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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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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억을 찾아 (5) 합천장

  • 기사입력 : 2005-04-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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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천장-  장바닥 구석구석 추억을 파는 사람들

        대장간 만물상회 뻥튀기

        아~ 잊혀져 가는 풍경 속의 이름들이여


       

    합천 시외버스주차장 뒤편으로 형성되어 있는 합천장.
        꽃나무. 묘목. 화분 등이 대로변에 죽 늘어서 장날임을 실감케 한다.

        장 입구에는 할머니들이 쑥. 냉이. 달래. 돌나물 등 봄나물을 바구니에 담아 팔고 있다. 
        한쪽 길에는 외지상인들이 트럭을 이용해 좌판을 깔아 놓고 있다. ‘전부 1천원’. 이불. 만물상회. 추억의 가요. 이동 뻥튀기 등 많은 상품을 진열해 놓았다.

        주황색 지붕이 눈길을 끄는 두개의 시장건물 사이로 대부분의 상인들이 진을 치고 있다. 떡방앗간을 하고 있는 딸을 도와주기 위해 떡을 가져나와 팔고 있다는 한 할머니는 쑥떡을 즉석에서 만들어 한번 맛보라고 권한다.
        옆쪽에는 무. 상추. 쑥 등 야채 나물 종류와 잡곡을 놓고 팔고 있다. “30년간 이 것들을 팔면서 자식 공부 다 시켰지.” 할머니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는다. “떡 좀 사세요.” 딸을 도와주는게 우선인 것이다.

        한쪽 건물로 들어서자 참기름집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한 할아버지가 위태롭게 참기름을 짜고 있다. 단골로 보이는 할머니는 볶은깨를 직접 담고 기름으로 짤 참깨를 건네주는 등 손님들이 웬만한 일은 다한다. 40년이 넘게 참기름을 짜온 김상현(78)씨의 가게 모습이다. 할아버지는 몸이 편찮다고 한다. 어제까지 쉬다가 이제 겨우 나와 기계를 돌리고 있다. 힘겹게 앉아 있는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합천장에는 아직까지 대장간이 남아 있다. 드럼통 화덕에 자그마한 모루가 있는 ‘율곡철물’로 미니 대장간이다. 백명근(73)씨가 50여년 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칼 호미 괭이 등을 만들고 수리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 몸이 좋지않아 가게에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주변의 상인들은 이러다가 “대장간의 모습을 박물관에서 봐야하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닌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때 정책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시뻘겋게 달궈진 쇳덩어리를 꺼내어 모루 위에 올려놓고 “땅. 땅. 땅. 땅.” 망치소리가 다시 한번 경쾌하게 울려퍼질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30년 간 곡물을 팔아 온 ‘시장양곡상회’ 이보환(70)씨는 “이제 뭐 될 것이 없다. 나이가 많아서도 그렇고 농사 짓는 사람이 적고 판매도 안돼 마수를 못하는 날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합천시장 번영회 이주섭 회장은 “한때 인구가 20만명에 육박해 합천장에만 가면 물건을 다 팔 수 있어 ‘어구장’이라고도 불렀는데 지금은 인구가 줄어 장이 많이 위축됐다”고 말한다.

        최근 정부에서 재래시장 활성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묻자 “촌에 사는 사람이 적은데 활성화가 되겠나. 농촌에서도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시골장도 활성화 될 것이다”며 말을 줄인다. 파장 무렵의 장, 떨이를 외치는 야채장수 아낙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려온다. 이종훈기자 leejh@knnews.co.kr

     

        <장터 사람들>

        "옛날처럼만 장사되면 벌써 부자됐제…"
        -포목점 강주권씨
        합천장은 장의 규모에 비해 포목점이 꽤 많다. 장터로 들어서자 한 할아버지가 포목점 앞 의자에 앉아 있다. 47년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양상회 주인 강주권(79)씨다.
        처음에는 노점을 하며 헌옷과 작업복 등을 팔았다고 한다. “그때는 옷이 귀해 내놓으면 날개 돋친 듯 팔렸지. 장날 때면 하루 매상이 10만원 넘을 때도 많았다”며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4평 정도 되는 가게에는 속옷부터 양장까지 다양한 옷이 빽빽하게 걸려 있다.
        “학교가 폐교되고 아이 울음소리 들은지 오래 되는데 장이 되겠습니까.” 할아버지의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가 ‘불경기 독감’에 걸린 장의 현실을 나타내고 있다.

