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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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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릿 짜릿 "이 맛이야"

  • 기사입력 : 2005-06-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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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승균 기자의 감성돔 조행기 - 통영 수우도


     

     `파드득'
     낚싯대를 타고 힘찬 진동이 전해온다.  이내 희열감이 반사돼 온 몸을 감싼다.

     그래 이 맛이다. 짜릿한 `손맛'. 낚시를 안 한 지 근 5년. 참 오랜만이다.
     모든 낚시마니아들이 바로 이 맛에 중독돼 가족까지 외면(?)하며 바다를 찾는 게 아닌가.

     지난 월요일. 조황이 썩 좋지 않은 소식을 접하고도 길을 나섰다. 낚시전문 가이드 황의수(36)씨의 안내로 창원FG회원 김영근(28), 정보름(28)씨와 동행했다.

     목적지는 통영 수우도. 감성돔 갯바위 낚시였다. 평일이면 사람도 없고 홀가분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으리란 기대가 컸다. 경쟁자도 없으니 그만큼 조과도 좋으리라는 복심도 당연히 깔려있었다.

     #우연한 만남
     수우도로 들어가기 전 하이면 포구에 위치한 출조전문점 `새벽바다'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낚시전문채널 FTV에서 해설위원으로 있는 김탁씨. TV화면보다 훨씬 부드러운 인상이 이웃집 아저씨 같다. 취재차 내려왔다 조금만 더 머물기로 한 게 3일이나 됐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가게 주인장이자 선장인 최종원씨는 김탁씨와 일종의 선생과 제자 사이. 그 때문인지 최선장의 낚시 실력도 상당하다고 한다. 이외에 이틀 동안 손맛을 전혀 보지 못했다는 `국사모' 회원 두 명도 다시 출조에 나섰다.

     오후 1시. 한 10분쯤 물살을 가르자 수우도 갯바위에 내릴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수우도 방파제 옆쪽에 자리를 잡았다. 김탁씨와 국사모 회원들, 최선장 일행은 나중을 기약하며 섬을 돌아 반대편 등대 쪽으로 배를 향했다.

     #첫 수확
     포인트별로 자리를 잡고 먼저 바다 상황부터 탐색했다. 수심은 대략 8m. 수온은 약간 차갑고 물살이 꽤 빨랐다. 게다가 청물 끼가 있어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가이드 일행은 1호 낚싯대에 원줄은 2호, 목줄은 1.5호짜리를 썼다. 구멍찌도 3B이하 저부력으로 최대한 물의 흐름을 잘 타도록 한 채비였다.
     크릴을 바늘에 조심스레 끼우고 바다에 던진다. 밑밥도 적당히 뿌려준다. 10분쯤 흘렀을까. 영근씨에게 먼저 첫 입질이 왔다. 주위에 긴장감이 흐른다. 재빠른 챔질. 릴을 순식간에 감아올린다.

     “에게∼ 푸하하.” 물을 쭉 내뱉으며 올라오는 손바닥만한 오징어. 좌중이 웃음으로 넘친다. 어쨌든 괜찮은 첫 수확이었다.

        낚싯대 타고 전해오는 '행복 신호'

        '큰 놈' 못 잡은들 어떠랴

        지친 삶 바다에 던져두고 기쁨 담아오네

     

     #기다림
     한바탕 웃음 뒤 지루한 시간이 계속됐다. 2시간이 지났다. 그런데도 입질할 기미가 안 보인다. 기자의 포인트 주위로 숭어 4마리가 보란 듯이 지나간다. 가족나들이 나온 듯하다.

     갓 부화한 새끼 떼와 함께 어미 노래미도 같이 노닌다. 아예 놀리는 듯 의기양양하다. 이거라도 잡을 요량으로 대낚시를 펴 넣었지만 애꿎은 밑밥만 낭비한다.

     “지난주 이후로 조황이 점차 나빠지기 시작했어요. 조금이라 물살이 약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네요. 바람까지 세게 부는 게 오늘도 쉽지 않겠는데요.” 가이드 황의수씨의 설명이다.

     계속되는 기다림. 영근씨는 안되겠는지 채비를 바꾼다. 구멍 찌를 빼고 1호짜리 막대찌를 건다. 가이드도 조금 무거운 채비로 바꿔 다시 낚시에 임한다. 그러나 기다림은 계속됐다.

