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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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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억을 찾아 (6) 고성장

  • 기사입력 : 2005-04-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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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장]  도내서 가장 큰 5일장

        토박이 봇짐장수 400~500여명

        건어물 미곡 잡화 펼쳐놓고

        손님들과 한데 엉켜 '북적 북적'


        고성장은 경남에서 가장 규모가 큰 5일장에 속한다.
        1. 6일 장날이면 수협 서외지점 부근에는 상인들과 장을 보러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농협과 축협 앞에는 외지에서 온 상인들의 트럭이 전을 펼치고 있다. 양파를 가득 싣고 온 상인부터 낙지 등 해산물. 딸기. 즉석 도넛. 명물빵집 등이 장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20동의 주상복합형 건물 사이로 장이 형성돼 한바퀴 돌기만 해도 꽤 시간이 걸리는 고성장은 어물전이 유명하다.

        생선만 취급하는 상인이 40명으로 조합이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 삼사십년간을 해 왔으며 대를 이어서 하는 사람도 몇 명 있다.
        조합장 이창렬(71)씨는 “고성 하일면과 동해. 거류면 등지에서 싱싱한 생선이 들어온다”면서 “신선도가 좋아 대도시에서 택배주문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예전 같지는 않다. 가자미. 가오리. 갈치 말린 것 등을 주로 취급하는 하석련(75)할머니는 “40년간 이 일을 해 왔지만 갈수록 어렵다”고 한다. 장날에는 조금 낫지만 보통 때는 마수를 못할 때도 많다고 한다. 특히 외지상인들이 입구에서 전을 펼치는 바람에 안쪽까지는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아 더욱 더 장사가 안된다고 하소연한다. 
        광어. 볼락. 멍게. 문어. 낙지 등이 물이 좋으며 지금은 숭어. 가오리. 도다리 등이 많이 나온다.

        어물전 옆에는 건어물상이 밀집해 있다. 또 미곡과 잡화도 한 곳에 집중되어 있다. 상설시장의 상인만 해도 287명이라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장날에는 나물 등을 캐 온 할머니들이 고성경찰서 성내지구대 근처에 40~50명이 펼치고 앉아 있다. 또 외지에서 옷 종류를 가지고 오는 상인이 50명. 자릿세를 내고 장사를 하는 상인 등을 합하면 400~500명 정도 되는 상인이 고성장에 모인다고 한다.

        어물전을 지나 장 끝으로 가면 옹기전이 나온다. 빛깔 좋은 옹기들이 양쪽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옆 노점에는 좀체 보기 힘든 가축들이 봄 햇살을 즐긴다. 오리. 닭. 오골계 등 제법 골격을 갖춘 것부터 완전히 다 자란 것까지 수십마리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장의 중심이 되는 길에서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린다. 기존 상인과 외지상인과 마찰이 생겼다. 배를 손수레에 싣고 온 상인이 한쪽편으로 밀려난다. 외지상인들은 먹고 살게 해달라고 하소연하고 자릿세를 내는 기존 상인은 손님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것. 한마디로 생존경쟁인 것이다.
        오후가 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를 피할 곳이 없는 바깥 상인들은 스티로폼을 우산으로 삼아 장사를 계속한다. “하루 지나면 상해 버리는데 적당하게 값이 맞으면 다 처리해야지”라며 한 손님에게 남은 생선을 다 싸서 넣어준다.

        고성시장 조정식(54)대표이사는 “고성장의 규모가 인구에 비해 큰 편이라 인근 마산. 창원. 진주 등 도시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산림조합 건너편 간이대합실에는 장바구니 하나씩 들고 귀가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고성장의 하루 해는 또 이렇게 저물어 간다. 이종훈기자

     

        <장터 사람들>

        30여년 이상 외길 "우리가 천연기념물이지 뭐~ 허허허"