        -민물고기 장수 김문이씨
        “이놈들 하고 같이 호흡을 한 것이 벌써 40년이 넘었네요.”
        합천장 한켠에서 민물고기를 팔고 있는 김문이(64)씨는 자연산 잉어 한 마리를 들고 보여준다. 눈을 잡힌 잉어가 꼼짝 못하고 있다.
        한쪽에는 붕어들이 산소가 부족한지 힘겨워한다. 처음에는 시장 입구에 버젓하게 차려놓고 제법 쏠쏠한 재미를 봤는데. 수입산 때문에 장사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김씨는 자연산 민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허가를 가지고 있어 인근 저수지에서 직접 고기를 잡아온다. 그러나 장에 내놓으면 수입산 아니냐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짜증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수입산은 싱싱하게 보이고 자연산은 산소가 부족하면 금방 죽어버려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일쑤라 더욱 더 장사할 맛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출산 전에 잉어를. 출산 후에는 가물치를 고아 먹었는데. 요즘은 아이 낳았다는 소리를 듣기 힘든 지경이니…” 라며 한숨만 내쉰다.


    <장터구경도 식후경>
    ▲합천은 미꾸라지가 많이 난다. 특히 초계면이 미꾸라지 산지로 유명하다. 합천장에는 이 미꾸라지를 이용하여 끓인 추어탕집이 있다. 서너평 남짓한 공간에 탁자 몇개 놓여 있지만 장터 사람들의 허기진 속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한 그릇 3천500원에 구수하고 푸짐한 할머니의 손맛이 있기 때문이다. 20여년 간 이 업을 해온 주인 오명순(71)씨는 재료 많이 넣고 채소도 일등품을 넣어 이런 맛이 난다고 한다. 워낙 좁다 보니 아예 냄비째로 들고 와 사 가는 사람이 더 많다. “정말 맛있네요.” 한 마디 하자 할머니는 “영화배우들도 와서 먹고 갔다”고 자랑한다.

    ▲수제비도 유명하다. 30년 간 수제비 장사를 한 ‘할매 수제비’ 이추자(62)씨. 밀가루 반죽을 손에 쥐고 수제비를 뜨는 솜씨가 여간 아니다. “최대한 얇게 만들어 빠르게 넣는 것이 비결이죠” 라며 큰 양푼이에 가득 담아 내온다. 옆에 앉은 손님이 “요즘 감자도 비싼데 재료를 조금만 넣지”라고 하자 “수제비 맛 보러 오지. 내 보러 오는 것 아니다. 재료 조금 넣을 수도 있지만 고객을 속일 수는 없다”라고 한다. 이씨는 장에서 계란장사를 하다 여의치 않아 수제비를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한 그릇에 300원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100원씩 올라 지금은 2천500원을 받는다. 300원 때는 하루에 20㎏ 밀가루 한 포대씩을 비울 만큼 장사가 잘되었다고 한다.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수제비의 맛이 일품이다.

        <합천장은>  3일과 8일에 열린다. 1천400여 평의 대지에 현대식 건물을 86년도에 완공.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59명의 상인이 주주가 되어 곡물. 어물. 채소. 잡화. 철물 등을 판다.

        <추억을 열며>    1986년 6월 18일 본지에 게재된 합천장= 합천장의 풍물은 민물고기를 팔러나온 늪지대에 살고 있는 시골 아낙네들. 대양면 정양호. 용주면 해곡늪 등지에서 잡아온 가물치. 메기. 뱀장어. 미꾸라지. 붕어. 잉어 등이 옛날 합천장의 풍취를 물씬 풍긴다.
    현재의 합천장은 아낙들은 온데간데 없고 김문이씨 혼자서 민물고기를 팔고 있다. 가축시장은 대양면 정양리로 옮겨 새벽에만 열린다. 합천 완초(돗자리)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주변 볼거리>    합천호 백리 벚꽃길= 합천읍 남서쪽에서 호반도로로 연결되는 백리 벚꽃길은 전원의 풍요로움과 더불어 함박눈을 연상시키는 벚꽃이 4월이면 만개하여 그 절정을 이루며 가을이면 단풍으로 관광객의 발걸음을 잡는다.
    동서로 길게 황강을 끼고 병풍처럼 이어진 그림 같은 능선과 합천호반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은 빼어난 절경을 이루고 송씨고가. 옥계서원. 현산정. 신천서원. 사의정 등 유명한 고가들은 벚꽃 속에서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합천군 홈페이지 참조(http://www.hc.go.kr/culture).

    <주말 5일장>    4월 9일= 마산 진동장. 진주 문산장. 진해 웅천장. 사천 삼천포·서포장. 김해 진영장. 밀양 송지·구지장. 양산 서창·석계장. 의령 신반장. 함안 군북장. 창녕 이방장. 고성 배둔장. 남해 지족장. 남면장. 하동 북천장. 산청 화계·단계·덕산장. 함양 서상장. 거창 가조장. 합천 대병장
        4월 10일= 진주 미천장. 진해 마천장. 사천 사천·곤양장. 김해 진례·불암장. 밀양 송백장. 양산 물금장. 의령 칠곡장. 함안 가야장. 창녕 영산장. 남해 무림장(이동). 하동 횡천·계천장. 산청 차황·단성장. 함양 마천·안의장. 합천 가야·초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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