     “잡어 하나 안 무노.” 짜증이 밀려온다.
     “이런 날도 있어야지요. 올 때마다 다 잡아가면 어장이 남아나겠습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봅시다. 좀 있으면 만조니까 그때 물이 아마 조금 바뀔 겁니다.” 가이드는 조급해하는 기자를 타박한다.

     #꿩 대신 닭
     오후 4시가 넘어서자 연거푸 입질이 들어왔다. 10분 만에 5마리나 건져 올렸다. 물론 감성돔은 아니다. 무식하고 괴상하게 생긴 미역치와 미꾸라지처럼 생긴 배도라치였다.

     오후 6시가 넘어가도 끝내 감성돔은 올라오지 않았다. 그나마 잡어도 손맛은 괜찮았다. 철수를 위해 우리 일행을 데리러 온 김탁씨와 최선장 일행.
     “많이 잡으셨어요.” 넌지시 미소를 띤 최선장이 말을 건넨다. “우와∼” 최선장 일행은 40㎝급 감성돔 2마리, 50㎝급 숭어 2마리에 볼락까지. 꽤 많은 조과를 올렸다.

     “우린 안 좋은데 내려주고 선장님은 좋은 포인트에 자리 잡고 너무 한거 아닙니까.” 애꿎게 선장 탓을 한다.
     “자 자! 돌아가 이놈을 회쳐서 소주나 한잔 합시다. 삼겹살은 제가 살게요.” 김탁씨가 일행을 달래준다. 결국 그날 우린 남이 차려준 상으로 바닷고기, 육고기를 동시에 맛봤다.

     이번 주말 인근 바다로 한번 떠나보자. 손맛을 안 봐도 상관없다. 행여 운 좋으면 인심 좋은 바닷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일상의 모든 고민과 시름을 밑밥과 함께 바다에 던져두자. 지친 삶 속으로 다시 뛰어들기 위한 활기찬 에너지만 쿨러에 가득 담아오면 된다. 〈취재협조= 낚시전문가이드 황의수(011­9514­9242), 낚시출조전문점 새벽바다(☏835­4399) 대표 최종원〉

     

        TIP ▲감성돔 포인트
        산란을 위해 내만권으로 오르는 감성돔을 오름감성돔이라고 하고 가을철에 내만권을 빠져 원도권으로 향하는 감성돔을 내림감성돔이라 한다. 따라서 봄~초가을에는 내만권에. 초가을~겨울철에는 원도권에서 낚시가 이뤄진다. 남해안은 보통 5·6월 중순에 근거리와 내만권 섬에서 감성돔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새벽시간대는 갯바위 가장자리. 한낮에는 갯바위에서 다소 떨어진 수중여 주위. 저녁시간에는 아침시간 포인트와 한낮 시간 포인트의 중간되는 지점이 가장 적당하다.

        ★조류의 흐름이 없는 곳에서는 감성돔의 입질을 받기 어렵다. 세차게 흐르는 조류보다는 완만하게 흐르는 곳이 좋다.

        ★갯바위 주변의 여가 발달된 곳이나 일자 방파제의 전면부분. 탁한 물이 흘러드는 하구부분을 공략해야 한다.

        ★감성돔이 활동하기 적정한 온도는 섭씨 14~21도가 적당하다. 정해진 포인트의 수온을 항상 살펴보고 수온이 내려가면 깊은 곳. 그렇지 않으면 수심층이 다소 낮아도 감성돔의 입질은 온다.

        ★바다가 맑고 잔잔하면 깊은 곳을. 파도가 다소 있으면 얕은 여밭. 주위가 소란하면 먼 곳을 공략하는 것이 감성돔 낚시의 기본이다.

        ★조류가 세찬 본류대보다는 수중여 혹은 갯바위를 감아 도는 지류대를 노리는 게 좋다.

        ▲감성돔 낚시의 테크닉
        ★감성돔낚시의 채비는 가급적 자연스럽게 흘려주는 게 기본. 수심 8m의 포인트를 수심 9m로 구사한 채비가 밑걸림 없이 흘러간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찌내림의 비례는 채비와 직결된다. 수중찌는 잘 맞는 부력에 B봉돌 하나 더 추가한 듯 자연스럽게 내려가면 적당하다.

        ★대형 감성돔일수록 찌내림의 움직임이 적은 법이다. 찌가 충분하게 물 속으로 들어갔을 때 여유를 가지고 챔질을 해야 실수가 없다.
        ★강한 챔질일수록 감성돔을 더욱 날뛰게 한다. 챔질은 놀라 날뛰는 감성돔을 우는 아이 달래 듯 신중하게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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