        ▲대장간-대호산업 배복세씨
        고성장에는 천연기념물로 보호해야 할 만큼 귀한 대장간이 있다. 30여년간 이 업을 하고 있는 ‘대호산업’ 배복세(54)씨. 상설시장 복계천 옆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3~4명이 함께 풀무질. 매질 등을 했지만 지금은 혼자서 한다. 수입도 그렇거니와 매질을 대신할 수 있는 기계식 스프링 해머를 직접 만들어 쓰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대장간에 현대적인 기계를 접목한 퓨전식 대장간인 것이다. 섭씨 1천800도까지 올라가는 화덕 안에는 배씨의 손을 기다리는 쇠가 벌겋게 달구어지고 있다. 두드려서 형태를 잡고 또 달구고 마지막으로 담금질을 하고 나면 작품이 완성된다.
        “낫 하나 만드는데 7번이나 손이 가는데 누가 이 일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배씨는 한 자루 5천원에 팔고 있지만 중국산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이야기한다.
        칼. 호미. 도끼. 괭이 등 농기구는 전부 만든다. 가끔 작두 등 특별주문하는 것도 들어온다. 배씨가 만든 농기구는 품질이 좋아 한번 사용해 본 사람은 다시 찾는다.
        그러나 이 대장간도 곧 없어질 지경에 놓여 있다. 도로부지로 편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주변 상인들은 “일부러 대장간을 만들어 민속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시대인데. 고성시장 활성화와 관광상품화 차원에서 군에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건어물-털보상회 허태겸씨
        37년간 건어물 장사를 해온 허태겸(67)씨는 한때 수염을 많이 길러 ‘털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가게 이름도 ‘털보상회’로 이름 지었다.
        젊었을 때는 통영에서 흑산도 삼치잡이 어선 선장을 10년 정도 했다. 그리고 그 경력을 십분 활용하여 건어물상으로 업을 바꿨다. 당시만 해도 배를 가지고 욕지도. 추도. 매물도 등을 다니면서 어민들이 말려놓은 파래. 김. 미역. 모자반 등을 직접 구입하여 육지에 내놓으면 제법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여객선이 많아지면서 5년간 하던 이 일도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고성장으로 들어 와 본격적인 건어물상을 시작했다.
        “이 일을 하여 1남 5녀 공부 다 시켰다”는 허씨는 언제나 환한 얼굴로 손님을 맞이한다. ‘진짜 장사꾼’이라는 용어에 딱 맞는 인물이다. 인터뷰 중에도 연신 손님들이 찾아 오지만 그 모습은 변함이 없다. 허씨의 가게는 멸치류만 30여 가지가 된다. 그 외에 파래. 김. 미역. 다시마. 새우. 쥐치포. 꼴뚜기. 문어. 오징어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품목을 판다. 배둔장에도 허씨의 점포가 있다.

        ▲옹기전-월평 옹기전 방희자씨
        고성장에서 유일하게 옹기전을 하고 있는 방희자(75) 할머니는 한평생을 옹기와 함께 살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25전쟁 때 군에 간 남편을 대신하여 5남매를 키우기 위해 옹기장사를 시작한 것이 벌써 55년이 되었다. 당시 시누이가 인근 월평에서 옹기를 구워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군청 마당에서 팔기도 하고 갓난아기를 업고 옹기를 이고 들고 이마을 저마을 다니면서 생계를 이어 나갔다. “눈 오는 날은 미끄러져 옹기를 많이 깨기도 했지.”
        그러다 이 곳 시장에 자리를 잡아 지금은 약 40평 정도 되는 공간에서 옹기전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주위에 몇몇 상인들이 옹기전을 같이 했는데 한명 두명씩 세상을 뜨고 수입도 좋지 않아 이제는 할머니 혼자서 고성 옹기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는 고성에서 옹기를 굽는 곳이 서너군데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문을 닫고 10년 전부터 울산 남창에서 옹기를 받아 쓴다고 한다. “플라스틱 많이 쓰고 김치냉장고까지 나온 세상이니 옹기를 쓸 곳이 있겠어.” 그러면서 할머니는 간혹 창원 마산 등지에서 주부들이 와서 사 가기도 하지만 장 담그는 집이 많이 줄어 잘 팔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언젠가 큰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아주 바쁠 때도 있었다고 한다. “대를 이어 월평 옹기전을 이어나가겠다”면서 미소짓는 할머니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고성장은> 1일과 6일 열린다. 고성장의 역사는 100여년전 조선 고종께부터 장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1963년 상설시장이 들어섰다.
     장터구경도 식후경= 고성장은 특별하게 유명한 음식점은 없지만 신선한 회를 맛볼 수 있는 횟집이 어물전 옆에 10여곳 있다. 4개면이 바다로 접해 활어로 소문난 고성일대에서 잡은 싱싱한 회를 값싸게 즐길 수 있다.

     <추억을 열며>
     1986년 2월 14일 본지에 게재된 고성장= 고성장은 오래전부터 마산 충무 삼천포 사천 부산 등 남부경남의 장꾼들에게 널리 알려진 농어촌중심의 큰 장이다. 고성장에는 하룻동안 3만여 인파가 몰린다.
     현재의 고성장은= 그나마 남부경남의 큰 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장날 3만 인파는 아니지만 활기찬 장터를 구경할 수 있다.


     <주말 열리는 장>
     4월 16일= 진주 금곡·대곡장, 사천 완사장, 밀양 무안장, 의령 궁류장, 함안 대산장, 고성 고성장, 하동 화개·악양·고전장, 산청 산청장, 거창 거창장, 합천 묘산장
     4월 17일= 진주 지수장, 통영 중앙장, 김해장, 밀양장, 창녕 대합장(십이리장)·남지장, 고성 영오장, 남해읍장, 하동장, 함양장, 거창 신원·위천장, 합천 야로·삼가장

     <주변 볼거리>
     상족암 군립공원= 하이면 덕명리, 월흥리에 위치한 상족암군립공원은 남해안 한려수도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해면의 넓은 암반과 기암절벽이 계곡을 형성한 자연경관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부근 해안에는 6km에 걸쳐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 발자국이 남아 있다. 약 1억년전에 형성된 중생대 백악기 지층인 해안을 따라 약 41km에 걸쳐 1천 900여족 이상되는 공룡발자국은 용각류, 조각류, 수각류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공원내에 공룡박물관이 개관되어 있다. (고성군 홈페이지 참조, http://www.goseo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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