항리 일원 공설운동장내에 있는 함주공원은 조경시설과 지압보도. 연못. 열린 문화마당. 팔각정. 산책로 등이 있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함안 가야장은
        가야시대 방목터가 있었던 자리에 시장을 세웠다고 해서 방목장이라고도 부른다. 1925년 처음 개설된 방목장은 1954년 군청이 함안면에서 가야읍으로 이전되고 장터부지 3천500평이 확보되면서부터 가야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가야장은 마산 창원 진해시민들의 공산물 구매처 및 이웃 창녕과 의령 함안군내 10개면의 곡물집산지 구실을 하고 있다. 5일. 10일 열린다.

        ▲추억을 열며
        1986년 1월 24일 본지에 게재된 가야장은= 가야장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초장부터 성시를 이루며 장꾼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 싸전 곡물전이다. 10개의 양철장옥이 올망졸망하게 펼쳐진 미곡전.
        가야장터에서 북쪽으로 500m가량 떨어진 도항동에는 장날에 맞춰 쇠전이 열린다. 쇠전에는 200여 마리의 소와 150여 마리의 염소 닭 등 가축이 나와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의 가야장은= 싸전 곡물전은 현재까지도 그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도항동 쇠전은 택지조성공사로 없어지고 지금은 가야리에 별도로 우시장이 조성되어 있다. 우시장은 장날에 맞춰 열린다. 특히 개를 사고 파는 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는데 같은 장소에서 1. 4. 6. 9. 11일 등 한달에 10여번 오전에 열린다고 한다.

        ▲주말 열리는 장
        3월 26일= 진주 금곡·대곡장. 사천 완사장. 밀양 무안장. 의령 궁류장. 함안 대산장. 고성 고성장. 하동 화개·악양·고전장. 산청 산청장. 거창 거창장. 합천 묘산장
        3월 27일= 진주 지수장. 통영 중앙장. 김해장. 밀양장. 창녕 대합장(십이리장)·남지장. 고성 영오장. 남해읍장. 하동장. 함양장. 거창 신원·위천장. 합천 야로·삼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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